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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

겨울 산에서 만난 노루발풀

by 눌산 2009.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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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겨울답지 않게 따뜻하게 지냈던 것은 벽난로 덕분입니다. 겨울이 오기 전 부지런히 나무를 해서 넉넉히 장작을 쌓아 두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많던 장작이 달랑달랑합니다. 잔뜩 쌓여져 있을때만 해도 아끼지 않던 장작을 요즘들어서는 펜션에 오신 손님들이 모닥불 피워달라고 할까바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하지만 야외 바베큐를 하거나, 필요한 경우 모닥불은 계~속 피웠습니다. 산중의 겨울은 길기 때문에, 앞으로도 쭈~욱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산으로 갑니다.

나무하러 갈려고 만 하면 날씨가 춥거나 눈이 왔기 때문에 사실은 게으름을 피웠던 것은 아닙니다. 때를 기다렸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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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산으로 갑니다. 제 전용 나무터가 있습니다. 4륜 구동으로 만 갈 수 있는 적상산 향로봉 아래죠. 다른 마을 분들은 길이 험해서 제 나무터에는 얼씬도 하지 않으십니다.

오해가 있을까바. 절대 나무를 베지 않습니다. 낫이나 톱은 아에 갖고 가지도 않습니다. 지난 가을 산림청인지 군청인지에서 간벌해 놓은 나무를 주워 올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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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벌해 놓은 나무를 들어 올리자 바로 저 녀석이 빼꼼히 얼굴을 내밉니다. 노루발풀이죠. 아마도 지난해 피고 진 꽃에서 떨어진 씨앗이 올라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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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발풀은 한 겨울에도 초록색 잎을 볼 수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꽃이 지고 난 후 씨앗이 그대로 매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저 녀석은 새순이라 이파리만 있는 것입니다. 통나무에 눌려 줄기가 휘었지만 끊질긴 생명력은 저리도 팔팔하게 매서운 겨울을 나고 있군요. 기특한 녀석. ^^








작년 7월 적상산에서 담은 노무발풀 꽃입니다. 대단하죠? 긴 겨울  동토의 땅에서 숨죽인 덕에 저리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다니 말입니다. 콧대 높은 여인 같기도 하고, 아래로 향한 꽃은 수줍은 촌여인의 미소를 보는 듯합니다. 흐트러짐 없는 당당함과 순백의 고고함, 비록 주목 받지 못하는 꽃이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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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깊어지면서 이파리를 모두 떨군 낙엽송의 자태가 더 꿋꿋해 보입니다. 곧, 연둣빛 새순이 올라오면 더 예뻐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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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이렇게 합니다. 굵은 밧줄로 나무를 묶어 아래로 끌어 내리는 방식이죠. 보통의 동네 오르신들은 지게를 이용하십니다. 하지만 전 지게를 져 본 경험도 없고 어깨가 약해 저 방법으로 나무를 합니다. 저만의 비법이랄까요. 단, 위에서 아래로 끌어내릴 수만 있다는 것이죠. 혹시 초보 나뭇꾼이시라면 저 방법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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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 가득 실었으니 이제 산을 내려갑니다.


높이 높이 쌓여가는 장작에, 노루발풀까지 만났으니 오늘은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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