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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스스로 택한 느리고 게으른 삶, 피아골 한귀연 씨 스스로 택한 느리고 게으른 삶 / 지리산 피아골 한귀연 씨 19번 국도를 달린다. 곳곳에 ‘전망 좋은 곳’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이른 봄여행에 나선 여행자들은 안내판이 친절하게 가리키는 곳에 자동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다. 지리산과 섬진강, 19번 국도가 나란히 달리는 구례에서 하동 가는 길이다. 섬진강 하류에 다가갈수록 대숲의 초록이 일렁인다. 햇볕에 반사된 강물은 은빛으로 빛난다. 아직은 이르지만, 남도에는 봄이 오고 있었다. 기억 저 편에서 편안하게 쉬어 가시라 19번 국도가 지나는 이 구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이다. 곧 매화가 꽃을 피울테고, 이어서 산수유꽃과 벚꽃, 배꽃이 그 뒤를 잇는다. 꽃이 피어나는 순서는 어김없는 자연의 순리다. 봄이면 지리산 남쪽자락과 섬진강 .. 2017. 3. 8.
따뜻한 봄날 걷고 싶은 길, 여덟 곳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체는 동면을 한다. 사람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런 이유로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긴 겨울 축적 된 기운을 모아 새순을 돋고, 꽃을 피운다. 사람은, 가슴을 열고, 오감으로 대지의 힘찬 기운을 받아들인다. 문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구가 넘쳐나고, 움츠린 어깨와 굳은 몸에 생기가 돈다. 자연과 가장 가까이 마주하는 방법으로 걷기만큼 좋은 수단이 또 있을까. '걷기'의 의미는 죽자 사자 이를 악물고 걷는 고행의 길과는 다르다. 굳이 거리와 시간에 의미를 부여할 이유도 없다. 보고 싶은 만큼, 걷고 싶은 만큼만 걸으며 자연과 호흡하면 되는 것이다. 오래 묵을수록 좋은 것들이 많다. 길도 그렇다. 사람의 발자국을 먹고 자란 옛길은 발바닥으로 전해져 오는 감촉이 다르다. 길에서 향기가 난다.. 2017. 3. 3.
'소이나루 사람들' 서면마을 이야기 무주의 금강변 마을 '서면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지난 봄부터 작업했던 것으로 마을의 역사와 문화, 사람, 풍경, 골목을 담았다. 마을 최고령 102세 할머니, 유독 흥이 많으신 빨간 지붕집 어르신, 웃골에서 우연히 만나 옛 이야기를 맛깔나게 들려주신 어르신, 시심 가득한 문학소녀 부녀회장님, 무주에서 가장 바쁘게 사는 이장님, 마을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었던 삼총사, 늘 웃음 주신 총무님..., 인터뷰를 위해 귀한 시간 내어주신 마을 주민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행복했습니다. 2017. 3. 2.
무주군 마을이야기, 마을로 가는 축제 지난해 무주에서는 19개 마을이 참여하는 사계절 ‘마을로 가는 축제’가 열렸습니다. 시작은 민관, 그리고 전문가가 참여했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마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였습니다. 행사는 마을 주민들 주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미숙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내 집을 찾아 온 손님을 대하듯 도시민들에게 마을을 소개하고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특산물 판매와 마을별 특성에 맞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마치 외갓집에 온 듯 참가자들은 시골정취를 즐기며 체험과 휴식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눌산은 여름축제부터 겨울축제까지 진행과정을 취재하였습니다. 그리고 축제에 참가한 19개 마을과 축제이야기를 엮은 책이 발행되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농산어촌 마을에는 숙박과 식사가 가능한 시.. 2017. 2. 27.
황금빛 복수초를 만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복수초가 꽃을 피우는 장소가 몇 군데 있다. 동해시는 그 중 하나로 빠를 때는 12월에도 꽃이 핀다. 폭설이 내렸을 때는 눈에 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니, 날이 풀리자 산자락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소설가 박완서님은 글에서 복수초를 표현하기를, 중학생 아들의 교복단추가 마당에 떨어져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고 했다. 이른 봄 잿빛만 가득한 마당에 황금빛 복수초가 그렇게 보였던 것이다. 군락지 보호를 위해 출입금지 푯말과 함께 줄을 쳐서 들어가지 못하게 해 놨다. 그렇게 해놔도 들어가는 인간들이 있는 모양이다. 수많은 발자국과 짓밟은 흔적들이 보인다. 300mm 망원으로 담았다. 2017. 2. 26.
방 안에 바위가! 포항 선류산장 문득 그리운 풍경이 떠오를 때면 달려가는 곳이 있다. 경상북도 포항, 해발 822미터 수석봉 골짜기 끄트머리에 자리한 선류산장이다. 17년 동안 오롯이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산장은 나무와 흙과 바람이 만든 걸작이다. 농암재와 운유당, 그리고 차 마시는 공간인 산장 본채가 조붓한 골짜기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흙과 나무 같은 자연적인 소재로 지은 집은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 가만 앉아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연으로부터 얻은 먹을거리를 즐긴다. 선류산장의 가장 큰 매력은 군불 지피는 구들방에 있다. 단 하룻밤만으로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방 안에 바위가 있다! 집을 짓다가 큰 바위가 나왔다. 굳이 깨지 않고 그대로 둔 상태에서 방과 거실을 만들고 벽을 쌓았다. 겨울에는 온기를.. 2017.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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