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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의 봄은 남쪽에 비해 많이 늦습니다. 봄꽃의 개화시기만 봐도 1주일에서 2주일 이상 늦게 핍니다. 전국적으로 벚꽃축제가 다 끝났지만 무주 설천면에서는 지난 4월 12일부터 14일까지 느지막이 열렸습니다.

'제3회 설천 뒷작금 벚꽃축제'를 찾은 여행자들은 설천면 외식업 협의회에서 준비한 먹거리와 함께 벚꽃길을 걸으며 한나절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래전부터 무주의 벚꽃 명소로 소문난 구천동 벚꽃길도 같은 시기 만개했습니다. 구천동 벚꽃길은 무주구천동 33경 중 제1경인 나제통문에서 2경 은구암까지 2.2km 구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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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에서 벚꽃이 가장 늦게 피는 금강마실길 잠두마을 옛길 구간에도 봄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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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천리 400km 구간중에 가장 아름다운 무주 금강마실길 1코스를 걷다!

부남면 도소마을에서 대문바위-벼룻길을 지나 무주읍 잠두마을까지

 

무주하면, ()이지라고들 한다. 과거에는 산골, 오지의 인상이 강했다면 요즘은 덕유산 설경과 적상산의 단풍 등 내로라하는 명소들은 죄다 산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주에는 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금강이 무주를 거쳐 흐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외지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우리나라에서 한강·낙동강에 이어 3번 째로 긴 강인 금강이 무주를 지난다. 금강의 발원지는 무주와 이웃한 장수읍 수분리 신무산 자락에 위치한 뜬봉샘이다. 발원지에서 금강 하구둑까지 약 400km에 이르는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은 어디일까. 강을 따라 걷는 도보여행자 카페 회원인 차혜련씨는 단연 무주를 지나는 20km를 금강의 백미로 꼽았다. 부남면 도소마을에서 남대천과 합류하는 서면마을까지 조성된 금강마실길을 따라 걷다보면, 차씨가 손꼽은 가장 아름다운 금강을 만날 수 있다.

금강마실길은 1,2 코스로 나뉜다. 적당히 걷기 좋을 만큼의 거리로 코스를 구분해 놓았다. 오늘 소개하는 곳은 1코스, 부남면 도소마을 앞 강변에서 시작해 무주읍 잠두마을 직전까지다. 마을 앞으로 흐르는 금강 물길이 섬을 가운데에 두고 두세 갈래로 나뉘는데, 이런 이유로 붙여진 지명이 섬소였다. 도소는 섬소의 한자 지명.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무주 최고의 늦반딧불이 출현 지역 중 한 곳이다. 부남슬로공동체 김재구 위원장은 늦반딧불이는 8월 말부터 늦으면 10월 첫 주까지 볼 수 있습니다. 후텁지근한 기온과 부드러운 바람이 도와준다면 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반짝이는 반딧불이의 군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라며 청정 지역임을 자랑했다.

 

 

부남면소재지까지는 자동차도로와 농로를 번갈아 걷는다. 덤덜교 다리를 건너면 부남파출소다. 오른쪽으로 잠시 눈을 돌리면 대문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자동차도로가 뚫리기 전 산자락과 바위 절벽 사이의 소롯길로 다녔다. 대문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금강을 굽어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위치에 있어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다.

길은 대소마을에서 부남면사무소 뒤로 이어진다. 강변을 따라 내려가는 나무 덱 위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하류로 향한다. 언덕 아래로 걷던 길이 끝날 즈음 잠시 사과밭을 만나고, 이어 벼랑길로 접어든다. 봇둑길이라고도 불리는 벼룻길 구간으로 벼룻길은 강가나 바닷가 낭떠러지로 통하는 비탈길을 말한다. 지금은 사람의 길이 되었지만 오래 전에는 수로(水路)였다.

