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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걷느냐고 묻는다면 '그냥'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순간 다시 물어도 같은 대답을 할 겁니다. 딱히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할 일이 없다는 의미와는 다릅니다. 걷는게 곧, 나의 삶이니까요.
계북천을 받아들인 금강은 몸집이 더 불어났습니다. 처음 출발한 뜬봉샘의 1미터도 안되는 실개천이 이렇게 넓은 강이 되었습니다. 갓난아기가 엄마 젖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 소년이 된 셈입니다.
하늘내들꽃마을이 있는 옛 연평초등학교 앞에 텐트 한동이 보입니다. 매트리스 하나 깔고 누워 낮잠이나 한숨자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전국의 버스정류장이 다 다릅니다. 각 지자체마다 특성을 살린 디자인이 제법 멋스러운 곳도 있습니다. 가장 보편적인 것이 알미늄으로 만든 표준규격이죠. 중요한 것은, 쉬어가기 좋다는 것입니다.
연평리에서 금강은 13번 국도를 버리고 726번 지방도로를 따라 갑니다.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금강의 물굽이가 몇구비나 될까. 처음부터 세어볼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아마도 수백구비는 되겠지요. 우리나라는 대부분이 이런 사행천(蛇行川)입니다. 대표적인 강이 동강이죠. 하늘에서 내려다 본 동강은 영락없는 뱀입니다.
한낮에 뭘 잡을까요. 물고기도 낮잠자는 시간인데 말입니다. 아마도 세월을 낚고 있지 않을까....
연평리 평지마을입니다. 도로 한가운데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옛날에는 그랬습니다. 도로를 닦을때 이런 경우 나무가 우선이었습니다. 지금은, 사람이 우선입니다. 나무가 우선이든 사람이 우선이든, 결국은 사람을 위한 일인데...
평지마을 앞 강으로 내려섭니다. 넓은 자갈밭이 걷기에는 조금 불편하지만 도로보다는 낫습니다.
물에 떠내려 온 쓰레기 봉지를 물고 냅다 줄행랑치는 야옹이.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뺏아 먹을까바 그러나?
알려드리것습니다~ 들리시나요? 이장님의 애타는 목소리.
사람이 떠난 이 집 주인은 꽃입니다. 그래서 폐가라고 하면 안됩니다. 어엿한 주인이 살고 있으니까요.
곳곳에 널린 모래톱은 한여름 물놀이 하기에 그만일 것 같습니다. 물이 구비치는 방향에 따라 절벽과 모래톱이 공존합니다. 걷는자에게는 난감한 일이지요. 강을 건널 수 없으니 돌아가는 수 밖에요.
여긴 아마 신기마을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나라 지명 중에 가장 흔한. 풀어쓰면 '새터'가 됩니다. 마을에서 분리 된 새로운 마을이란 뜻입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간판입니다. 알고 봤더니 서당입니다. 겨울과 여름방학을 이용한 아이들 체험 공간. 길에서 만난 어르신께 뭐하는 곳이냐고 여쭤봤더니 "저기 훈장이 김대중이여~"라고만 하십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갑니다. 복사꽃이 막 떠나는 중입니다.
눈을 의심케 하는 풍경입니다. 초가집으로 보였으니까요. 양철지붕만 아니라면 딱 '오막살이'가 떠오르는 오두막입니다.
가막교 다리를 건너면 진안 땅입니다. 가막유원지가 있는 곳이지요. 콩국수, 냉면, 짜장. 출출하던 차에 딱 맞아떨어지는 식당이 나타납니다.
내내 함께 했던 도로와 멀어지는 구간입니다. 지도상으로 더 이상 걸어서 조차도 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입니다. 하지만 강은 산협을 파고 흐릅니다. 넓은 모래톱과 자갈밭은 한눈에 보기에도 유원지 분위기가 납니다. 가막유원지랍니다.
강을 따라 이런 길이 쭈욱 이어집니다. 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끝까지 가봅니다. 푹신푹신한 모랫길이니까요.
'의암'이 막아 선 길의 끝입니다. 방법은 있습니다. 강을 건너 천반산을 오른 다음, 죽도유원지 쪽으로 내려서면 다시 금강과 만날 수 있습니다. 죽도에서 금강은 곧바로 용담호로 스며듭니다. 금강 천리길 중 가장 난코스일 겁니다. 천반산을 넘어서도 용담호 구간은 여지없이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야 하니까요. 또 하나의 방법은 도로를 따라 천반산을 크게 돌아가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전자를 택하기로 했습니다. 거리도 가깝거니와 천반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육지 속의 섬' 죽도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징검다리를 누군가 꼭 건너 갈 것 같은 생각에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서울서 전학 온 소녀라도 나타날 것 같은 기분에요.
대신 그 소녀를 업고 저 징검다리를 건너 줄 소년이 나타났습니다.^^
금강도보여행 -1 금강의 발원지 뜬봉샘 -> http://www.nulsan.net/929
금강도보여행 -2 수분리에서 장수읍내까지 -> http://www.nulsan.net/931
금강도보여행 -3 장수읍에서 천천면 월곡리까지 -> http://www.nulsan.net/944
금강도보여행 -4 천천면 월곡리에서 하늘내들꽃마을까지 -> http://www.nulsan.net/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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