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일(2005/10/2-11/22)간의 낙동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보통의 하루 일과입니다.
이른 시간 걷는 일은, 차를 타도 마찬가지지만,
상쾌한 바람이 함께 합니다.
사진이 목적은 아니지만 사진도 중요한지라,
여명이 밝아오는 더 이른 시간을 좋아하지만,
걷기와 사진 찍기를 함께한다는 것은 참 힘이 듭니다.
오늘도 반나절 걸었습니다.
비 내리는 낙동강은 생각만으로도 넉넉합니다.
그, 사진 때문에 비 내리는 날의 강행은 참 어렵더군요.
반나절의 강행 후 쉬고 있습니다.
걷는 자에게 있어 쉼은 고통에 가깝습니다.
시동 걸린 자동차처럼 튕겨져 나가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일정에 압박은 없지만 불붙은 발바닥이 마르기 전에 나서고 싶어 서지요.
추석 전에 오두막을 떠나,
두어 번 찾았지만, 그러고 보니 한달이 넘었습니다.
지난 며칠간의 외도때 오두막에서 보름달을 보았으니까요.
창호지 문틈으로 스며드는 달빛이 따스했습니다.
오두막 동지, 아치 녀석, 눈을 보면, 우리는 서로를 잘 압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의 주인은 또 떠나겠지…….하는 듯한 슬픈 눈이 떠오릅니다.
배낭만 둘러메고 나와도 미리 알아봅니다.
가까운 나들인지, 먼 나들인지…….
아랫마을까지 따라 내려오는 것이 싫어
과자부스러기를 듬뿍 부어주고 집을 나서면
대게는 과자 먹느라 따라나서진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자고 뭐고 먼저 앞장을 섭니다.
또 하나, 딱 비포장 구간 300미터만 따라 내려옵니다.
그리곤 허탈한 표정으로 떠나는 주인을 보지요.
그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착잡함으로,
내가 너무 못된 짓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픕니다.
차가운 밤공기가, 첫얼음, 첫눈, 잔뜩 겁을 주는 뉴스들이
낯선 땅, 두 평 방안에 앉은 여행자를 사정없이 무너뜨리는군요.
아, 오늘은 시골 다방에도 갔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남의 집 처마 밑에 마냥 서 있는 것도 그렇고 해서요.
마침 적당히 요기할만한 곳도 없고,
해서, 다방 커피 한잔 마실 생각이었습니다.
50대쯤 보이는 주인은 대뜸 “커피요?”하십니다.
쌍화차 마실 사람으로는 안보였나 봅니다.
이런 저런 얘기에, 계란 프라이 두개를 내오고,
커피 두잔 값만 받더군요.
여행 중 만나는 사람들은 일상에서 접하는 사람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넉넉해진다고나 할까요.
살갑게 대하는 느낌이 어머니 아버지 같습니다.
또 누님, 형님 같은 편안한 느낌에 처음 보는 사이지만
주고받는 대화는 오랜 친구 같습니다.
비 오는 날,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걷는 일이 쉽지 않을 거라며
내어 온 계란 프라이는 걷는데 많은 힘이 됩니다.
간간히 날아오는 안부 문자들,
일일이 답장도 다 못 드리는 메일,
모았다 한꺼번에 보낼 수도 없는 답장이라
늘 고마운 마음 간직하고 있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어도,
어서, 다시, 들녘 농부의 환한 미소를 만나고 싶습니다.
어머니의 포근함으로 고구마 한쪽을 건네주시던
검우실 아주머니처럼 아름다운 여인들도 만나고 싶습니다.
200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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