강 건너 봉길 마을을 마주 보며 약 1쯤을 내려가면 선녀와 나무꾼전설이 깃든 각시바위가 앞을 막는다. “옛날 천상(天上)에서 내려온 선녀가 목욕을 하고 올라가려다 천의(天衣)를 잃어버리고 오르지 못하자 인간세계에 남아 결혼하고 아들 셋을 낳았는데, 후에 선녀가 천의를 찾아 입고 하늘로 올라가고 있을 때 하늘에서 내린 벼락을 맞고 떨어져 바위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다. 각시바위는 한 사람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굴이 뚫려 있다. 일제강점기에 굴암리 대뜰까지 농업용수를 대기 위해 사람들이 일일이 정을 쪼아 만든 인공 수로(水路), 이 굴이 뚫리기 전까지 사람들은 각시바위를 넘어 다녔으며, 율소마을 앞의 대티교가 놓이기 전까지 율소마을 주민들이 부남면 소재지로 가기 위한 유일한 통로였다. 장 보러 다니고 학교 다니던 길이었던 셈이다.

 

 

 

각시바위 아래 굴을 통과하면 너른 들이 펼쳐진다. 말 그대로가 지명이 된 대뜰(넓은들)’이다. 이곳부터 굴암리를 지나 잠두마을 옛길을 만나기 전까지는 포장도로다. 한낮에는 따가운 햇살을 마주 하며 걸어야 하는 구간이다. 벚나무 가로수가 도열한 잠두마을 옛길 구간 입구에서 금강마실길 1코스는 끝이 난다.

강을 따라 걷는 도보여행의 매력에 대해 차씨는 지루할 틈이 없을 만큼 수시로 만나는 자연과 사람들이라고 했다. 산과 강 사이에 난 길을 걷다 보면, 아름다운 풍경뿐만이 아니라 마을을 만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농수로였던 곳이 지금은 옛길이라는 이름으로 도보여행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사라질 뻔했던 길이 이렇게나마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

 

·사진 눌산 객원기자

무주신문 제12호 201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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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장수 뜬봉샘에서 발원한, ‘비단 강’ 금강(錦江)은 진안 용담호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충청남북도를 거쳐 군산만에서 서해바다로 스며든다. 장장 천리(394.79㎞)를 내달리는 동안 금강 물길은 곳곳에 적잖은 비경을 만들어 놓았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라 할 수 있는 ‘금강 마실길’은 다리가 놓이기 전부터 마을 주민들이 걸어 다니던 옛길이다. 중간중간 포장도로를 걷는 구간이 있지만 옛길을 따라 걷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금강변 풍경과 강마을 사람들의 삶을 오롯이 품고 있는 이 길은 무주군 부남면 도소 마을에서 시작해 부남면 주민자치센터를 지나 벼룻길과 각시바위, 율소마을, 상굴암마을, 잠두마을까지 가는 1코스와 잠두마을에서 요대 마을과 소유진 옛 나루터를 지나 무주읍 서면 마을까지 가는 2코스로 나뉜다. 전체 구간의 거리는 20km로 소요시간은 약 6시간 이상이다.

 

금강마실 2코스를 걸었다
잠두마을-요대 마을-소 이진 옛 나루터-서면 마을(종점)


잠두마을 옛길은 ‘금강 마실 길’ 구간 중 가장 아름답다는 길이다.
잠두 2교에서 잠두 1교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무주에서 금산을 잇는 37번 국도가 뚫리기 이전까지 중요한 교통로였다. 반딧불이 서식지로 4월이면 벚꽃과 산 복숭아꽃, 조팝꽃이 어우러진 환상의 꽃길이 열린다. 30분 남짓한 짧은 거리지만, 이 구간만을 따로 찾는 이들이 있을 만큼 아름다운 길이다.


잠두마을을 벗어나 강변 사과나무 과수원을 지나면 길은 좁은 숲길로 들어선다. 우측으로 금강을 끼고 걷는 이 숲길은 도로가 없던 오래전에 소이진 나루터가 있었던 곳으로, 금강 본류와 덕유산 자락에서 흘러온 남대천이 합류하는 곳이기도 하다. 한없이 이어질 것만 같던 길로 서면 마을에서 마쳐야 한다. 물길은 계속 이어지지만 걸어서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절벽 구간이기 때문이다. 20km에 달하는 ‘금강 마실 길’은 이곳 서면 마을에서 끝이 나며, ‘백두대간 마실길이 무주읍내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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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읍내 뒷산인 향로산(420m) 너머로 금강이 흐른다. 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섬처럼 둥둥 떠 있는 마을이 앞섬과 뒷섬마을이다. 앞에 있어 앞섬이고, 뒤에 있어 뒷섬마을이 되었다. 금강이 가로 막은 육지 속 섬마을이다.

