적상산 자락 산촌(山村)에 들어선 향토박물관
현재는 무주공공건축 프로젝트를 기리기 위한 아카이브 전(展) 준비 중
한국의 100대 명산의 하나로 꼽히는 적상산(1,034m)은 깎아지른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바위산으로, 빼어난 풍광과 어우러진 가을 단풍이 마치 여인의 치마폭처럼 아름답다 해 붉을 적(赤) 치마 상(裳)을 써서 그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 내려온다. 지형 그대로 천혜의 요새를 이루어 고려시대 산성을 쌓았고, 조선후기 성내에 사고를 세워 실록을 보관했던 곳이기도 하다. 명소도 수두룩하다. 무주를 찾는 여행자라면 덕유산과 적상산을 으레 찾기 마련. 천일폭포, 송대폭포, 장도바위, 장군바위, 안렴대, 산정호수, 머루와인터널 등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명소와 안국사, 적상산 사고지 등 문화유산이 있다.
적상산 등산로 입구에 위치한 서창마을은 전형적인 산촌(山村)이다. 20년 전만 해도 변변한 길도 없던 외진 곳이었지만 그 무렵 포장도로가 개설되면서 자동차가 드나들 수 있을 만큼 도로 사정이 좋아졌다. 당시나 지금이나 원주민은 대여섯 가구가 전부이며 이주민 주택단지가 따로 형성되어 현재는 30여 가구가 살고 있다. 등산로가 있어 주말에 등산객이 간간히 드나드는 것을 제외하면 예나지금이나 고요한 산동네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정기용 건축가는 서창향토박물관이 들어서기 전, 서창마을을 방문하고 “이곳에는 건물을 지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 이유는 너무나 신성한 땅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창마을 뒤 적상산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사고지가 있고, 보통의 산처럼 뾰족한 게 아니라 거대한 절벽 위에 자리 잡은 모양새가 결코 예사롭지 않아 보였던 것이다. 수백 년 된 노거수 숲이 마을을 외부로부터 차단시켜주고 있는 모습의 서창마을 풍경은 건축가의 눈에 감히 범접하기 힘든 신성한 땅으로 느껴졌을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래서 건축가는 서창향토박물관을 짓기로 결심하고는 최소한의 땅을 사용해 공간의 영역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건축의 배치를 계획한다.
건축 당시 서창향토박물관은 무주의 땅과 사람들을 기억하고 나누기 위한 장소로 설계됐다. 경사진 땅의 모양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간을 분리해 외형을 시각적으로 분산시켰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공간은 땅에 딛고 서 있다는 느낌이 드는 필로티(pilotis) 위에 있는 카페 건물이다. 사면을 유리창으로 감싸 적상산과 노거수 숲을 건물 안으로 끌어 들였다. 적상산 지명 유래에는 가을단풍 외에 또 하나의 설이 있는데, 해질 무렵 바위절벽을 붉게 물들이는 모습이 마치 여인의 치맛자락을 펼쳐 놓은 것 같다는 얘기도 함께 전해온다. 운이 좋다면 카페 공간에 앉아서 그 장면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하얀 눈이 쌓인 겨울이라면 붉은 절벽은 더 도드라져 보인다.
두 번째 전시공간도 기둥을 이용해 몸체를 지면으로부터 띄웠다. 그러다보니 건물 뒤편 계곡을 건물 아래 공간을 통해 드나들 수 있다. 그리고 가운데 건물 앞에 서면 마을의 중심 당산나무와 마주하게 된다. 나무 아래 정자는 여름이면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이 되어 매일같이 건축물을 바라볼 수 있다.
세 번째 공간은 사무 공간으로, 경사진 사면에 접해 있어 입구와 반대편 뒷문 외에는 창문이 없다. 대신 중정을 두어 빛이 건물 안으로 스며 들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서창향토박물관은 2008년 리모델링을 통해 서창종합관광안내센터(아트갤러리)로 잠시 이용되었다. '조선왕조실록과 왕실족보', 도립미술관 소장품인 '적상산에 펼쳐진 산'을 비롯해 최북 작품 영인본과 천연기념물 박제본, 무주관광상품 공모 및 전통공예한국대전 입상작, 무주의 사계(四季) 사진, 시화, 그리고 목공예와 도자기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 등을 전시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사용되었다. 그 후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인 협동조합 ‘공간’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과 카페로 이용되었다. 매년 10월 마지막 날 밤에는 ‘서창 붉은빛 축제’라는 이름으로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마을 주민들이 모여 축제를 열어 왔다.
현재는 무주군 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입주해 고(故) 정기용 건축가가 무주군에서 10여 년간 진행한 무주공공건축 프로젝트를 기리기 위한 아카이브 전(展)을 준비 중에 있다.
[Tip] 서창마을은 적상산 등산로 입구에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적상산성과 안국사, 안렴대 등을 만날 수 있는 코스로 보기와는 다르게 완만한 경사의 흙길과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어렵지 않은 산행할 수 있다. 최영 장군이 적상산을 오르다 산길을 막아서는 바위를 장도로 갈라 길을 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는 장도바위를 지나 적상산성 서문까지는 오르막길이고, 서문을 지난 후부터는 완만한 경사의 능선길이 안국사와 안렴대까지 이어진다. 무주군 마을공동체지원센터(서창향토박물관) 주소 : 전북 무주군 적상면 서창로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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