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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이 넘은 어르신이 혼자서 통나무집을 짓고 계십니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눌산 눈으로 직접 봤으니 사실입니다.
지난 2년 간 약 2천 8백 개의 통나무를 쌓아 올린 어르신의 집은 아직 미완성입니다.
혼자서 들기도 힘든 통나무를 직접 쌓아 올렸다는게 믿기질 않습니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나무는 이미 어르신과 한몸이 된 듯 했습니다.
죽은 나무지만 한겨울 온기가 느껴지는, 생명이 숨쉬고 있었습니다.
요즘 눌산은 오지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오지는 이미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 남아 있는 사람의 마을들입니다.
사람과 자연이 어울린 생명이 숨쉬는 땅 말입니다.
하필 가장 춥다는 날만 골라 다닙니다.
복이 터진 셈이지요.
유난히도 추운 골짜기 깊숙한 곳이지만 그곳에는 사람이 있어 온기가 흐릅니다.
물을 건너고 산을 넘어 어르신의 통나무집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남쪽에는 벌써 봄기운이 감돈다지만 강원도 내륙은 아직 한겨울입니다.
멀리서 바라 본 어르신의 통나무집입니다.
지붕은 미완성입니다.
봄이되면 너와를 올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자연에 딱 어울리는 집이 그려집니다.
아름드리 통나무를 어떻게 들어 올렸을까요.
하나 하나 들어서 직접 쌓았다고 합니다.
통나무의 숫자는 총 2천 8백여 개.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어르신 일손을 좀 도와드렸습니다.
산 아래에서 메주콩을 지게에 지고.
눌산도 지게질 잘 합니다.
어르신의 집은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대신 호롱불과 가스랜턴을 사용합니다.
또 하나.
아궁이가 독특합니다.
엄청나게 큽니다.
사람이 들락거려도 될 만큼.
덕분에 한번 불을 지피면 3일 정도는 뜨근뜨근하다고 합니다.
방 사진은 없지만 저 방 안에 소금찜질방이 있습니다.
아랫목에 소금을 깔아 놓았는데 그 위에 누우면
열기가 온 몸으로 퍼지면서 잠이 솔솔옵니다.
딱 10분 잤는데 두어 시간 잔 듯한 효과가 있더군요.
어르신의 유일한 말동무는 돌이와 공주입니다.
녀석들. 참 똑똑합니다.
산 밑 통나무집에 아침이 밝아 옵니다.
여명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물지게를 진 어르신이 산 아래로 내려갑니다.
흐르는 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하지만
꽁꽁 얼어붙어 산 아래까지 오르내리며 물을 길러 오십니다.
사람이 사는데 없어서는 안 될 이 두 가지가 다 없습니다.
전기와 물.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르신의 연세는 올해 일흔 넷.
눌산도 감당 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집니다.
매일 아침 냉수마찰을 하고
물을 길러다 식수로 씁니다.
틈틈이 통나무집 짓는 일을 하십니다.
따뜻한 봄이오면 근사한 통나무집이 완성되겠지요.
좀 더 편안한 모습을 뵐 수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눌산은 궁금했습니다.
일흔 넷의 연세에 저런 엄청 난 일을 왜 벌리셨는지...
그것은 바로 어르신에게 남은 마지막 꿈 때문입니다.
남은 여생 오갈데 없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꾸미고 싶었다고 합니다.
농사도 짓고 약초도 캐면서 말입니다.
부디 그 꿈 이루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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