금강에 다리가 놓이기 전, 뒷섬마을 아이들이 산 너머 읍내에 있는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나룻배가 유일한 이동 수단이었다. 하지만 물이 불어 배를 띄우기 힘든 날에는 걸어서 산을 넘어야 했다. 이 길은 이러한 지형적인 조건으로 인해 생긴, 말 그대로 학교 가는 길이다. 지금은 무주군에서 맘새김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모두 네 개의 코스를 만들었지만, 토사 유출로 인해 길이 유실된 구간이 있어 뒷섬마을 입구 후도교에서 질마바위와 북고사를 지나 무주고등학교 정문까지 이어지는 학교 가는 길만 열려 있다.

마을(후도교)에서 강변으로 들어서면, 길은 절벽 아래로 이어진다. 절벽을 따라 걷다 보면 질마바위가 거대한 석문(石門)처럼 버티고 서 있다. 이 질마바위는 강물이 불으면 나룻배를 띄울 수 없어 학교를 빼먹기 일쑤였던 아이들을 위해 마을 사람들이 직접 망치와 정으로 쪼아 바위를 깨서 길을 냈다. 그 흔적으로 바위 옆에 ‘1971. 5. 20’이라는 공사 일자가 새겨져 있다.

금강에 연둣빛 봄물이 흐른다. 아이들이 걷던 그 길에는 진달래가 피었다. 이 길은 소문난 꽃길이다. 곧이어 쌀밥나무 꽃, 개복숭아 꽃,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난다. 지금은 중년이 되었을, 이 길을 걷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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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무주군 무주읍 내도리 후도교를 찾아 간다. 금강을 두 번 건너 만나는 후도교가 들목으로 약 3.8km(강변길~질마바위~북고사~향로봉~약수터를 지나 무주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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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굴 지나 벚나무 흐드러진 가로수길 따라

따뜻한 봄날 걷기 좋은 길 세 곳

▲ 금강마실길의 종점 서면마을 벚꽃길. 무주읍까지 약 4㎞에 이르는 벚꽃나무 가로수길이 장관이다.

  봄은 뭐니 뭐니 해도 꽃이다. 긴 겨울 숨죽이며 보낸 시간들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사람들은 꽃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선다. 산속에 피는 키 작은 복수초와 얼레지, 노루귀, 바람꽃을 대면하기 위해 땅바닥을 기기도 하고 좀 더 가까이 바짝 엎드려 사진에 담기도 한다. 겨울 끝, 봄. 이 얼마나 소중한 만남인가. 무리 지어 강가를 걸으며 오매불망 기다렸던 봄을 맞는다. 매화와 산수유꽃, 배꽃, 벚꽃, 복사꽃이 앞다투어 꽃을 피운다. 이 땅의 3, 4월은 온갖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화려한 봄날의 꽃 잔치를 벌인다. 장소불문, 어딘들 부족하랴마는 ‘따뜻한 봄날 걷기 좋은 길 세 곳’을 추천한다.
   

   
   흐르는 강물처럼 유유자적 걷는 길, 금강마실길


   트레킹 코스로 강 길이 인기다.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흐르는 강물처럼 유유자적 오롯이 걷기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나 반나절 온전히 걷기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곳이 금강 상류다. 전라북도의 도보여행 코스에는 모조리 마실길이 붙는다. 그래서 금강마실길이다.
   
