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일(2005/10/2-11/22)간의 낙동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송이 철입니다.
끝물이지요.
송이는 8월 말 백로부터 시작해
10월 중순 한로 무렵이면 끝이 난다고 합니다.
양양 송이도 유명하지만 봉화 송이 또한 알아줍니다.
그것은 봉화가 춘양목 집산지로
수백 년 된 소나무 숲이 잘 조성 된 탓이기도 합니다.
송이 철에 송이 맛을 안 볼 수가 없지요.
물론 여기저기서 송이 맛은 많이 보고 있습니다.
봉화에 가시면 봉화 읍사무소 바로 앞 <봉성식당 054-673-4330>이 있습니다.
가정집 그대로가 식당으로 일단 분위기가 좋습니다.
23년째 이 식당을 운영하는 고순애 아주머니,
소박한 밥상이지만 덤으로 얹어주는 송이 맛이 일품입니다.
3-4만원하는 송이전골이 따로 있지만
송이 철이라면 6천 원짜리 버섯찌개만으로도 송이 맛을 볼 수 있습니다.
현동 합소삼거리에서 강은 동으로 흐르다
배나드리 소수력발전소 앞에서 크게 휘어 돌아나갑니다.
U자 모양으로 물돌이동이지요.
물이 맑습니다.
투명한 묽빛은 가을이 최고지요.
가을 물빛을 옥빛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감히 표현할 길이 없어 그냥 보고만 있습니다.
전형적인 가을 하늘입니다.
종일, 물색, 하늘색에 취한 하루였지요.
해찰 부리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목적지 도착 시간은 늦어진다는 것을 알지만
노닥거리는 그 시간이 좋습니다.
물장난을 하고 있습니다.
물수제비도 뜨고,
햇살에 부서지는 물에 취해봅니다.
메밀꽃이 지고 난 메밀밭입니다.
눈을 감으면,
달밤 하얀 소금을 뿌려 놓은 듯 황홀한 메밀 꽃밭이 지나갑니다.
배나드리에서 강은 두어 번 더 휘어 흐르다
잠시 멈춰서 듯 느리게 흐르는 곳이 있습니다.
죽미 마을 앞이지요.
산자락에 달라붙은 담배건조막에 이끌려 올라보았습니다.
떠난 빈집 앞에는 감이 주렁주렁 열려 있고,
방문 앞에 서면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나올 것만 같습니다.
떠난 자리도 사람의 온기는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덕산천을 따라 오릅니다.
행정상으로 두음리지만 덕거리, 만인촌, 율리, 골짜기 가장 끝의 듬골 등
크고 작은 마을과 골이 이어집니다.
산자락은 협소해 양산에 빨랫줄이라도 걸라치면 걸릴 곳만 같습니다.
이런 깊은 산중에 사람이 산다는 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아직 학교도 있습니다.
소천초등학교 두음분교.
아이들은 모두 10명입니다.
사이좋게도 남학생과 여학생이 각각 다섯 명씩,
선생님은 세분이십니다.
본교와 분교의 통합 운동회때 상으로 받은 닥트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두음리 역시 빈집이 더 많습니다.
이래저래 열악한 환경의 산 깊은 골짜기는
다들 떠날 수밖에 없었나봅니다.
두음리골짜기를 빠져나가는 길입니다.
협착한 골은 하루해가 짧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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