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12 <11일째>

 52일(2005/10/2-11/22)간의 낙동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안동 시내를 벗어났습니다.
태백 황지를 출발한지 열하룻만입니다.

낙동강 천삼백리 중 가장 산세가 깊고
골골마다 사람의 마을이 있어 속도를 내기가 힘이 듭니다.
아마, 욕심이겠지요.
스치듯 지나가면 그만이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점들이 많아 골짜기를 들락날락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낙동강을 멀리하고 하루 종일 한 골짜기에서 하루를 보낸 적도 있습니다.

오지여행가란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봉화만 해도 그동안 수십 번도 더 찾아보았지만,
더 이상 갈 데가 있을까 싶었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습니다.
뜻밖에 장소에서 외딴집을 만났을 때는 기쁘기도 하고
그동안의 피로가 슬그머니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내일이면 너른 들판으로 나갑니다.
하회마을을 지나 예천의 회룡포를 만나고,
상주 땅으로 접어듭니다.
태백과 봉화, 안동에서의 느린 걸음은
예천을 지나면서 만회하게 될 것 같습니다.

열하룻 동안 만났던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은 오래도록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부산까지 걸어간다는 말에 커피 한잔을 타주시며
저 멀리 모퉁이를 돌아나갈때까지 바라보시던 구문소 건널목 식당 아주머니,
고구마 하나를 슬그머니 쥐어주시던 검우실 아주머니,
가면서 요기나 하라며 삶은 밤 한 움큼을 싸주신 승부마을의 어르신,
초시농가의 초시 형님은 따뜻한 밥 한 끼라도 챙겨먹으라며 여비를 주셨지요.

저 좋아 걷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하나같이 동생, 아들처럼 대해주십니다.
뭐 하나 잘난 것 없고,
거창한 일도 아닌데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저의 천삼백리 도보여행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줬으면 합니다.
용기를 얻고, 자신감을 갖길 원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정도니까요.

오지여행 회원 님들!
그냥 지나칠까바 서운하셨지요?
아닙니다.
힘내라고 봉화까지 달려와 막걸리로 밤을 새우고,
또 한 밤을 더 새우고 가셨지요.
물심양면으로 보내주시는 응원 잘 느끼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시간시간 님들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힘을 얻어 걷고 있습니다.

그리고 님들과 함께 걸을 길이 너무나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