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일(2005/10/2-11/22)간의 낙동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부엌의 부지깽이도 들썩인다는 수확철.
너른 들녘 여기저기에서는 벼 수확을 하는 기계소리로 요란하다.
아침 참을 내가는 아주머니가 막 집을 나선다.
낯선 사내에 깜짝 놀라 주춤하는 사이,
인사성 밝은 내가 아니던가.
"참 내가세요?"
멀어지는 나를 향해 "단감 몇개 넣어가세요." 하신다.
"두 개만 주세요, 더는 무거워서 안되요."
여행은, 바로 이런 맛이 아니겠는가.
낯선 동네에서 만나는 사람들,
나보다 먼저 경계를 하는 건 당연한 일.
인사는 그 경계를 넘는데 최고의 디딤돌이 된다.
아침을 먹지 않는 습관은 긴 여행에서도 다르지 않다.
주머니에 넣었더니 무겁다.
차라리 뱃속에 넣고 가는게 낫겠지.
무게 좀 줄이자.
달다.....
10시를 넘기도록 안개는 자욱하다.
공사장 흙먼지까지 보태주니,
차리리 먼 길 돌아가는게 낫겠다.
강변으로 내려섰다.
모래밭을 걷는 일은 지옥 훈련이다.
제방으로 올라서, 갈 길을 바라 본다.
그래, 쉬어가자.
궁금해 하실까바.... 사진은 죄다 셀프입니다. 삼각대 놓고요....
새터마을. 거리 거리마다 만나는 풍경 중 하나, 벼를 말리고 있다.
배고프던 시절에는 말려 먹었던 감 껍질.
지금은 어른 애 할 것 없이 거들떠도 안본단다.
그래서 염소에게 줄려고 말리는 중.
어르신은 지금 감따러 가는 중.
손에 든 무기(?)가 색다르다.
끝에 호미를 묶어 매달았다.
강 길을 버리고 도로로 올라선지 두 시간.
지도를 보니 산 능선을 타는 지름길이 눈에 띈다.
경천대 전망대로 이어지는 임도로 MTB 코스다.
지름길이어서 좋고, 더 좋은 것은 흙길이라는 것.
거대한 공사 현장을 만났다.
이름하여 <상주 역사 민속박물관>.
건설의 나라 대한민국, 딱 맞는 말이네. 온 나라가 공사판이니....
경천대 관광지.
색색이 물든 단풍이 좋네.
황토가 깔린 돌탑 길을 오르면 경천대 전망대가 나온다.
힘들어도 오른다.
낙동강 칠백리의 출발점이 바로 이 상주 땅이 아니던가.
전망대에 오르면 아! 소리 절로 나오는 멋드러진 낙동강을 만난다.
하루 종일 뿌연 안개가 시야를 막는다.
드라마 <상도> 셋트장.
근래들어 드라마 셋트장이 참 많아졌다.
지자체에서 너도나도 드라마 촬영장을 유치하다 보니 그렇게 된 듯.
근데, 그게 다 돈이 되나.....
곶감의 고장답게 곳곳에 감나무로 가득하다.
홍시 원없이 먹어봤네.....
도남서원.
서원의 의미가 궁금하다.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굳건히 살아 남은 이 땅의 무수한 서원들.
허나, 대부분의 서원은 지금 굳게 문이 닫혀 있다.
많은 예산을 들여 복원했을텐데,
굳게 문을 걸어 잠궈두는 이유는 뭘까.
안동을 지나면서 이틀에 한번 꼴로 서원을 만났지만
서원 안으로 들어 갈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문을 꼭꼭 걸어 잠궈두는 이유는 '관리차원'에서 란다.
한탕을 노리는 밤손님 처럼 담장 너머에서 기웃거리기만 하다 말았다.
오늘은 여기 도남서원까지.
이 시간이 가장 싫다.
특히 홀로 여행할때는 더더욱.
해질녘의 스산한 기운이 온 몸으로 퍼져 온다.
몸도 마음도 나른함에 축 늘어 진다.
이시간이면 늘, 배가 고프다.
돌아가신 엄마 생각,
떠나 보낸 여인들 생각에 허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어서,
어디든 가서 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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