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은 가을 속으로! 비밀의 숲과 길에서 만난 만추(晩秋)
올가을 단풍은 몇 해 사이 가장 아름다웠다. 보는 눈이 다를 리 없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올가을에는 단풍이 참 곱네”라는 반응이었다. 유난히 노랗고 붉었다. 군더더기 없이 맑고 깔끔했다. 산에는 짧은 가을을 아쉬워하는 등산객들로 가득했다. 한동안 뜸했던 적상산 등산로 입구 서창마을에도 관광버스가 연일 들락거렸다. 하 수상한 시절에도 단풍은 제 할 일을 다 했다.
무르익은 가을 풍경을 즐기기에는 신풍령이 제격이다. 무주군 무풍면과 거창군 고제면의 경계를 이루는 신풍령은 빼재라고도 부른다. 경사도 10%의 만만치 않은 고갯길 아래 터널이 뚫려 있지만 아직 옛길의 3분의 1 정도 구간은 차량 통행이 가능하다. 옛길 입구에 들어서면 노랗게 물든 낙엽송 군락이 장관이다. 아마, 무주에서 가장 넓은 낙엽송 숲이지 싶다. 좀 더 가까이 만추의 풍경을 만나기 위해 숲으로 들어간다. 아이들을 위한 숲 놀이터가 있는 ‘유아숲’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다. 사방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좁은 골짜기에 낙엽송과 활엽수 단풍이 깊게 물들었다. 공간은 넓지 않지만, 이국적인 풍경의 자작나무숲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유아숲에서 동쪽 방향 임도를 타면 오두재 고원마을로 이어진다. 해발 800~900미터에 이르는 고원길이라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촉촉한 숲길이 걷기에는 그만이다. 무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고원마을 일대는 한때 고랭지배추밭이었지만, 지금은 딸기농장이 대부분이다. 오두재를 내려서면 덕유산자연휴양림이다. 물가에 단풍나무가 한낮 햇살에 부서지면서 윤기가 흐른다. 휴양림 가을풍경의 백미는 독일가문비나무숲으로 향하는 길에 있다. 가을빛과 대비되는 전나무숲과 적당히 뒤섞인 황금빛 낙엽송의 조화가 멋스럽다.
짧고 굵게, 이 가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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