   금강의 발원지는 전라북도 장수의 뜬봉샘이다. 천릿길 대장정의 시작은 보잘것없고 초라하다. 하지만 크고 작은 내를 받아들여 몸집을 불린 금강은 용담댐에 이르러 하나가 된다. 용담댐을 빠져나온 물길은 구절양장 똬리를 틀며 ‘사람의 길’을 막아선다. 진안 땅 협착한 골짜기를 파고들며 물은 저 혼자 흐른다. 금강마실길 트레킹의 시작은 골짜기를 빠져나와 너른 들을 만나는 무주 부남 땅에서부터다.

 

▲ 벚나무 가로수길이 아름다운 잠두마을 옛길. 무주에서 금산으로 향하는 37번 국도가 새로운 다리가 놓이고 도로가 확·포장되면서 묵은 길이 되었다.

 

선녀와 나뭇꾼전설이 깃든 각시바위. 각시바위 아래로는 선녀가 목욕했다는 각시소가 흐른다.
   
   금강 천릿길 중 무주 땅을 지나는 구간만 따진다면 약 30여㎞. 금강마실길은 그중에서 걷기 좋은 길만 따로 모았다. 부남면 도소마을에서 무주읍 서면마을까지 약 20㎞다. 마을 주민들은 그 길을 ‘봇둑길’이라고 했다. 금강마실길 전체 구간 중 옛길 원형이 가장 잘 남아 있는 벼룻길을 말한다. 일제강점기 율소마을 대뜰(넓은들)까지 물을 끌어가기 위해 만들었다는 수로(水路)가 그 수명을 다한 후 사람의 길이 되었다. 벼룻길은 강가나 바닷가 낭떠러지로 통하는 비탈길을 말한다.
   
   금강마실길은 도소마을 섬마을공원에서 시작한다. 부남면소재지까지는 자동차도로와 농로를 번갈아 걷는다. 이곳은 래프팅 명소이기도 하다. 래프팅은 트레킹과 함께 금강을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다. 대소마을에 이르러 잠시 강과 멀어진다. 여러 갈래의 길을 만나지만 구간마다 표지판이 잘 세워져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대소마을 뒤로는 복숭아밭이다. 복사꽃이 막 꽃망울을 터트릴 기세다. 저 멀리 벼랑을 돌아나온 금강이 연둣빛 얼굴을 내민다. 사람의 길이 된 수로, 벼룻길로 들어서면 연둣빛이 한창이다. 흐드러지게 가지를 늘어뜨린 조팝나무 꽃이 일부러 심어 놓은 것처럼 절벽 아래로 피어 있다. 이 길은 주로 봄에 많이 찾는다. 산벚꽃, 복사꽃, 조팝나무꽃이 어우러져 꽃길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약 1㎞쯤, 강 건너 봉길마을을 마주 보며 벼랑길을 따라 내려가면 ‘선녀와 나뭇꾼’ 전설이 깃든 각시바위가 우뚝 솟아 발길을 붙잡는다. “옛날 천상(天上)에서 내려온 선녀가 목욕을 하고 올라가려다 천의(天衣)를 잃어버리고 오르지 못하자 인간세계에 남아 결혼하고 아들 셋을 낳았는데, 후에 선녀가 천의를 찾아 입고 하늘로 올라가고 있을 때 하늘에서 내린 벼락을 맞고 떨어져 바위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다. 각시바위 아래로는 선녀가 목욕한 각시소가 흐른다.
   
   각시바위 아래로는 한 사람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굴이 뚫려 있다. 대뜰까지 농업용수를 대기 위해 사람이 일일이 정을 쪼아 바위에 구멍을 낸 것이다. 이 굴이 뚫리기 전에는 각시바위를 넘어 다녔다고 한다. 각시바위 아래 굴을 통과하면 갑자기 너른 들이 펼쳐진다. 말 그대로가 지명이 된 ‘대뜰(넓은들)’이다. 이곳에서 굴암리를 지나 잠두마을 옛길을 만나기 전까지는 포장도로다. 한낮에는 더위를 느낄 만큼 따가운 햇살을 마주하며 걸어야 한다. 하지만 곧바로 나무 그늘이 기다린다. 벚나무 가로수가 도열한 잠두마을 옛길은 무주에서 금산으로 향하는 37번 국도였다. 새로운 다리가 놓이고 도로가 포장되면서 묵은 길을 도보여행자들에게 내주었다. 금강마실길 전체 구간 중에 가장 아름다운 길이기도 하다. 대개는 4월 초부터 중순까지가 절정이다. 가로수 벚꽃 길과 아무렇게나 듬성듬성 피어나는 산벚꽃, 개복숭아꽃, 조팝꽃이 조화를 이루며 피어난다.
   
