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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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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빛, 봄물 들다 봄색이 짙어졌다. 산꽃이 피고, 지고. 연둣빛은 어느새 초록이 되어 간다. 빈 바구니 들고나간 어르신, 묵직한 바구니 들고 나타나신다. / 무주 설천면
촉촉한 산길 끝에, 나만의 아지트 있다. 비가 그치고, 하늘이 열린다. 산봉우리에 걸린 구름이 골짜기를 타고 흐른다. 촉촉한 산길을 오른다. 이런 날은 임도가 좋다. 7부 능선 위로는 여전히 연둣빛이지만, 그 아래로는 이미 초록빛이다. 이즈음에만 볼 수 있는 산빛이다. 탁 트인 시야와 적당히 넓은 폭은 우선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안전하다는 의미다. 임도의 매력은 또 있다. 급경사가 없다는 점이다. 적당히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면서 산허리를 휘감아 넘어간다. 좀 더 느리고, 좀 더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촉촉한 산길이 끝나는 곳, 나만의 아지트다. 멀리 금강이 흐른다. 더 멀리 산 너머에는 구름이 흘러간다.
화란춘성(花爛春城)하고 만화방창(萬化方暢)이라. 투표를 마치고 '그 길'로 접어들었다. 드라이브 삼아 나선 길이지만, 속내는 두릅이나 몇 개 따볼까하는 생각에서다. 매년 가는 곳이다. 그리고 나만 아는 두릅 밭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누군가 한발 앞서갔다. 마음을 비우니 눈앞에 딴 세상이 펼쳐진다. 화란춘성(花爛春城)하고, 만화방창(萬化方暢)이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유채꽃 영산강 유채밭이 사라졌다죠? 사진가들이 참 많이 찾던 곳인데, 아쉽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사라져버렸는 걸. 그놈의 4대강 때문에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유채는 강변에 많이 심었습니다. 4대강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강이 공사판이 되면서 사라져버렸습니다. 유채가 뭔 대수냐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유채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라는 얘기지요. 큰강에는 '국가하천'이라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국가가 마음대로 해도 되는 하천이라는 뜻이었나 봅니다. 유채밭을 보니 영산강이 생각났습니다. 이젠 사진으로나마 볼 수 밖에 없는 영산강 유채밭 말입니다.
아, 환장할 봄빛이여 비 개인 후 하늘빛이 예술입니다. 봄빛은 또 어떻고요. 사부작사부작 올라오던 연둣빛이 적상산을 점령해버렸습니다. 아, 말이 필요없는 환장할 봄빛입니다. 나흘만에 정상부근만 남겨두고 연둣빛이 가득합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겨울 옷을 입었는데, 날씨가 사람 정신없게 만드네요. 며칠 서울나들이 다녀왔더니 뒤란 당산나무가 낯설게 느껴질 정돕니다. 한동안 외면받던 저 자리도 사랑받을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한낮의 오수도 즐기면 됩니다. 사람은 자연에서 나는 것을 먹고 흙냄새 맡으며 사는게 당연한데 서울이라는 도시는 갈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 낯선 땅입니다. 언제나 딴 세상입니다. 사람이고 자동차고 건물이고 다 모조품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촘촘히 들어 선 아파트 단지를 보면 진짜 사람 사는 집이 맞나 할 정도..
해발 500미터까지 올라 온 봄 무주의 봄은 늦다. 이제 산수유꽃이 한창이다. 비교적 바람을 타지 않는 읍내 벚나무도 이제 막 피기 시작했으니까. 적상산 자락 해발 500미터에 자리한 '언제나 봄날'에도 봄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파릇한 새싹이 돋고, 마당 한가운데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민들레가 꽃을 피웠다. 몇해 전 마당을 콘크리트로 덮어 버렸다. 그 전에는 온통 민들레 밭이었는데... 비에 쓸려 내려가는 잡석을 감당 못해 한 일이지만, 새생명은 그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 고들빼기다. 등산 온 아주머니들이 환장하고 뜯어가던 그. 마당 한켠에 광대나물이 피었다는 건 야옹이 때문에 알았다. 향기가 좋았는지 꽃냄새를 맡고 킁킁 거린다. 저 아래 금강은 연둣빛이다. 물 오른 나무들이 좋아 어쩔 줄을 모른다. 꿈속에서도 만나고 싶은 봄볕이 아니..
남도의 봄 자동차로 1시간만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봄빛이 완연한데, 무주의 봄은 아직 이르다. 오늘밤에는 눈 예보도 있다. 아침 저녁으로는 벽난로를 피워야 할 만큼 바람도 차다. 그러고보면 대한민국 땅 좁은게 아니다. 강원도 인제 골짜기에는 아직 잔설이 가득하단다. 덕유산에도 아직 눈이 가득 쌓였다. 그 눈 다 녹을려면 이달 말은 되야겠지. "올해는 꽃이 많이 늦네요." "아니여, 윤달이 끼서 그러지 늦은게 아니여." 그렇구나. 음력으로 따지면 오히려 빠른거구나. 세상 사람들은 각자의 기준으로 따지니 그럴수밖에. 날짜로만 보면 수북히 쌓여 있어야 할 동백이 이제 막 피기 시작했다. 세상사 어지럽다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바뀌고 있다. 그 귀하던 개불알풀도 땅바닥에 쫘악 깔렸다. 그래도 자꾸 눈길이 간다. 저 앙증맞은..
이 찬란한 봄빛, 누가 흉내 낼 수 있을까 화란춘성(花爛春城)하고 만화방창(萬和方暢)이라 말 그대로 꽃이 만발한 봄입니다. 풀 나무 꽃... 생명을 가진 모든 만물이 소생하는 봄입니다. 눈이 부셔 숨 돌릴 틈도 주지 않습니다. 벚꽃이 낙화를 시작하니,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납니다. 이 산 저 산 온통 산벚꽃이 점령했군요! 연둣빛은 한 폭의 수채화입니다. 420년 된 소나무도 끽소리 못하고 자릴 내주었습니다. 그림이든 사진이든 누가 이 찬란한 봄빛을 표현 할 수 있을까요. 흉내만 내는 거지요. 폼만 잡는거지요. 손잡고 가자. 저 산 너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