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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이야기

늦가을 부남, 금강 변 억새와 갈대밭에서 허허로운 마을을 달래다

by 눌산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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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부남, 금강 변 억새와 갈대밭에서 허허로운 마을을 달래다

이꽃 저꽃 다 떠났다. 그 화려했던 단풍도 된서리 한방에 스러졌다. 수확이 끝난 휑한 들녘의 모습까지 더해지니 눈에 보이는 풍경이 죄다 쓸쓸하기만 하다. 더구나 연말이 다가올수록 호기롭게 시작했던 연초의 다짐과 희망까지 온데간데없어졌으니 그저 허허로울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자연이 큰 힘이 된다. 지금, 부남 강변은 억새와 갈대가 한창이다. 늦가을, 허허로운 마음을 달래러 부남으로 간다.

도소마을 앞, 억새밭을 지나 강변으로 향하는 길

은빛, 황금빛... 풍경 속으로

부남은 금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여섯 개나 건너야만 갈 수 있는 오지다. 지난주(1115)에 대티마을을 우회하는 도로가 새로 뚫리긴 했어도 시간만 좀 단축됐을뿐 건너야 하는 다리의 수는 매한가지다. 무주에서 태어나 40년 이상을 무주에 살고 있다는 지인은 부남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했다. 무주에 살면서 부남을 갈 일이 얼마나 있을까. 부남은 특별한 일이 있어야 가는 곳이지만 이번 겨울이 오기 전에는 꼭 한번 다녀오시라 권한다. 무주의 또 다른 모습을 그곳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읍내에서 싸리재를 넘어 용포리를 지나면 부남까지 내내 금강과 함께 간다. 활엽수 단풍잎이 모두 지고 난 산비탈에 노랗게 물든 낙엽송 군락이 유독 돋보인다. 소나무와 함께 우리나라 주요 인공조림 수종인 낙엽송은 일본이 원산지로 본래 이름은 일본잎갈나무이지만 침엽수이면서도 낙엽이 지는 특성 때문에 낙엽송이란 이름이 붙었다. 나무가 곧고 빨리 자라며, 수형이 아름답다. 언뜻 보면 메타세쿼이아를 닮았지만, 메타세쿼이아는 잎이 붉게 물이 드는 반면, 낙엽송은 노랗다. 11월 말까지는 낙엽송 단풍을 볼 수 있으니 마지막 단풍이라 할 수 있겠다.

유평마을 앞 억새와 갈대 군락, 멀리 낙엽송 숲도 보인다

잠두마을을 지나면서 억새와 갈대가 간간이 보이기 시작하지만, 절정은 부남면 유평마을과 도소마을 일대다. 그중 유평마을 앞이 가장 면적이 넓으며 접근성이 좋다. 부남파출소 앞 덤덜교를 건너면 부남에서 가장 넓다는 덤덜이들이다. 농로를 따라 들을 지나면 다시 금강과 만난다. 낮은 다리인 세월교를 사이에 두고 억새와 갈대밭이 펼쳐진다. ‘꽃보다 억새라고 한다면 무리일까. 11월의 끄트머리에 선 늦가을의 주인공은 단언컨대 억새다. 그리고 강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갈대 역시 떠나는 가을을 대신해 섭섭한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억새와 갈대의 매력은 다양하다. 해가 뜨는 오전과 한낮, 해가 지는 오후의 햇빛에 따라 은빛과 황금빛으로 변한다. 바람 부는 날은 또 어떤가. 바람이 일 때마다 서로 몸을 부대끼며 분주하고도 은은한 소리를 낸다. 억새와 갈대를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흰색이나 은빛을 띠는 것이 억새이고 자주색이나 갈색빛이 나는 것이 갈대이다. 갈대의 키는 2~3m로 사람보다 크고, 억새는 이보다 작은 1~2m 정도 된다. 억새와 갈대를 가장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서식지를 유심히 보면 된다. 갈대는 냇가와 습지 같은 물가에 있지만, 억새는 주로 산이나 들에서 자란다. 부남 강변처럼 물가에 사는 물억새도 있다. 부남 금강변 억새와 갈대는 함께 자랄 수 있는 환경으로 적당히 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부남주민자치센터 뒤, 붉게 물든 메타세콰이아 가로수

억새와 갈대도 꽃을 피운다. 억새에 매달린 탐스러운 솜털이 꽃이다. 갈대의 무채색 갈꽃에 비해 억새는 솜털같은 꽃이 풍성해 갈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지만, 눈으로 보는 광경은 훨씬 압도적이다. 몽글몽글한 솜털이 바람에 흩날리는 광경은 가히 봄꽃의 낙화 못지않다. 억새꽃은 겨울을 나기도 하지만 탐스러운 솜털 같은 꽃은 생명이 짧다.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사진을 찍으면 은빛으로 반짝이는 멋진 작품이 된다. 해 질 무렵이라면 황금빛으로 변한 억새의 물결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 취재를 위해 부남을 두 번이나 오갔지만 안타깝게도 비가 오거나 잔뜩 흐린 날이라 황금빛 억새를 사진에 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유평마을 상류 도소마을 앞 강변에는 자연적으로 생겨난 섬이 있다. 그래서 도소마을을 섬소라고도 부른다. 다리가 놓여있어 자동차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적당히 걷기 좋은 길도 있어 억새와 갈대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붉은 메타세콰이아와 단풍나무 뒤로 보이는 부남 천문대

천문대가 있는 면사무소, 부남주민자치센터는 무주 공공건축프로젝트를 통해 무주군 내 30여 개의 공공건축을 설계한 고 정기용 건축가의 작품이다. 천문대는 현재 운영하고 있지 않다. 대신 천문대 뒤편으로 가면 잎이 붉게 물든 메타세쿼이아 가로수와 운이 좋다면 남아 있을 붉은 단풍나무 몇 그루도 만날 수 있다.

[알고 가면 좋은 TIP]

부남면 도소마을은 금강변마실길출발지다. 유평마을과 덤덜교를 지나 부남면 소재지에서 강을 따라 하류로 이어진다. 종점은 무주읍 서면마을로 전체 길이는 약 20km, 소요시간은 5시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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