   약 2㎞에 이르는 잠두마을 옛길을 벗어나면 금강마실길의 종점인 서면마을로 이어진다. 역시 강을 따라 걷는 길로 이제 막 새순이 돋기 시작한 연둣빛 숲길이다. 서면마을은 덕유산에서 흘러온 남대천과 만나는 두물머리로, 이곳에서 무주읍까지 이어지는 약 4㎞에 이르는 도로에 벚꽃이 장관이다.

여행 Tip - 금강마실길
   
   금강마실길은 무주군 부남면 도소마을이 들목이다. 도소마을에서 잠두마을까지 12.8㎞의 1구간과 잠두마을에서 서면마을까지 7.2㎞ 2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무주군청 문화관광과 063-320-2545, 무주버스터미널 063-322-2245.

 


   이고 지고 구례장 보러 다니던 옛길, 누룩실재
   
   봄나들이 명소로 섬진강만 한 곳이 또 있을까. 광양 매화마을과 구례 산수유마을의 명성 덕분이다. 가장 화려한 꽃 축제가 모두 섬진강 언저리에서 열린다. 형형색색 옷을 입은 상춘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고 길을 걷는다. 축제장에서 빠질 수 없는 흥겨운 음악이 흐르고, 팔도 먹거리 좌판이 펼쳐진다. 축제 기간이면 주말에는 말할 것도 없고 평일에도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인파로 인해 봄날의 외출에 기분을 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럴 때면 좀 한갓진 곳이 어디 없을까 고민한다. 누룩실재는 친구와 연인과 천천히 걸으며 못다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가 넘치는 길이다. 더불어 파릇파릇하게 막 돋아나는 초록빛 생명과 저 멀리 섬진강의 고즈넉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는 길이다.
   
   누룩실재가 있는 유곡마을은 곡성에서 구례로 향하던 섬진강이 산동 산수유마을을 가운데 두고 지리산 능산과 마주한 밤재, 견두산, 깃대봉, 형제봉,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제법 긴 능선을 만나 크게 휘돌아 나가는 구간에 있다. 지금은 구례구역 건너편 섬진강변도로를 타고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 놓여 있지만, 과거에는 마을 뒤 누룩실재를 넘어 구례로 장을 보러 다녔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걸어다닌답디까. 지금은 다 차타고 다니지.” 마을에서 만난 촌로는 다 옛날 이야기라며, 오래전 추억 하나를 끄집어냈다. “옛날에는 장관이었지. 장에 가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지어 걸어갔으니까. 남자들은 지게를 지고, 여자들은 머리에 이고 농산물을 장에 내다팔면 주로 생선 몇 마리 사서 넘어오곤 했어. 옛날에는 생선이 최고였잖아.” 지금은 트레킹족들이 봄볕을 즐기기 위해 그 길을 찾고 있다.

 

▲ 유곡마을에서 누룩실재를 넘으면 수미정사와 백련사 절이 있는 사동마을. 유곡마을 못지않은 돌담과 대나무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마을이다.

 

▲ 유곡마을 사람들이 과거 구례 장 보러 넘어 다녔다는 누룩실재.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걸어도 좋을 만큼 넓다. 
   
   누룩실재 옛길 들목은 구례읍 사동마을이다. 하지만 원점회귀 코스가 아니기 때문에 산 너머 유곡마을에서 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섬진강변에 자리한 구례읍 계산리 유곡마을은 다무락마을로도 불린다. 다무락은 담, 즉 돌담의 사투리다. 돌담은 주로 경사가 심한 산간지대를 개간하면서 나온 돌을 논과 밭, 이웃의 경계에 쌓았던 것으로 유곡마을에 돌담이 많아 다무락마을로 불리게 되었다.
   
