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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이야기

고개 하나 넘으면 경상도, 충청도…. 무주의 4도(道) 경계 고갯길 네 곳

by 눌산 2023.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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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하나 넘으면 경상도, 충청도. 4() 경계 고갯길 네 곳

무주의 지리적 위치는 참 독특하다. 고개 하나 넘으면 경상도요, 충청도다. 그것도 경남, 경북, 충남, 충북 4개 도와 접해 있다.

덕산재 아래 율평마을에서 바라 본 대덕산

세찬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비 내리는 날 운무에 휩싸인 고갯마루 풍경이 보고 싶었다. 경상남도 거창군과 등을 맞댄 소사고개, 경상북도 김천시와 경계인 덕산재와 가목재, 충청남도 금산군과 경계인 가당재, 충청북도 영동군과 경계인 압재가 목적지다. 4개 도를 넘나드는 코스라 꽤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 같지만, 반나절이면 다 돌아볼 수 있다.

경계가 아닌 교류의 통로, 고갯길

먼저 무풍으로 향했다. 설천에서 나제통문을 지난다. 차 한 대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이 통문을 지날 때마다 나는, 먼 나라 여행이라도 떠나는 기분이 든다. 나제통문이 과거 신라와 백제의 국경으로 추정되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통문 너머 첫 마을인 설천면 이남마을부터는 먼 옛날 신라 땅이었다. 재밌는 것은, 과거를 기준으로 해서 백제와 신라 땅에 속한 지역의 사투리가 다르다는 점이다. 무풍은 음식문화도 지금의 경상도 영향을 받았다. 맛집으로 소문 난 돼지국밥집이 성업 중인 것을 보면 말이다.

무풍에는 경상남·북도와 경계를 이룬 고갯길이 네 곳이나 있다. 빼재와 소사고개, 덕산재, 가목재가 그곳으로 고갯마루가 경계를 이루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예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고개를 기준으로 해서 지역이 나뉜다.

무주를 알리는 덕산재 표지판

도계(道界)를 이루는 고개 중에 제일 높은 해발 684m의 소사고개에 올랐다. 무풍면 소재지에서 철목리와 은산리, 덕지리를 차례로 지난다. 이 길은 1089번 지방도로를 타고 남대천 최상류로 향하는 길이다. 무주 땅 끝마을인 도마마을과 부흥동에 다다르면 거창과 무주에서 드나드는 버스 종점이 있는 도계마을이다.

거창에서 아침 840분에 출발했다는 거창군 공영버스가 막 들어왔다. 그런데 내리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없다. 버스 기사는 평소에는 한 명도 없다. 장날이면 서너 명 타고 나간다.”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했다. 종점이 있는 도계마을은 무주에서 하루 여덟 번, 거창에서 일곱 번 버스가 드나든다. 거창 버스는 결국 빈 차로 돌아 나갔다.

무풍과 김천 부항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인 삼도봉터널

도의 경계인 도계교 다리를 건너면 거창 땅이다. 소사고개 아래에 거창군 고제면 지경마을과 탑선마을, 소사마을이 있다. 무주에 속한 도마나 부흥동에 비해 마을 규모가 크다. 다름 아닌, 등산객들 때문으로 소사고개는 북쪽의 초점산과, 대덕산, 덕산재, 남쪽의 삼봉산과 빼재로 향하는 백두대간이 지난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덕산재다. 덕산재는 소사고개에 비해 훨씬 더 높아 보이지만, 실제는 644m로 약간 낮다. 무주군 무풍면 금평리와 김천시 대덕면 덕산리가 등을 맞대고 있는 덕산재 역시 백두대간을 타는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 고갯마루에 서면 한여름에도 서늘하다. 취재를 위해 찾은 날도 흐린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무주 읍내와 7도 이상 차이가 났다.

금평리 탄방마을 위에 있는 가목재는 현재 삼도봉터널이 지난다. 삼도봉터널은 고개 양쪽에 사는 무풍과 김천시 부항면 사람들의 한여름 피서지다. 경사가 급한 고갯마루에 뻥 뚫린 터널 속은 바람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무주 쪽에는 따로 공간이 없지만, 김천 쪽에 가목재 쉼터란 이름의 소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다.

무주와 영동의 경계인 압재 옛길

충청도와 경계를 이룬 고갯길은 19번 국도 영동 방향 압재(압치)37번 국도 금산 방향 가당재다. 압재는 오리 머리같이 생긴 모습 때문에 붙여진 지명으로 충북 영동과 경계를 이룬다. 19번 국도가 4차선으로 확장·포장되면서 압재는 현재 옛길로 남아 있다.

경계(境界)란 지역을 구분하는 선에 불과하다. 그곳이 전라도든, 경상도든, 충청도든, 사람에게 경계의 의미는 중요하지 않다. 물과 산이 하나로 이어지듯, 사람은 경계를 넘어 교류하고 소통한다. 두 지역의 사람이 만나면,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재탄생된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쯤은, 무주의 동서남북 끝에 선 마을을 찾아보길 권한다. 새로운 문화를 만나는 것 또한 여행의 묘미이기 때문이다.

무주신문 2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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