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여인의 치맛자락을 펼쳐놓은 풍경을 닮은 적상산(赤裳山)의 고장
바라보는 돌출된 창(窓) 만들고, 낡은 건물에 표정을 입히다
적상면 행정복지센터가 있는 적상면은 과거 산성이 있었던 적상산에서 유래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적상산 사고(史庫)가 있었고, 그 사고를 지키기 위해 건립한 호국사(현 안국사터)가 있다. 적상산은 덕유산국립공원 지구에 속하지만 무주의 진산으로 예나지금이나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무주 공공건축물의 특징 중 하나는 창문이 크고 많다는 것이다. 정기용 건축가는 무주의 자연을 마치 카메라가 줌인 하듯 창문의 프레임을 통해 외부의 풍경을 안으로 끌어들이도록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깥 풍경을 창이라는 액자에 담아낸 것이다.
또 하나는 건물 측면에 돌출된 공간을 만들고 창(窓)을 내었다는 것이다. 적상면 주민자치센터에도 그런 공간이 있다. 건축가는 이곳을 만든 이유를 ‘적상산을 각별하게 바라볼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외부 진입로를 통해 3층으로 오르다 보면 나타나는 우측 돌출부에서 바라보는 적상산의 모습은 크고 웅장하다. 바위절벽이 병풍처럼 남북에 걸쳐 산을 감싸고 있는 모습을 이곳에서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무표정하고 전형적인 관공서 건물이었던 당시의 면사무소를 신축이 아닌 리노베이션을 통해 ‘면민의 집’으로 탈바꿈시켰다. 건축가는 이를 ‘관계 맺기’라 표현했다. 주변 건물과 멀리 적상산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면사무소가 새로운 의미와 질서에 편입할 수 있게 기획하는 것이다.
본래 2층이었던 건물은 3층으로 증축되었다. 처음 건물과 다른 점이라면 도로면에서 곧바로 3층 강당으로 진입할 수 있는 경사진 길(램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건축가는 램프를 오르면서 보이는 일상의 풍경을 사람들이 바라볼 수 있게 계획했다. 3층으로 올라가는 램프 중간에는 조선왕조실록을 기념하는 조형물을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조선왕조실록을 탑처럼 쌓아 놓은 모양으로 만든 이곳은 사람들이 잠시 휴식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하나, 이후 램프 비가림막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적상면 행정복지센터는 현재 주민들의 공간으로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주민들의 문화 활동과 공연 장소로 활용되고 있으며 지역발전을 위한 주민들의 토론장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주민들은 행정복지센터를 올 때마다 건축가의 바람처럼 “우리 마을 풍경, 참 근사하다!”는 생각을 하며 드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TIP] 적상산의 ‘적상’은 붉은 단풍이 들면 마치 여인의 치맛자락을 펼쳐놓은 것과 같다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또 하나의 설은 해질 무렵 바위절벽을 불게 물들이는 모습이 마치 여인의 치맛자락을 펼쳐 놓은 것 같다는 의미도 함께 전해온다. 연유야 어찌되었든 병풍처럼 펼쳐진 바위절벽이 붉게 물든 모습은 여인의 치맛자락을 펼쳐놓은 것처럼 아름답다는 뜻이다. 주소 : 전북 무주군 적상면 적상산로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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