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일(2005/10/2-11/22)간의 낙동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깔끔하게 한바탕 비가 내렸다.
그새, 이파리는 촉촉한 물기를 머금고,
나그네를 기다린다.
걷는 여행을 하면서, 비는 반갑지 않다.
사진도 찍어야 하고, 여유도 부려야 하다 보니
비는 방해꾼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잠시 반짝 내리는 비는 묵은 때가 씻기 듯 속이 후련함을 느끼게 한다.
강창교.
장마가 지면 물에 잠기는 잠수교다.
나룻배가 오가던 시절의 강창나루는 성시를 이루었다.
자동차로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는 지금보다,
불편함은 있어도 나룻배로 오가던 시절이
더 좋았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건 사람이 늘 우선이었던 세상의 얘기다.
아침은 늘 안개로 시작한다.
부끄러워 옷자락을 여미 듯 슬그머니 자신을 감추는 모습이 더 아름답다.
바람이, 물결이 만들어 낸 모랫그림. 뭐, 예술이 따로 있나....
씀바귀.
총총 썰어 소금, 간장에 버무리고, 들기름 살짝 뿌려
밥 비벼 먹으면 맛있습니다.
쌉쏘롬한 맛이 입 맛 돋구는데는 최고지요.
그런데, 이녀석은 농약을 친 땅에서는 자라지 않습니다.
차라리 콘크리트 바닥을 뚫고 자라는 한이 있어도 말입니다.
그 독특함 만큼이나 맛도 독하지요.
긴 제방이 이어진다.
촉촉한 맨 땅을 밟는 느낌,
고급 음식점의 붉은 카펫의 부드러움 못지 않다.
양파 심는 아주머니들.
맨 아래는 종종 만나는 녀석인데, 이름은 모르겠습니다.
먹음직스럽습니다.
제 어머니 말씀.
밥 공짜로 먹지 말고, 남의 농작물에는 절대 손대지 말것!
무우 하나, 고추 한 두개 따 먹는게 무슨 죄가 될까 하지만
정 먹고 싶다면 양해를 구하면 대부분 허락하십니다.
하지만 허락없이 손을 댄다면 그건 큰 죄악이지요.
특히 농작물은 더 그렇습니다.
강으로 갈 수 없는 길.
길은 다시 산을 넘는다.
대봉.
하나만 먹어도 밥 한그릇 먹은 만큼 배가 부르더군요.
대바위 마을의 낙암서원.
지도에는 竹岩으로 표기 되 있지만 주민들은 <대바위>라고 부릅니다.
죽암보다는 대바위가 훨씬 어감이 좋군요.
양파 심는 어머니.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 마음은 같습니다.
"양파 한번 심어 볼래요?"
"네"
감깐 일하고, 아침 참으로 컵라면에 커피까지 한잔 했습니다.
하루 일당 3만원.
날이 밝아 밭에 나와 해 떨어지면 일이 끝납니다.
"일당 3만원 주머니에 들어올때가 제일 좋지 뭐."
"그래도 나보다 젊은 양반이 더 힘들겠구먼."
투박한 당신의 손으로 커피까지 타주시는 마음,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을것 같습니다.
아, 어머니!! 당신이 미치도록 그립습니다.
"이쁘게 찍워 줘."
네^^
지도를 보니, 낙동면소재지가 코앞이다.
너무 쉽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 지역은 공군 사격장으로 인적 손상이 예상되니 출입을 금함.>
무시무시한 경고 표지판이 서 있다.
인적 손상이 예상된다는 말에 돌아갈 수 밖에.
결국 초죽음 상태가 되어서야 낙동면소재지에 도착했다.
<들어오면 쏜다.> 도 아닌데,
그냥 들어갈 걸, 밤새 후회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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