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제목을 ‘사진맛집‘이라 정했습니다. ’사진맛집‘을 ’사진을 먹는 맛집’이라 읽었다면 당신은 ‘아재’입니다. 사전적 의미의 아재란 아저씨의 낮춤말이지만, 여기서 아재는 갬성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갬성은 또 뭔가요? ‘감성(感性)’이 변형된 말로 인스타갬성, 새벽갬성, 갬성캠핑 등 감동했거나 감정이 북받쳐 오를 때 재미있게 쓰고 있는 요즘 신조어입니다. ‘사진맛집’이란 한마디로 포토 스폿(photo spot)입니다.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 할 수 있겠죠.
유행어 하나를 더 하겠습니다. ‘인생샷 하나 건졌다’고들 하죠. 인생샷이란 인생에 길이 남을 만큼 잘 나온 사진을 의미합니다. 또 SNS 프로필 사진용으로 올려도 좋을, 맘에 드는 사진을 찍었다는 얘깁니다. 스마트폰 하나면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일상에서든 여행에서든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 보면 즐거움도 두 배가 됩니다. 찍어 온 사진을 보면서 그때 그 순간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사진을 기록이라고 하죠. 자, 이제부터는 ‘배경이 열일하는’ 지금 가면 딱 좋은 무주의 사진 명소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가을을 닮은 고장, 무풍
생각해보니, 무풍은 가을에 제일 많이 갔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누가 가을 풍경이 좋은 곳을 물어오면 늘 무풍을 먼저 얘기했을 정도로 무풍은 가을이 유독 아름답다.
무풍 땅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내 고향 무풍’이라 새겨진 커다란 표지석이 있는 목정공원이다. 목정공원은 이 고장 출신의 기업가이자 정치가인 고 김광수 선생의 호에서 따 온 이름으로, 넓은 잔디밭과 함께 두 줄로 나란히 심어진 메타세콰이어와 벚나무 등의 활엽수 단풍이 아름다운 곳이다. 무풍정(亭)을 가운데 두고 하천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산책로를 걷다 보면 은빛으로 출렁이는 갈대밭 풍경도 만날 수 있다.
무풍에서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는다면 단연 무풍중·고등학교 교정이다. 교문을 지나 교정에 들어서면 벚나무 가로수가 화려한 색감을 뽐내고 있고, 아름드리 은행나무 일곱 그루가 노랗다 못해 황금빛으로 빛난다. 3층 높이의 건물을 훌쩍 뛰어넘는 큰 키의 은행나무는 햇볕을 정면으로 마주 보며 바라볼 때 더 예쁘다. 사진 역시 역광으로 찍으면 더 진하고 멋진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학교 운동장 주변 역시 오래된 나무들이 빙 둘러 있다. 특히 기자의 마음을 쏙 빼앗았던 풍경은 운동장 맞은편에서 학교 건물을 향해 바라볼 때다. 건물 앞으로 나란히 심어진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벚나무 등의 활엽수 단풍이 하나같이 똑같은 게 없다. 제각각 다른 색이 어울려 만들어낸 색감이 화려하면서 오묘하다. 무슨 말로 그 느낌을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외에도 무풍의 철목리 느티나무와 백산서원 앞 회나무 단풍도 아름답다. 철목리 느티나무는 수령이 도합 1천 년이 넘는 느티나무 보호수로, 멀리서 보면 하나의 나무처럼 보이지만 모두 세 그루다. 단풍이 물드는 10월 말에서 11월 중순 무렵이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자태를 자랑한다. 백산서원 회나무는 잎이 작고 노란빛에 가까운 연두색이라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멋이 매력이다.
적상 서창마을과 안성 수락마을 숲
적상산 등산로가 있는 서창마을은 가을에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보호수인 수령 400년이 넘은 소나무를 찍기 위해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진작가들이 많다. 마을 입구를 지키는 마을 숲 역시 전국적으로 소문난 명소다. 수십 여 그루의 느티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10월 말이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자태를 자랑한다. 숲은 사철 제각각의 매력이 있다. 하지만 가을은 숲이 가장 화려한 자태는 뽐내는 계절이다. 특히 비 온 후라면 색감이 더 진하다. 땅바닥에 소복이 쌓인 낙엽을 배경으로 사진에 찍어도 좋다.
안성면에는 ‘안성8경’을 비롯하여 ‘칠연계곡 11경’ 등 빼어난 명소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그 어디에 뽑히지 못했지만 그 가치와 아름다움에 있어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곳이 바로 수락마을 마을 숲이다. 단풍은 10월 말에서 11월 초가 적기로 유봉정(裕峰亭)을 중심으로 수백 년 된 노거수 20여 그루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노거수 잎은 각양각색이다. 노랗고, 빨간, 그 사이사이 채 마르지 않은 초록빛 이파리가 섞여 있다. 강렬한 색감의 단풍나무 앞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수십 그루 노거수 무리가 만들어내는 가을빛은 가히 환상적이라 할 수 있다.
안성 덕곡마을과 무주읍 서면마을 가는 길
안성면소재지에서 덕산리 덕곡마을 가는 길의 가로수 대부분이 벚나무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오르다 보면 단풍이 드는 속도가 달라 색감이 다 다르다. 백미는 수락마을에서 덕곡마을에 이르는 약 1.2km 구간이다. 나무 중에 제일 먼저 단풍이 드는 벚나무는 봄에는 꽃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제 모습을 뽐낸다. 덕곡마을 끝에 서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금강과 합류하는 남대천 하류 무주읍 대차리 서면마을은 무주에서 소문난 벚꽃 명소지만, 가을 단풍도 벚꽃 못지않다. 서정적인 강 풍경이 아름다운 이곳은 주말이면 강을 따라 걷거나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강변에서는 강태공이 한가로이 낚시를 즐긴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이 연상되는 풍경이다. 서면마을 벚나무 가로수길은 무주읍 반딧불장터까지 약 4km가량 이어진다. 무주읍 주민들의 산책로이기도 한 이 길은 도로 옆에 나무 덱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걷기에도 좋다. 서면마을 벚나무 단풍은 10월 초부터 물들기 시작해 10월 말까지 볼 수 있다.
무주에서 단풍 하면 덕유산과 적상산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취재를 하면서 가볍게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우리가 사는 마을 주변에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산과 들에 단풍이 절정에 이르렀다. 이번 주말에는 ‘인생샷’ 한 컷 건져오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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