   유곡마을 앞 강변은 대나무 숲이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따라가 보면 섬진강변 자갈밭과 경계를 이룬 거대한 대숲을 만난다. 마을 입구에 있는 것으로 보아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숲을 끼고 있는 강변은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풍경이다. 천천히 걷기도 하고, 아예 강변에 드러누워 바람소리, 물소리에 취해 선뜻 일어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도로변 정자와 마주한 골목이 들목이다. 유곡마을회관을 끼고 골목 안으로 접어들면 다무락마을답게 아무렇게나 쌓아올린 돌담을 만난다. 유곡마을은 맨 아랫마을이 하유, 그 다음이 중유, 맨 위쪽이 상유마을로 구분되어 있다. 옛길은 상유마을 뒤로 이어진다. 집집마다 매화와 산수유 꽃이 꽃사태를 이루고 있다. 마을을 벗어나면 차례로 상유, 중유, 하유마을이 내려다보이고 멀리 섬진강의 유려한 곡선을 마주할 수 있다.
   
   등산과 옛길 트레킹의 차이점이라면 속도에 있다. 좁은 산길을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따라갈 수밖에 없는 등산과는 달리 옛길은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걸어도 좋을 만큼 넓다. 뒤따라오는 사람에게 여유롭게 길을 양보하기도 하고, 나무 그늘을 만나면 적당히 쉬어 가도 좋다. 중간에 만나는 실개천에 머리를 숙이고 맑은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다. 산 아래 초록빛 세상은 이곳에서는 아직 연둣빛이다. 낮은 곳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봄볕이 부지런히 산정을 향해 올라오는 모습을 보는 것도 특별하다.
   
   고갯마루는 천왕봉과 형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해발고도는 약 600m. 높이만으로는 두 배에 달하는 지리산의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내려가면서 탁 트인 전망 좋은 자리에 서면 섬진강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고개 끝은 수미정사와 백련사 절이 있는 사동마을. 유곡마을 못지않은 돌담과 대나무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마을이다. 옛길은 여기까지이고 구례읍까지는 포장도로다.

여행 Tip - 누룩실재
   
   구례읍 사동마을에서 유곡마을까지는 약 10㎞. 원점 회귀보다는 편도 트레킹을 권한다. 자가운전일 경우 사동마을에 주차하고 택시를 타고 유곡마을까지 이동한다. 트레킹 종료지점을 주차 위치로 잡으면 편하다. 사동마을에서 유곡마을까지 택시비는 약 1만5000원. 구례개인택시 010-3622-8847.
   
   유곡마을 앞에서 섬진강 상류로 거슬러 오르면 ‘섬진강 기차마을’ 종점인 가정역이다. 한갓지게 즐길 수 있는 벚꽃길이다.

 


   느리게 걷고 오래 이야기하며 걷는 길, 청산도 슬로길
   
   전남 완도항에서 뱃길로 19.2㎞, 50여분 달리면 다도해 최남단의 섬 청산도다. 사시사철 산, 바다, 하늘이 모두 푸르러 청산(靑山)이라 했다. 빼어난 절경이 많아 예로부터 청산여수(靑山麗水) 또는 신선들이 노닐 정도로 아름답다 하여 선산(仙山), 선원(仙源)이라 부르기도 했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청산도를 세상에 알린 건 1993년에 개봉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다. 어찌하여 다도해 끝자락의 섬인 청산도의 돌담길이 영화감독 눈에 띄었을까.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자로 잰 듯 직선만이 존재하는 이 시대에 휘어지고 비뚤배뚤 구부러진 곡선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직선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여유를 줄 수 있는 곡선을 찾기 위한 사람들의 아우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직선은 속도에 비유된다. 좀 더 빠르고, 편리하다. 대신 곡선은 한 템포 쉬어 갈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자동차를 타고 곡선 도로를 지나갈 때 기어가 시프트다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구성진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먼지 폴폴 나는 구불구불한 돌담길을 걷는 세 사람을 기억할 것이다. 사람들은 이 한 컷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 섬으로 깊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길이 포장이 되었고, 논란 끝에 다시 원상복구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사람들은 천릿길을 마다않고 청산도로 모여들었다. 특히 봄이면 유채꽃이 만발한 길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를 배경으로 유채꽃이 만발했다. 4월 7일부터 한 달간 ‘2018 청산도 슬로걷기축제’가 열린다. 이 무렵이면 섬 전체가 노란 유채꽃으로 뒤덮인다.

