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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

얼마나 그리우면 꽃이 됐나

by 눌산 2008.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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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됐나
달 밝은 밤이 오면 홀로 피어
쓸쓸히 쓸쓸히 미소를 띠는
그 이름 달맞이꽃
아~ 서산에 달님도 기울어
새파란 달빛아래 고개 숙인
네 모습 애처롭구나

얼마나 그리우면 꽃이 됐나
한 새벽 올 때 까지 홀로 피어
쓸쓸히 쓸쓸히 시들어 가는
그 이름 달맞이꽃
아~ 서산에 달님도 기울어
새파란 달빛아래 고개 숙인
네 모습 애처롭구나


김정호의 달맞이꽃이란 노래입니다.

아침마다 달맞이꽃을 보면서 이 노래를 읖조렸는데. 듣고 보니 참 슬픈 노래군요. 따지고 보면 우리네 인생 자체가 슬픔아니던가요? 슬픔은 그리움이죠. 그리움은 기다림이고. 희망이기도 합니다.

펜션 '언제나 봄날'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개망초가 떠나가는 자리를 달맞이꽃이 차지했습니다. 자연의 순리죠. 빈 들에 핀 흔한 꽃들이지만. 제게는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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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살면서도 마찬가지지만. 여행을 가면 자연스럽게 일찍 일어나게 됩니다. 남들보다 이른 아침을 맞아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아침의 기운을요. 맑은 공기와 살갗을 간지르는 바람따라 설렁설렁 걸어보십시오. 여행의 기쁨은 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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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주변의 넓은 땅은 한때 이 마을 주민들의 소중한 농토였습니다. 지금은 택지개발로 주인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지만요. 묵정밭으로 버려진 땅이지만 그 곳에는 소위 말하는 '이름모를 꽃'들로 가득합니다. 분명 각자의 이름을 갖고 있지만 너무 흔한 꽃이다 보니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죠.

그러고 보니 땅은 쉬지를 않네요. 사람의 손길을 가다리는 중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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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봄날'이라는 펜션 이름에 걸맞는 모습이죠? 맞습니다. 이 곳은 '언제나 봄날'입니다. 버스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처럼 꽃도 차례 차례 피고 지고를 반복합니다. 요즘 펜션 주변을 온통 달맞이꽃이 점령을 해버렸습니다. 개망초는'깨갱~' 해부렀고요.^^

자연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사람없는 자연은 죽은 땅입니다.
설악산과 지리산의 차이가 뭔지 아십니까? 그것은 그 곳에 사람이 살고 안 살고의 차이가 아닌가 합니다. 더불어 크고 작은 동물들이 함께 살고 있을때 비로소 그 땅은 숨을 쉬게 됩니다. 설악산의 흔들바위를 보고 감탄은 하지만. 두고두고 기억에 남아 있지 않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죠.

아침부터 그리움이 어쩌고 저쩌고로 시작하더니 말이 많지요?^^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여행가인 제게 사람들은 묻습니다. 여행을 왜 하느냐고.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냐고. 어디가 가장 좋던가요?라고요. 그럴때 마다 저의 답은 하나입니다.
 
"지금 이 자리요."
 
너무 성의 없는 대답인가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누구와 함께 있냐에 따라 그 행복의 가치도 달라지겠지만요.

저는 사람을 만나는 여행을 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도 사람이고. 감동 받는 것도 사람이기에 그렇습니다. 사람과 자연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모습이야 말로 가장 이상적인 이 땅의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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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은 해가 뜨면 꽃잎을 다물어 버립니다. 부끄러운 모양입니다. 아니면 '사회성'없는 녀석이던가요.^^ 곱게 곱게 감춘 그 아름다움을 '달 밝은 밤이면 홀로 피어' 누구 애간장 녹일 일이라도 있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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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저기서 비소식이 들려 오는데 이 곳 무주의 하늘은 파랗습니다.
 
하루에 한번은 펜션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역시 다 보여 주는 것보다 적당히 감춘 모습이 더 낫습니다.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 처럼 말입니다.^^

좋은 하루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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