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소서! 건강하소서! 둥근 달 보며 소원 빌고, 민속놀이와 함께한 정월대보름
정월대보름은 우리나라의 전통 명절로 음력 1월 15일을 의미한다. 선조들은 정월대보름을 설날보다 더 큰 명절로 여겼다. 마을마다 당산제 또는 산신제, 풍어제 등의 이름으로 정월 초, 또는 대보름 전날인 음력 14일 저녁부터 행하는 여러 가지 풍속들이 있었다.
무주에서도 지난 2월 5일 정월 대보름날을 기해 다양한 풍속 행사가 열렸다. 무주읍 내도리 산의실 솟대제와 부남면 대소리 디딜방아액막이놀이, 무주읍 용포리 잠두마을 산신제, 그리고 적상면 청년회에서 주관한 달집태우기 행사를 취재했다.
산의실 짐대제
무주군에서 유일하게 전승되고 있는 산의실 짐대제는 마을의 풍요와 공동체 구성원들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액막이의 의미를 담고 있다. 마을 입구에 새가 앉아 있는 모양의 나무를 깎아 만든 긴 장대를 세우는 의식으로 이 장대를 짐대 또는 솟대라 부른다. 새는 주로 오리를 상징하지만, 산의실에서는 까마귀라고 인식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까마귀를 흉조라 여기는데 반해, 산의실 주민들은 까마귀를 좋은 징조를 알려 주는 길조로 여긴다. 마을 사람들은 까마귀가 높은 장대 위에 앉아 망을 보고는 마을로 들어오는 흉사를 미리 알려 준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짐대제 행사는 풍물패와 함께 미리 깎아 놓은 7~8m 길이의 짐대를 마을 주민 10여 명이 동아줄에 묶어 마을 어귀 짐대거리까지 옮겨 오는 것으로 시작했다. 새 짐대를 이전에 세워 놓은 짐대 옆에 나란히 세운 후, 제례를 지내고 마을 주민들은 함께 음복하며 새해 인사를 나눴다. 행사를 모두 마친 후에는 마을 주민들이 다시 풍물패를 앞세우고 마을로 돌아가 함께 식사하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부남 디딜방아액막이놀이
전라북도 무형 문화재 제41호인 무주 부남 디딜방아액막이놀이는 다섯 마당으로 이루어진 한 편의 드라마 형식이다. 첫째 놀이마당 길거리 굿은 풍물패와 함께 마을 주민들과 기수, 제관, 디딜방아꾼 등이 방앗거리로 모인다. 방앗거리에 도착해서는 풍물패를 중심으로 크게 원을 그리며 한바탕 신명 난 놀이판을 벌인다. 둘째 놀이마당 창거리 굿은 여인들이 디딜방아를 이웃 마을에서 몰래 떼어 오며 노는 놀이이고, 셋째 놀이마당 짓거리 굿은 제사에 사용할 음식을 거두어 오고, 거두어 온 곡식은 절구통에 넣고 찧고, 키질을 한다. 넷째 놀이마당 합거리 굿은 가져온 방아를 설치한 후 제례를 올리는 놀이이며, 마지막 다섯째 놀이마당 뒤풀이 굿은 제례를 모두 마친 후 온 마을 사람들이 환호하며 즐기는 흥겨운 놀이판이다.
잠두마을 산신제
무주읍 용포리 잠두마을 산신제는 음력 1월 14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마을 뒷산에 있는 산제당에서 마을의 수호신에게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마을 공동의 제사이다. 잠두마을 산신제는 산제당과 마을 앞 당산나무에서 진행한다. 본래는 소나무와 참나무로 이루어진 마을 숲에 산제당이 있었지만, 2015년에 현재의 위치로 옮겨와 산신제를 지내오고 있다.
이날, 잠두마을 산신제와 산의실 짐대제를 참관한 진안문화원 부원장이자 진안 마령고 역사 교사인 이상훈 교사는 “마을의 전통 풍속이 약화 되는 것은 마을의 소멸과 매우 긴밀한 관련이 있다. 전통문화의 지속성이나 마을 공동체를 활성화하려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무주반딧불축제 기간에 선보이는 무주의 민속놀이(부남 디딜방아액막이놀이, 무풍 현내리 기절놀이, 안성 두문마을 낙화놀이, 산의실 솟대제 등) 공연은 전통문화를 지속시키는 사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전통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적상면 달집태우기
정월 대보름날의 대표적인 민속놀이라 하면 달집태우기가 떠오른다. 보름달이 떠오르는 시간에 맞춰 풍물패의 흥겨운 풍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달집 주변을 돌면서 새해 풍년과 안녕을 기원한다. 달집태우기는 긴 겨울 추위에 움츠려있던 몸과 마음을 뜨겁게 달구며 마을 공동체 회복과 화합을 다지는 일종의 새봄맞이 행사였다.
적상천변에서 적상면 청년회가 주관하는 달집태우기 행사도 있었다. 동쪽 적상산 너머에서 둥근달이 떠오르는 순간, 미리 쌓아 놓은 대나무 더미에 불을 붙였다. 거대한 불꽃이 타오르자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불꽃이 절정이 다다를 무렵,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함께한 이웃과 새해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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