 

▲  슬로길 1코스를 지나는 도보여행자들. 청산도 해안선의 길이는 42.195㎞로 11개 코스의 슬로길이 조성되어 있다.


   청산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중심인 전라남도 완도군의 265개 섬 중 하나로 청산면의 주도(主島)이다. 대모도, 소모도, 여서도, 장도 등 4개의 유인도와 여러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청정해역에서는 전복과 김, 미역, 다시마가 자란다. 2007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고, 2013년에는 구들장 논이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됐다. 무엇보다 청산도 사람들을 불러 모으게 된 계기는 슬로길을 개통하면서부터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과 더불어 한 번쯤은 꼭 걷고 싶은 길로 알려졌다. 또한 청산도 슬로길은 국제슬로시티연맹이 공식 인증한 세계슬로길 1호다. 총 11개 코스(17길) 42.195㎞는 마라톤 풀코스 거리로 섬 해안선 길이와도 같다.
   
   4월 7일부터 한 달간 2018 청산도 슬로걷기축제가 열린다. 이 무렵이면 섬 전체가 노란 유채꽃으로 뒤덮인다. 축제 기간이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11개 코스 전체 구간을 종주하려면 1박2일 일정은 잡아야 한다. 하지만 유채꽃이 만발하는 4월이라면 두세 개 코스만 택해서 걸어도 좋겠다. 어느 코스를 택하든 사람과 길, 풍경에 흠뻑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슬로길은 느리게 걷는 길이다. 각 코스마다 섬사람들의 삶과 설화, 풍경 등 역사·문화·자연자원을 활용해 길에 이야기를 보탰다. 하나하나 더듬으며 느리게 걸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산도 도청항에 내리면 곧바로 1코스가 시작된다. 안내판이 잘 세워져 있어 진행방향을 표시하는 화살표만 따라가면 된다. 포구를 벗어나면 마을 골목 안길이다. 촘촘히 쌓인 좁은 돌담길을 빠져나오면 시야는 탁 트여 너른 유채꽃밭과 푸른 바다를 마주한다. 꽃길을 걸어 언덕에 오르면 영화 ‘서편제’에서 봤던 그 길이다. 이제부터 걸음은 자동적으로 느려진다. 대신 바다, 산, 언덕, 들판, 돌담을 둘러보느라 두 눈이 바쁘게 움직인다. 여기서만 하루를 보내도 청산도의 절반은 보고 간 것이라 할 수 있다. 트레킹이 목적이라면 5코스 정도까지 도전해 볼 만하다.

여행 Tip - 청산도 슬로길
   
   완도에서 청산도까지 약 50분 소요, 하루 5회 여객선이 운항한다. 섬내 교통편은 하루 8회 운행하는 버스나 택시를 이용한다. 완도항여객터미널 061-552-0116, 청산택시 061-552-8519.
   
   1~5코스 총 거리는 약 20㎞, 아침 배로 들어갔다 되돌아 나오기에는 빡빡한 일정이다. 대신 1코스 끝지점에서 화랑포 둘레길을 생략하고 도청항에서 5코스 범바위 주차장까지 걸을 경우 14㎞ 약 6시간 정도가 소요되어 하루 코스로 적당하다.

 

[·]  눌산 여행작가

 

주간조선 [2500] 2018. 03. 26 발행

 -- >>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9&nnewsnumb=002500100020

 

Posted by 눌산

 

 

 

 

의상이 세운 절은 대략 100여 개 정도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 많은 절을 직접 다 짓지는 않았을 터. 낙산사나 부석사처럼 직접 건립한 절도 있겠고, 의상이 부적으로 만들어 날린 봉황이 내려앉은 자리에 세웠다는 봉정사의 경우처럼 명의만 빌려 준 경우도 있지 않을까.

