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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집 속설 남긴 면양 최양선생의 자취가 서린 반송마을
데미샘을 떠난 섬진강은 원신암마을을 지나 반송마을로 접어듭니다. 졸졸 흐르던 시냇물은 어느새 강폭을 넓혀 미역을 감아도 좋을 만큼 수량이 넘쳐 흐릅니다. 비 온 뒤라 물빛은 탁하지만 물소리 만큼은 맑습니다.
반송마을에는 쉬어가기 좋은 마을 숲이 있습니다. 두꺼비 손등 같은 수 백 년 된 느티나무둥치가 마을의 역사를 짐작케 합니다. 물가 마을이라 홍수에 대비한 숲으로 아름드리 나무숲 뒤로는 섬진강이 흐릅니다.
마을숲 옆에는 면양 최양 선생의 유허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태조 이성계가 여러 차례 불렀으나 충신은 불사이군이라며 굽히지 않은 지조로 최고집이라는 속설을 남긴 최양 선생은 반송마을에서 가까운 진안 팔공산에서 3년 간 운둔 생활을 했다고 전해져 옵니다.
반송마을은 비교적 큰 마을입니다. 지금도 30여 가구가 삽니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나즈막한 토담이 정겹습니다. 반듯한 콘크리트 담장에 비해 헐해 보이지만 토담에 눈길이 더 갑니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어르신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해 보이는 자세로 누워 있다 카메라를 보고 일어나십니다.
"날 찍어? 뭐드게 찍어. 다 늙어빠진 할망구들인디..."
"편안해 보이셔서요."
"앉아 봐. 시원해. 여그가 울 동네서 젤로 시원한디여."
모정에 굴러 다니는 물병들. 용도가 뭘까요? 벼게입니다.
빈 물병에 물을 담아 벼게로 쓰고 있습니다. 말랑말랑한게 벼게로는 딱이다 싶습니다.
"한본 비 볼란가? 안 딱딱혀서 좋아."
"저는 엄니 팔벼게하고 자고 싶은디요.ㅎㅎ"
몸이 안 좋아 일을 많이 못하신다는 어르신. 간만에 말동무가 생겼다 싶으신지 얘기가 끝날 줄을 모릅니다.
"비 때문에 올 고추농사는 망쳤어"
"그래도 어쩔것이여. 못 묵는 것은 버리드라도 쓸만한 것은 골라 써야제."
성격 참 좋으십니다. 속상할 만도 한데 허허 웃고 털어버리십니다. 하늘을 탓 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토담 너머로 능소화가 곱게 피었습니다.
백운면 물레방아를 찾아 갑니다. 갑자기 비가 내려 막 뛰어 갔다니 금방 그칩니다.
새로 싹 보수를 했습니다. 아니 거의 새로 다 지은 것 같습니다. 양철지붕이 얼마나 반짝거리는지 파리가 낙상이라도 할 것 같습니다.
문화재라는 것은 사람이 손을 대는 순간 그 가치는 사라지는 것입니다. 눌산 생각입니다.
섬진강 기행, 다음으로 쭈욱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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