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아니래요? <분천-현동>

52일(2005/10/2-11/22)간의 낙동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어디론가 떠나는 이들은 언제나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오고 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촌로는 담배만 죽이고 서성인다.

 

 

 

 

 

 분천역은 늘 한가롭다.
허름한 여인숙 하나쯤은 있을법한 역전에는 구멍가게 하나뿐,
다방 간판은 걸려 있지만 문 닫은 지 오래란다.

 

 

 

 

 

오래전 이곳에는 나루터가 있었다.
다리가 없던 시절 얘기다.
강 건너 집은 주막집 아니었을까…….
태풍 루사와 매미 때문에 부서진 다리는 새로 놓였다.

발바닥 통증이 심하다.
약국을 가려면 현동까지 나가야 하는데
압박붕대라도 구해보려고 분천 보건소를 찾았다.
너무나도 친절한 보건소장님.
압박붕대의 효과인지 발은 한결 부드럽다.

 

 

 

 

 

역시 가을 햇살은 따스하다.
걷는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지지만 햇살에 익어가는 곡식은 좋아하겠지…….
황기 밭 사이 대추나무가 잘 어울린다.

 

 

 

 

 

철로와 달라 붙은 기와집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어디로 갔을까…….

 

 

 

 

 

엎드려 사진 찍느라 정신없는데,
갑자기 다가 온 철도 전기공사하는 아저씨.
“간첩 아니래요?”
“아니드래요…….”
부산 꼼장어 먹으러 간다는 말에
친절하게 부산까지 편하게 가는 방법을 설명까지 해주시고…….
“영주 가서요, 기차타고 가면 금방이래요. “

 

 

 

 

 

시누 올캐 사이시랍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시동생까지 합세한 고추따기....
풍애라는 마을로 15살에 구마동에서 시집 온 할머니.

 

 

 

 

 

현동을 갈려면 풍애재를 넘어야 합니다.

족히 1시간 반은 걸리는 거리.

이래서는 안되는 줄 알지만 터널 통과를 시도해봅니다.
사실 터널을 지날 생각은 안했습니다.
가다보니 그렇게 됐을 뿐.....

 

 

 

 

 

“현동 갈려면 어디로 가요?”
“갈 때 가더라도 밥이나 묵고가소. “
터널 보수 공사하시는 분들입니다.
마침 식사 시간이라 공기밥 하나 뚝딱했지요.
부산까지 걸어간다는 말해 측은했나봅니다.
풍애재를 넘지 않고 터널을 지나면 10분이면 되는 거리.
밥이나 먹고 가라는 말은,
곧 터널로 지나가라는 말이었네요.
기차지나가는 시간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이라
다행이, 덕분에, 무사히, 잘 지날 수 있었습니다.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양남호 님 고맙습니다…….
사진 꼭 보내드리지요.

 

 

 

 

 

 터널은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3개, 휴~~터널과 터널 사이,

강건너 사람의 마을이 보입니다.

 

 

 

 

 

터널을 빠져나오고, 곧 기차가 지나갑니다.

 

 

 

 

 

가을빛이 곱게 물들어 가고 있네요...

 

 

 

 

 

여유있는 휴식, 그러나 발바닥은 불이 납니다.....

 

 

 

 

 

현동역입니다.기차를 기다리는 노인.승객은 한명 뿐이나 봅니다....

 

 

 

 

 

 현동역을 지나면 현동천과 낙동강 본류가 만납니다.
그리고 도로와 멀어지며 강은 산을 돌아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