의성 고운사 역시 681년(신문왕 1년)에 의상이 세웠다고 알려져 있다. 의상이 창건할 당시는 ‘고운사(高雲寺)’였는데, 고운 최치원이 가운루와 우화루를 짓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그의 호를 따라 ‘孤雲寺‘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이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따라오는 모기떼를 피하느라, 뛰다시피 한 바퀴 돌고 도망 나왔다. 절집으로 향하는 숲길에 가을 단풍이 물들면 백양사 애기단풍길 못지않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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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눌산

 

 

 

 

말문 닫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걷는 해인사 소리길

제대로 듣고자 한다면, 말문을 닫아야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귀가 열린다. 허나 온갖 소음과 자기주장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말문을 닫고 귀를 열리게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소음의 공해에 묵직해진 어깨의 무게를 내려놓고 오로지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최적의 길이 여기에 있다. 그곳은 바로 가야산 해인사 소리길이다.

 

 

천년고찰 해인사를 품은 가야산(1430m) 최고봉은 상왕봉이다. 낙동강의 지류인 가야천의 발원지로 가을 단풍이 계류에 제 몸을 비춰 냇물이 붉은 빛을 띤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홍류동(紅流洞) 계곡을 품고 있다. 해인사 소리길은 이 홍류동 옛길을 복원한 길이다. 옛 사람들은 홍류동 계곡을 넘나들며 해인사를 올랐겠지만 계곡 옆으로 도로가 나면서 옛길은 사라졌다. 그랬던 것을 가야산국립공원과 합천군이 대장경테마파크에서 해인사 입구 영산교까지 6km, 2시간 30분 코스의 걷는 길을 만들었다. 영산교부터 해인사까지의 산사 가는 길까지 포함한다면 약 7.2km로 소요시간은 3시간 정도다.

 

 

4차선으로 확장된 광주~대구고속도로(88고속도로) 덕분에 해인사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졌다. 해인사IC를 빠져 나오면 곧바로 소리길들목인 대장경테마파크가 나온다. 소리길 주차장은 도로 아래에 있다. 소리길은 계곡 옆으로 난 농로에서부터 시작한다. 길은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논 사이를 거쳐 추수를 앞둔 들깨 밭을 지난다. 말랑말랑한 흙길의 촉감을 느끼기도 하고, 나무다리를 교차하며 계곡을 건너다니기도 하며, 마을 안길로 접어들기를 반복한다. 주말이면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지은 농산물을 가지고 나와 파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가을빛의 들녘을 가로질러 무릉교 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며 길은 숲으로 들어간다. 계곡은 더 깊어지고, 소리는 더욱 웅장해진다. 이쯤에 이르면 말문은 저절로 닫힌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에 취해 걷다보면 이 길이 왜 소리길이라 이름 붙였는지를 알 수 있다법보종찰 가야산 해인사현판이 걸린 홍류문에서 입장료 3천원을 내고 지나간다. 신라의 대표적인 유교학자 고운 최치원(孤雲.崔致遠) 선생이 은둔하면서 바둑과 차를 벗하며 살다 신선이 됐다는 전설이 남아 있는 농산정(籠山亭)에서 잠시 쉬어 간다. 영산교에서 소리길은 끝나지만, 길상암부터 해인사까지의 2.2km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추천한 무장애길이다. ‘무장애길은 장애우와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도 휠체어에 몸을 싣고 이동하기 좋은 길을 이르는 말로 평탄한 길이 길상암부터 해인사까지 줄곧 이어진다.

 

 

['해인사 소리길' 길안내]

대장경 테마파크를 찾아간다. 소리길은 영산교까지 6km지만, 해인사까지 다녀오길 권한다. 자가용 운전자는 해인사까지 걸은 후 해인사 터미널(055-932-7362)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주차장까지 되돌아오면 된다. 대중교통 이용시, 서울에서는 합천까지 직행버스로 이동한 후 해인사행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대구와 대전에서는 해인사까지 버스가 운행된다.

 

<글·사진> 눌산  [주간조선 기고 원고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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