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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이야기

연분홍 국화도화와 물오른 나무의 연둣빛 풍경 속으로……

by 눌산 2022.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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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無窮無盡)! 무주 한 바퀴-18  눈부시게 아름다운 부남의 !

연분홍 국화도화와 물오른 나무의 연둣빛 풍경 속으로…….

금강

읍내에서 강을 따라 부남으로 향했다. 좁고 긴 골짜기가 강을 따라 이어진다. 어느 순간 탁 트인 너른 들을 만나기도 하고, 서정적인 풍경의 강마을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나타난다. 부남은 가깝고도 먼 곳이다. 평생 무주에서 살았다는 사람도 부남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을 보면. 사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단지, 지리적인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오고 가는 길목에 위치한 곳이 아니라 목적이 있어야 가는 곳이니 말이다.

무주군 부남면 금강변 국화도화 군락

강변에는 연분홍, 골짜기에는 연둣빛

무주의 봄 하면, 단언컨대 기자는 부남의 봄 풍경을 꼽겠다.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상굴암 벚꽃길과 금강의 연둣빛 풍경을 보지 않고서는 봄 풍경의 아름다움을 말하면 안 된다. 볕 좋은 곳부터 서서히 물들기 시작하는 금강의 연둣빛이 강변을 다 물들이고 나면 이제부터 산을 초록으로 물들이며 타고 오른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향해 오르는 연둣빛은 거대한 액자를 걸어놓은 것처럼 프레임마다 절경을 빚어낸다.

먼저 부남면행정복지센터가 위치한 대소리로 향했다. 대소교 다리 아래 강변에 연분홍 국화도화(菊花桃花)가 늦은 오후 햇살에 반사돼 눈부신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부남 국화도화는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명소로, 꽃이 피기 한 달 전에 부남면사무소에서 주변 정리를 말끔히 해 놨다.

복사꽃인가” “아니지 홍도화야.” “뭔소리야 박태기나무 꽃이지

국화꽃을 닮은 도화 국화도화가 핀 무주군 부남면 대소리 강변

몇 사람이 꽃이름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기자 역시 정확한 나무 이름을 알 수 없었다. 복사꽃하고는 분명 달랐다. 홍도화하고도 다르고, 내가 알고 있는 박태기나무도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너의 정체가 뭐냐? 취재 후 확인한 결과 국화도화였다. 어디선가 본 듯하지만 낯선 꽃이름이다. 국화도화는 국화꽃을 닮은 도화(桃花)라는 뜻이다. 복숭아나무에 국화꽃을 닮은 연분홍 꽃이 초록의 강물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아내와 함께 대전에서 왔다는 사진작가 한희재 씨는 지난해 이곳을 지나다 우연히 발견하고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올해도 또 왔다라면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 명소란 곳은 안 가본 데가 거의 없는데, 봄 풍경 촬영지로는 이곳이 최고의 장소다라고 말했다. 한희재 작가는 그 이유로 초록 색깔 강물과 연분홍 국화도화의 조화가 흔히 만나는 복사꽃과는 다른 묘한 느낌이 있다. 또한 연분홍, 핑크, 진한 붉은색 등 시간대별로 달리 보이는 색의 조화가 사진으로 표현하기에 좋은 소재라면서 직접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국화도화는 시간대별로 분홍, 핑크, 진한 붉은색 등으로 보이기도 한다

기자가 그곳에 머무른 한 시간여 동안 알고 왔는지 모르고 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간간이 강변으로 내려섰다. 연인과 가족, 또는 3대가 함께 모여 사진에 담고 강변길을 걸었다.

대소교 아래 강변의 국화도 나무는 약 200미터 거리의 오솔길을 가운데 두고 길 양쪽에 식재되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는 거대한 바위 절벽이 가로막고 있지만, 이 길은 오래전부터 사람이 다니던 옛길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계단처럼 길이 보인다. 이렇게 강가나 바닷가 절벽을 지나는 길을 벼룻길이라고 한다. 향토사학자인 유재두 씨를 통해 이 길에 대한 유래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 길을 질바(질빠)’라고 부른다. 한자로는 도암(道岩), 즉 길 바위란 뜻이다. 섬소마을과 목사골에 살던 사람들이 금산 장을 보러 다니던 길이다. 부남 사람들은 이 길을 통해 용담도 가고 강 건너 덤덜이들의 논밭을 가기도 했다.

옛날에는 큰길이었어요.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는 얘기에 따르면 한 200년 됐다고 해요. 70년대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이용하던 길인데, 지금은 덤덜교가 놓이고 그 너머 유평마을 앞에는 세월교까지 놓이면서 이 길을 다닐 일이 없어졌어요.”

벼룻길은 주민들이 직접 정으로 쪼아 계단을 만들었다. 묵은 길이 된 지 오래지만, 길의 흔적은 뚜렷하다.

연둣빛 신록이 물들기 시작한 용가마골

다음으로 찾은 곳은 상굴암마을 용가마골이다. 꼭꼭 숨겨져 있던 용가마골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자연인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 때문이다. 상굴암마을 송쌍섭 이장 한 가구만 사는 용가마골은 상굴암마을 건너편 상굴교 다리 아래가 들목이다. 강변으로 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이내 숲길로 들어선다. 계곡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골짜기는 산과 산 사이에 빨랫줄을 걸어도 될 만큼 좁다. 입구부터 연둣빛이 눈부시다. 유심히 보면 현호색, 피나물 같은 키 작은 야생화가 무더기로 피어 있다. 송 이장이 잡풀과 잡목을 제거해서 여느 공원길처럼 깔끔하다.

용가마골은 송 이장이 틈나는 대로 손수 가꾸고 있다. 골짜기 입구부터 군데군데 보이는 70~80여 기의 돌탑도 송 이장이 쌓았다. “별거 없어요. 돌을 나르는 게 힘들지, 돌탑 쌓은 것은 쉬워요라면서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지만 어떤 구조물도 없이 오직 손으로만 돌탑을 쌓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송 이장 집이 보일 즈음 우렁찬 물소리가 들린다. 용이 승천했다는 용등폭포다. 폭포 주변에도 돌탑이 즐비하다. 막 꽃잎을 떨군 벚나무 한 그루가 폭포 앞을 지키고 있다.

용이 승천했다는 용등폭포

길은 고개를 넘어서 율소마을로 이어진다. 하지만 기자는 다시 그 길을 천천히 걸어서 나왔다. 자동차 도로에서 불과 2~3분 거리지만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어느 날 문득,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나 홀로 찾아가 잠시 머무르고 싶은 곳이다.

무주신문 1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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