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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마을하면 먼저 여유로움이 느껴집니다.
느리게 흐르는 강변에 풀을 뜯고 있는 소와 그 뒤를 졸졸 따르는 송아지 한 마리,
그리고 모락모락 피어나는 굴뚝 연기는 왠지 더 포근해 보입니다.
아마도 이런 풍경이라면 섬진강 변 강마을이 제격입니다.
그에 반해 낙동강은 좀 분위기가 다릅니다.
추위에 꽁꽁 얼어 붙은 강은 처절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야 만날 수 있는 '합강'은 낙동강 최상류 지역에 있습니다.
낙동강과 재산천이 만나는 합수머리로 강마을의 여유로움보다는 첩첩산중 분위기에 더 가까운 곳입니다.
합강의 들목 삼동치 전망대에 서면 속이 뻥 뚫리고도 남을 시원한 전망이 펼쳐집니다.
협착한 골짜기를 휘감아 돌아나가는 낙동강입니다.
저 아래 하류가 청량산이고 상류는 태백방향입니다.
낙동강 1천 3백리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지요.
자동차는 더이상 갈 수 없는 곳, 산을 넘어가야 합니다.
산 하나를 넘어서면 저 멀리 낙동강이 보입니다.
늦은 오후라 절반의 햇살만이 남아 있습니다.
낙동강은 꽁꽁 얼어 있습니다.
나룻배 대신 걸어서 강을 건넙니다.
합강에는 한 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뒤로는 산이, 앞으로는 강이 막은 오지 중의 오지.
하지만 그들에게 산과 강은 한 식구나 다릅없습니다.
아침상을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맛 본 물고기 조림이 맛 있습니다.
이 방에서 잤습니다.
아랫목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 있습니다.
아직도 입안에는 저 토종꿀의 달콤함이 남아 있습니다.
세월의 흔적들....
축음기.
삼악도 파도 깊이~~ 목포의 눈물은 아직도 쌩쌩하게 돌아갑니다.
지난 밤 눈보라가 몰아쳤습니다.
그 눈보라 속에 삼겹살을 구워 먹었습니다.
솥뚜껑에.
메밀묵을 만들어 주신답니다.
춘양장에서 천 원주고 빻아 온 메밀로.
따뜻한 메밀묵도 별미입니다.
좌우로 흐르는 강이 낙동강, 맞은편은 재산천.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다져진 강은 봄이 되야 녹는 답니다.
오랜만에 파란 하늘이 반갑습니다.
하지만 눌산은 먼저 나가야 합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2박3일 간의 합강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곧 봄이 오면 합강 어르신의 자가용인 저 나룻배도 생기를 되찾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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