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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이야기

꿈속 같은 금강의 새벽, 오롯이 ‘나홀로’의 공간, 잠두마을 옛길 걷기

by 눌산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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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금강의 새벽 풍경이 궁금했다. 몇 해 전, 금강에서 만난 상고대가 떠올라서일까. 바로 금강으로 달렸다. 큰 산 아래 살면서, 불과 10여 분 거리에 금강이 흐른다는 것은 복이라면 복이다. 목적지는 37번 국도 잠두2교 아래다. 강가에 도착한 시간은 710. 사위는 아직 어둠이 짙었다. 일출 시각까지 아직 여유가 있다. 세상 모든 만물이 잠에서 깨어나기 전이다. 침잠(沈潛)의 시간이다. 힘차게 흐르던 여울물도 이 순간만은 !’, 고요히 흐른다.

여명의 순간은 길어야 30분 남짓. 저 멀리 적상산부터 시작된 여명이 금강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아직은 여린 빛이 새벽의 푸른빛을 서서히 걷어내기 시작하더니 맞은편 산자락을 붉게 물들인다. 그리고는 아주 느리게 산의 낮은 곳을 향해 내려온다. 그 순간, 하늘이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찬란한 태양이 앞산 자락에 고개를 내밀었다. 물가에서 숨죽인 채 절정의 순간을 지켜보던 오리 떼들이 그때서야 날갯짓을 시작한다. “나 혼자가 아니었구나.”

서리꽃 핀 오솔길을 걷는 여행자

새벽 풍경 마주하기

해가 떠오르자 희미한 여울물 소리가 들려 온다. 물가에서는 오리 떼가 푸드덕하며 수면 위를 날아오른다. 오리들이 떠난 강변은 여전히 고요하다. 강가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강과 가장 가까운 곳은 어른 키보다 더 큰 갈대숲이다. 갈대에 내려앉은 서리꽃이 빛을 받아 반짝인다. 서리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빙점 아래로 냉각한 지면이나 물체에 닿아 생긴 얼음 결정이다. 풀잎에 내려앉으면 서리꽃이 되고, 나뭇가지에 붙으면 상고대라 불린다. 추운 겨울 피어나는 서리는 시련과 역경을 상징하기도 한다. 추위 속에서도 홀로 꼿꼿한 국화는 서리를 맞고 더 짙은 향기를 뿜어낸다고 하여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 하지 않는가? 서리꽃은 한겨울 이른 새벽이라면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실제로 마주하면 그 아름다움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유려한 물길 위로 꿈속 같은 물안개 피어오른다. 물안개가 끓어오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여울이나 물웅덩이 여기저기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마치 냄비에 물이 끓어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일출과 함께 꿈속 같은 물안개 피어오른다

사위가 밝아오자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S’자 모양의 오솔길이 길게 나 있다. 저 멀리 고속도로 다리 아래까지 길이 이어지고, 미루나무와 은사시나무도 몇 그루 보인다. 보슬보슬한 모래가 얼어붙어 한 발자국 옮길 때마다 바스락거리며 부서진다.

영하 10도의 새벽! 온 세상이 얼어붙은 겨울 강변 풍경, 뭐 볼 게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안개가 끓어오르는 강과 서리꽃이 가득한 갈대밭, 미루나무와 은사시나무가 있는 한겨울 새벽 강변 풍경은 추위도 잊어버릴 만큼 가히 몽환적이었다.

무주와 금산을 잇던 비포장 국도였던 옛길

잠두마을 옛길

내친김에 금강변마실길 2코스를 따라 잠두마을 옛길로 발길을 돌렸다. 빛이 스며든 옛길은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통로다. 자동차가 다니던 옛길은 두 사람이 손잡기 걷기에 딱 좋을 만큼의 넓이다. 벚나무 가로수가 늘어선 옛길 입구에서 5분쯤 걸어 들어가면 탁 트인 시야와 함께 금강의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른 봄, 벚꽃과 산복숭아나무꽃, 조팝나무꽃이 한데 어우러져 금강 최고의 절경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작은 꽃밭도 꾸며져 있는 소공원을 지난다. 쉬어가기 좋은 의자도 몇군데 놓여 있다. 잠시 앉아 풍경을 감상한다. 산 중턱에 은사시나무 숲도 보인다. 몇 걸음 더 옮기면 전망대다. 좌우로 펼쳐지는 금강 풍경이 아름답다. 여기서 바라보는 금강은 짙은 초록빛으로 오묘한 색감을 띤다. 봄이나 여름 물빛에 비해 진해 보인다. 산 그림자가 물에 닿아 빚어진 현상으로 몇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물빛이 변한다.

잠두마을 옛길은 잠두2교에서 시작해서 잠두1교까지다. 옥녀봉 자락 허리를 휘감고 지나간다. 이 길은 1970년대까지 무주와 금산을 잇던 비포장 국도였다. 도로가 확·포장되고, 새로운 다리가 놓이면서 잊힌 옛길이 되었다. 잠두2교에서 잠두1교까지 강변 옛길은 약 2로 잠시 산책 삼아 걷기 좋은 길이다.

아침 산책이 끝날 무렵 햇살은 금강 언저리까지 스며들었다. 여명과 일출, 옛길 산책까지 특별한 아침이었다.

잠두마을 옛길 중간쯤에 있는 전망대

[알고 가면 좋은 TIP]

내비게이션에 잠두2를 찍고 간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해서 옛길 입구까지 간 다음 우측 강변으로 내려선다. 적상산 방향에서 떠오르는 해가 금강변까지 당도하는 시간이 길어 다른 데보다 여명이 길다. 일출 시각을 사전에 확인한 후 30분 전에 도착하면 좋다.

잠두마을 옛길은 잠두2교에서 잠두1교까지의 강변길로 왕복 1시간 거리다.

무주신문 무궁무진(無窮無盡)! 무주 한 바퀴-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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