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경상북도 봉화 낙동강 최상류 마을 분천분교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졸업생은 네 명입니다.
한 가족으로 6년을 함께한 아이들은 사이좋게 똑같이 같은 중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오붓한 한 가족이 따로 없습니다.
도시라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산골마을 아이들만의 특권이라면 특권이겠지요.
눌산이 봉화 가는 날은 비가 내렸습니다.
졸업식이 있기 하루 전 날입니다.
하지만 다음날 폭설이 내렸습니다.
종일 내리고도 모자라 다음날, 그 다음날까지 내린 눈은 40cm에 달했습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준비했지만 눈 쌓인 강변길을 빠져나가는 길은 작전을 방불케 했습니다.
봄 눈은 습설입니다.
물기 머금은 촉촉한 습설은 무지 미끄럽습니다.
천하무적 세렉스도 엉금엉금 기어서 굴러갑니다.
분천분교 네 명의 졸업생 중에서도 민선이는 가장 먼 곳에 삽니다.
학교까지 4km나 떨어져 있는 낙동강 최상류 비동골이란 곳입니다.
비동골에서 빠져나오면 분천역입니다.
낙동강 1천 3백리 구간 중 더이상의 길을 허락하지 않는 곳입니다.
자동차는 물론 사람 조차도 갈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졸업식은 면소재지가 있는 본교에서 열립니다.
본교인 소천초등학교와 분천, 남회룡, 임기, 두음분교 아이들이 모두 모여서요.
다섯 개 학교 졸업생이 모두 모여도 22명입니다.
분교 아이들에게는 오랜만에 시내 나들이 한 셈이 됩니다.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이어지고.
앞 두 줄은 졸업생, 뒷줄은 본교 재학생들입니다.
아이들이 적다보니 졸업식은 양호실에서 열렸습니다.
전 졸업생 모두 이런 저런 상을 받았습니다.
민선이도 장학금과 상을 받았고요.
가족같은 분위기지만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졸업식장의 분위기는 엄숙합니다.
재학생 송사가 이어집니다.
눌산이 졸업할때만 해도 참 많이 울었던 것 같은데
요즘 아이들은 울지 않는다고 합니다.
많이 어른스러워 졌다는 얘기겠지요.
분천분교 네 명의 졸업생들입니다.
비소식을 듣고 달려간 봉화에서 이런 폭설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식이 거행되는 동안 내내 소리없이 눈이 쌓여 갑니다.
덕분에 눌산 일행은 눈때문에 고생 무지 했습니다.^^
식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6학년 교실을 둘러 봅니다.
이날 민선이는 가장 갖고 싶어했던 핸드폰 선물을 받았습니다.
졸업식날은 자장면을 먹어야 합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덕분에 눌산 일행도 오랜만에 탕수육 맛도 보고....
산골 아이들 뒷풀이는 눈싸움입니다.
산골아이들은 밝고 맑습니다.
눌산도 더불어 아이들과 함께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728x90
'마을-오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천 문암동에서 만난 2백년 된 귀틀집 (11) | 2010.03.03 |
---|---|
낙동강 최상류 오지마을 비동골 (5) | 2010.02.16 |
산 넘고 물 건너 찾아 간 합강마을 (4) | 2010.02.08 |
산에 사는 사람들 (7) | 2010.01.30 |
혼자서 통나무집 짓는 할아버지 (5) | 2010.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