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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도보여행 -4 천천면 월곡리에서 하늘내들꽃마을까지 아스팔트 도로 위를 걷는 일은 정말이지 고통입니다. 발바닥에 불이 납니다. 맨땅과는 전혀 다릅니다. 다리가 아프고 안아프고의 문제가 아니라 발바닥이 너덜너덜 되버립니다. 걸레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도로와는 가급적 멀리 떨어져 걷습니다. 길이 없더라도 논두렁밭두렁을 지나 그냥 치고 나갑니다. 사람 손타지 않은 자연, 금강의 속살을 만나고 싶어서 입니다. 볍씨를 뿌리고 모나 나오면 모내기를 합니다. 벌써 여름으로 가는 분위기입니다. 모정에 빙 둘어 앉아 새참 먹는 상상을 해봅니다. 배가 고프나봅니다. 아, 정말이지 보고 싶지 않은 공사현장이 자꾸 나타납니다. 눈도 피곤하지만 무엇보다 먼지때문에 보통 고역이 아닙니다. 강바닥을 박박 긁어 누룽지라도 끓여 먹을 모양입니다. 저 윗동네 양반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싸.. 2010. 5. 13.
지붕 위의 야옹이 야옹이는 높은 곳을 좋아합니다. 이따금 들려오는 야옹이 소리에 둘러보면 2층 지붕에 앉아 있습니다. 사랑방 책상 의자에 앉아 있는 자기 주인과 눈높이가 딱 맞는 곳에. 야옹~하는 소리도 평소와는 다른, 아주 부드러운 소리로. 주인 뭐하나 감시하나 봅니다. 맛있는 거 혼자 다 먹나 하고. 높은 곳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어떤 위협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본능 같습니다. 멧돼지 역시 주변을 감시할 수 있는 능선 볼록한 부분에 집을 짓습니다. 육안으로 확인 뿐만이 아니라 냄새를 맡기 가장 좋은 장소니까요. 보통 두어 시간 저러고 앉아 있습니다. 앉아 졸기도 하고, 눈이 마주치지 않으면 야옹~하며 부릅니다. 하품도 연타석으로. 안돼~ 가지마! ^^ 또 하루가 지나갑니다. 서산을 붉게 물들이며. 2010. 5. 12.
금강 도보여행-3 장수읍에서 천천면 월곡리까지 장수읍 노하리 마을숲에서 출발합니다. 주말을 민박집 주인으로 보내고 오랜만에 걷기에 나섰습니다. 걷기에도 탄력이 붙어야 할 만 합니다. 며칠 쉬고 나면 게을러지기 마련이니까요. 노하리 마을숲입니다. 근사하지요? 아침시간이라 숲을 찾아 든 빛이 포근해 보입니다. 자주괴불주머니로 가득찼던 숲에는 애기똥풀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습니다. 밋밋한 하루하루지만 자연은 잠시도 쉬질 않습니다. 신기마을 건너 제방길로 들어섭니다. 멀리 보이는 도로는 13번 국도입니다. 다행이도 국도와 떨어져 걷는 길이 있습니다. 경운기 로타리 친다고 하지요. 모내기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물빛이 탁해보입니다. 상류 공사때문입니다. 그래도 먹잇감을 찾는 새들의 움직임은 바쁩니다. 도보여행을 많이 했지만 습관같.. 2010. 5. 12.
며느리의 비단주머니, 금낭화(錦囊花) 그 이름도 화려한 비단주머니꽃, 금낭화(錦囊花) 금낭화는 이름 만큼이나 무척 화려한 꽃입니다. 북극 어느 나라에서는 이 금낭화를 보고 '장군의 하트'라고 한다지요. 대단한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우리꽃에는 우리 이름이 어울립니다. 어린 순은 나물로도 먹습니다. 그래서 며눌취(며느리취)라고도 합니다.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입니다. 영어명은 'Bleeding heart'로 '피흘리는 심장'이란 뜻이 됩니다. 심장에서 피가 한방울 뚝 떨어지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같습니다. 똑같은 꽃이지만 며늘취, 며느리 주머니꽃, 비단 주머니꽃으로 이름 붙인 우리 조상들의 고운 심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금낭화(Dicentra spectabilis Lem.)는 현호색과의 다년생 숙근초.. 2010. 5. 12.
자연의 속도는 얼마나 될까 단풍이 남하하는 속도는 시속 25km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봄이 북상하는 속도는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가을 단풍에 비해서는 더딘 것 같습니다. 개나리를 기준하면 제주도와 서울의 개화시기는 한달 정도 차이가 납니다. 진달래는 조금 빠릅니다. 약 보름에서 20일 정도. 변덕이 심한 봄날씨 때문입니다. 이 있는 서창마을과 적상산 향로봉의 표고차는 약 600미터. 집주변 나뭇잎이 연둣빛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딱 일주일 만에 중간 지점까지 봄물이 들었습니다. 2주 정도 지나면서는 8부 능선까지 올라갔습니다. 향로봉은 여전히 겨울빛입니다. 봄의 경계선이 뚜렷합니다. 그동안 느리게 올라오던 봄도 이제부터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갈 겁니다. 순식간에 초록으로 변하겠지요. 느리게만 느껴지는 자연의 속도도 탄력이 붙으면 만만.. 2010. 5. 11.
허망한 봄날이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좋아하시나요? 이 노래. 눌산은 음치입니다. 듣는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고요가 좋습니다. 바람소리가 좋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좋습니다. 낮잠을 잤습니다. 잠에서 깨어 창문을 여는 순간, 한줄기 바람이 훑고 지나갑니다. 아, 봄도 함께 사라집니다. 신나는 봄이었지. 그래. 눈이시리도록 아름다운 봄날이었어. 2010.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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