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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오지

54년 만에 전깃불 들어 온 오지마을

by 눌산 2010.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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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땅에 전기없는 마을이 있을까요?
실제로 있답니다.
첨단에 첨단을 달리는 이 시대에 호롱불과 촛불을 켜고 살아오신 할머니가 계십니다.
강원도 인제 OOO 마을에 홀로 사시는 할머니는 시집와 54년을 그렇게 사셨습니다.

오지여행을 하면서 알게된 할머니댁에 전기가 들어왔으면 좋겠단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방송과 신문 잡지에 소개하면 도움이 될까도 했습니다.

늦었지만.
많이 늦었지만.
할머니댁에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폭설 내린 날 전기 들어온지 3일 된 할머니댁을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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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댁은 해발 800미터 산꼭대기입니다.
설악산 대청봉과 오대산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허리를 90도로 숙여야 할 만큼 경사가 급한 길을 1시간 가량 걸어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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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댁은 너댓 번 찾았습니다.
갈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경치좋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처절한 이 땅 민초들의 삶을 만나러가는 길은 언제나 생각이 많아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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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기다리는 할머니댁에 도착한 것은 30m 눈폭탄이 쏟아진 날 늦은 오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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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댁입니다.
긴 겨울을 따뜻하게 해줄 장작이 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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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산꼭대기.
할머니는 54년 전 이곳에 신혼집을 차렸습니다.
그렇게 전기도 없는 생활을 하셨고
3일 전에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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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힘든 광경입니다.
전기 스위치가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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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 익숙한 생활을 하셔서 인지
너무 밝다며 등 하나를 빼버렸습니다.

처음으로 방에 불이 켜지던 날 할머니는 '아이쿠~'하셨답니다.
깜짝 놀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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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 양초도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할머니의 유일한 낙이셨던 라디오도
티브이로 바뀌게 되겠지요.
전기가 들어오고 아들이 가져다 준 전기밥통이 가장 편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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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들어오니 좋지요?
아니, 서운했어.
다 늙어 죽을때 되니까 놔줄게 뭐야.
이왕 놔줄거면 좀 일찍 놔주지....
좋다는 생각보다 화가 먼저 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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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들어오니까 너무 좋아.라고 하실 줄 알았습니다.
뜻밖의 대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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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내려오기 전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꽃피는 봄에 놀러와~하십니다.
저 사진을 뽑아 다시 한번 산을 오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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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눈이 다 녹을려면 봄이되야 할 겁니다.
동토의 땅에도 어김없이 꽃은 피겠지요.
따뜻한 겨울 나시길 빌어봅니다.

전기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25cm 눈에 도시가 마비되는 현실입니다.
아마도 도시는 마비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옥이나 다름없겠지요.

하지만 할머니는 그런 생활을 54년이나 하셨습니다.
잘사는 나라 대한민국 땅에서 말입니다.
눌산도 화가 납니다.
사치도 아니고 무리한 요구를 한 것도 아닌데
남들 다 쓰는 전기 좀 넣어달라고 그렇게 애원했건만
돈없다는 핑계로 방치한 대한민국의 관리들이 원망스럽습니다.
잘살면 뭐하고
선진국이 되면 뭐하겠습니까.
이 땅을 지켜온 할머니 소원하나 들어주지 못하면서 말입니다.
대한민국은 아직 정신 후진국입니다.
몸난 거구가 되었지
지능은 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얘기입니다.

아직 전기가 들어가지 않은 또 다른 마을에도 환한 전깃불이 밝혀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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