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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

2005-10-07 <6일째>

by 눌산 2008.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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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일(2005/10/2-11/22)간의 낙동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피시가 설치 된 여관방입니다.
사진 저장도 하고, 메모한 자료 정리도 할겸 들어왔습니다.
무엇보다도 따뜻한 물에 몸을 담구고 싶어서요.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려 좀 늦게 시작해서 다섯 시간을 걸었습니다.
가는 비지만 젖은 몸은 시야를 흐리게 만듭니다.

6일째네요.
처음 시작할때 3일이 고비라고 생각했는데,
대충 넘어갔습니다.

약한 어깨가 늘 걸리지만 아직은 견딜만 합니다.
다리는, 발바닥이 좀 아프긴 해도
딱부러지게 어디라고 하기에는 뭐한 구석구석이 결리고 쑤십니다.
하지만 맨발로 수백 산을 오르고,
짚신을 신고 팔도강산을 유람한 조상들에 비하면 저는 호사를 즐기고 있는 셈이지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위말하는 기능성으로 무장하고서

결리니 쑤시니 운운하면 안되는 거 압니다.

구부러진 허리에 지게를 지고,
허리에 복대를 하고 고추를 따는 노인들을 만납니다.
당신 아니면 일 할 사람이 없으니 하시는게지요.
억울하고, 분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당신의 아픔을 어루만져 줄 사람 하나 없는 세상이 그렇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인정 넘치는 훈훈함이 있습니다.
사람 사는 맛을 느끼게 해줍니다.
힘들어도 걷게 만드는 힘이 되어 줍니다.

매일 밤, 내일 못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아침이면 어김없이 눈이 떠지고 좀 가벼워진 몸은 걷게 만들었지요.

아직 모르겠습니다.
왜 걷는지, 무엇을 얻기 위한 고행인지도....
딱히 원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냥 걷다보면 뭔가 생각도 나고,
아! 이것 때문에 걷는구나 하겠거니 생각합니다.
아니면 말구요.....

아직 봉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낙동강 전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경치와 맑은 물이 흐르고,
구절양장 휘감아 도는 물줄기가 걸음을 더디게 만드는 코스지요.
그냥 스쳐지나가기에는 아까운 곳들이 많아
들락날락 거리며 사람의 마을을 찾고 있습니다.
또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샛강들이 많아 하나둘 찾아보기도 하고요.

~~껴, ~~니더.로 끝나는 봉화 사투리가 좋아서이기도 합니다.
웬지 정겨운 느낌이 들어
이곳을 떠나면 낯선 강에 버려진 돌멩이 신세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삼겹살에 쐬주 한잔 생각이 간절합니다.
딱 2인분만 시켜 참소주 반병만 마시고 들어 올까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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