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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는 현장을 만났습니다. 최근 등산로를 재정비하며 설치한 쇠사슬입니다. 자연훼손은 물론 등산객의 안전까지 위협 할 수 있는 쇠사슬이 등산로 곳곳에 설치되 있었습니다.
현장은 전라북도 진안의 명도봉입니다. 명도봉은 '운일암반일암' 계곡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입니다.
'운일암반일암'은 옛날 이곳에 길이 뚫리기 전 구름만 지나다녔다고 해서 붙여진 '운일암'과 골이 워낙 깊어 하루에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반나절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반일암'을 하나로 부르는 이름입니다. 그 이름에 걸맞게 계곡은 기암괴석과 청정옥수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룹니다. 명도봉 등산은 이 운일암반일암에서 시작합니다.
계곡가로 난 산책로를 따라 가다 산으로 치고 올라갑니다. 촉촉한 흙을 밝으며 산죽밭을 지나면 너덜지대가 나오고 거대한 암석이 멋드러진 등산로가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게 왠말입니까. 곳곳에 설치된 쇠사슬이 눌산을 열받게 합니다.
바위에 구멍을 뚫어 쇠파이프를 설치한 곳도 있습니다.
무거운 쇠사슬이 축쳐진 모습입니다. 무게가 있다보니 출렁거리다 사람이라도 친다면 오히려 등산객의 안전까지 위협 할 수 있습니다.
한 나무에 양쪽으로 쇠사슬을 매단 경우도 있습니다. 출렁거리지 않게 작대기 하나 걸어 둔 모습이고요. 쇠사슬 설치는 그리 오래되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에 공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여긴 안전하고는 거리가 먼 편안한 길입니다. 절대 위혐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친절이 도가 지나쳤다는 얘기지요. 그것도 무지막지한 쇠사슬까지 설치하면서 말입니다.
아, 이곳 바위를 감고 있는 쇠사슬을 보고 섬뜸했습니다. 절벽구간이라 등산객이 줄을 잡고 가게 됩니다. 그런데 쇠사슬과 바위에 사람의 손이라도 낀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 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설치했다는 얘깁니다.
여긴 2차선입니다. 쇠사슬이 두 줄로 설치되 있습니다.
계속 황당한 현장이 이어집니다. 나무 보호를 위해 나무에 닿는 부분은 프라스틱 호스를 감았는데, 아마도 공사하다 여기서 딱 떨어졌나 봅니다. 그냥 비닐로 대충 감아 놓은 모습입니다.
역시 그랬나 봅니다. 비닐은 고사하고 그냥 나무에다 쇠사슬을 감아 버렸습니다. 나무에는 이미 상처가 나 있고요. 시간이 더 흐르면 상처는 더 깊어지겠지요.
산꼭대기에 빨랫줄이라도 걸어 놓은 모습입니다.
나무 뿌리에다 쇠사슬을 걸어 놓은 곳도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잡고 지나갈텐데 과연 잘 견뎌줄까요.
온 산이 쇠사슬로 연결 되 있습니다. 두 줄, 세 줄, 거미줄 처럼 말입니다.
등산객 보호가 아니라 쇠사슬 보호를 목적으로 설치한 건 아닌지...
굵은 나무도 아닌 가냘퍼 보이는 이렇게 가는 나무에도 쇠사슬은 묶여 있습니다.
이런 황당한 경우는 처음 봅니다. 거미줄 처럼 연결된 쇠사슬은 족히 수백 미터는 되 보입니다. 등산객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연을 훼손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산행 내내 일제의 쇠막뚝이 생각났습니다.
쇠사슬은 정비 등산로라고 표시된 노란색 부분에 설치되 있습니다. 눌산이 확인한 쇠사슬 설치 현장은 현위치에서 명도봉 1.5km 구간과 주차장까지 1.6km 구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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