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의 섬진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산을 깎고, 산을 뚫고, 산을 없애고 길을 만든다.
강을 따라 흐르던 길은 강과는 다른 길을 간다.
강에 의존하며 살던 강마을 환경은 더불어 바뀐다.
강의 주는 의미는 뭘까.
농업용수를 제공했고, 자동차가 없던 시절엔 운송로가 되었다.
나룻배로 건너다니던 강마을은 산을 넘어 고갯길이 뚫렸다.
걸어 다니던 사람들은 자동차를 타고 그 산을 넘는다.
점점, 사람은 강과 멀어져만 간다.
강은 유희와 휴식으로 공간으로 바뀌고,
삶의 동반자였던,
늘 눈을 맞추며 살았던 강은 어느새 곁눈질을 받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만다.
강둑이 터지고, 강물이 범람하고, 강은 사람에게 크나큰 재앙을 안겨준다.
홍수가 나고, 수해를 입고, 강은 더 푸대접을 받는 존재가 된다.
이제 강은 생채기로 가득한 만성 중병에 걸린 환자가 되었다.
여름이 지나면 강은 또 한 번의 대단한 수술을 할 것이다.
또, 여름이 오면, 그리고 그 여름이 가면, 대수술은 거듭된다.
이렇듯, 강이 푸대접을 받게 된 이유가 뭘까.
이제는, 강과 함께 같은 길을 가야하지 않을까.
자연이, 강이 주는 의미를 새삼 되새겨본다.
석교마을 골목길. 가지런한 돌담이 예스럽다.
다리 밑마다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들어앉았다.
천렵을 하고,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모습도 보인다.
낙동강은 거의 제방길이 있었다.
그에 반해 섬진강은 제방을 만나기가 힘들다.
덕분에 아스팔트 포장도로나 이런 농로, 산길을 걷는 일이 많다.
들깨밭을 매는 할머니를 만났다.
"비 온 뒤라 쑥쑥 잘 뽑혀."
나도 김매기에는 일가견이 있는지라 잠시 거든다.
호미로 득득 긁으면 물기 가득한 잡초가 잘 뽑힌다.
점심 메뉴는 목우촌 햄을 얹은 깻잎 쌈밥이다.
강정리의 귀산서원
귀산서원 지킴이. 꽁지내리고 짓는 모습이라니....^^ 가소롭다 요놈아!!
동굴 속에 자리한 수선루(睡仙樓).
길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독특한 지형이다.
조선 숙종 12년 연안 송씨 진유, 명유, 철유, 서유 네 형제가
선조의 덕을 기리고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80이 넘어서도 이 정자에 올라 시문과 바둑을 즐겼던
송씨 형제의 풍류가 마치 신선이 노는 것과 같다하여 수선류라 이름 붙였다 한다.
자연 동굴 속에, 윗층과 아랫층이 엇비슷하게 맞물린 자유로운 모습이
전라북도 지역 최고의 정자로 손꼽힌다고.
수선루에서 바라 본 섬진강.
우거진 수풀에 가려 잘 안보인다.
하지만 이 수선루를 지를 당시를 연상해보면 전혀 다를 것 같다.
S자로 굽이치는 섬진강물이 정자에 앉아서도 바로 보였을 것 같다는 생각.
수선루 안은 자연 동굴이다.
서늘한 냉기가 흐르는 동굴 안에는 낙숫물이 떨어져 만든 작은 샘이 있다.
시원하다. 시원하다 이가 시릴 정도다.
바로 보이는 건물이 귀산서원이다.
수선루는 좌측 절벽 위에 올라 앉아 있다.
빨간 꽃(열맨가....)이 핀 인삼밭.
산삼과 흡사하다 하니 유심히 봐둔다.
혹 산에서 산삼을 만나면 단박에 알아봐야 하니까....^^
말랑말랑한 흙길을 걸어 왔다.
더이상 걸을 수 없어 도로로 올라서니 지나 온 길이 아쉽기만 하다.
다리를 건너면 임실군 성수면이다.
개통 된 지 얼마 안된나 보다. 아스팔트가 따끈따끈하다.
좌포리의 폐교 된 좌포초등학교다.
갈증에, 시원한 하드 생각이 간절했는데,
유일한 구멍가게는 문을 닫았다.
지도를 보니 풍혈냉천까지는 2킬로 쯤.
그곳에 가면 하드를 먹을 수 있겠지.....
웬걸, 풍혈냉천 유원지에 가게는 있어도 하드가 없다.
맥주 한병에 요기도 할 겸 파전을 시켰다.
동굴 가게 겸 식당 안은 추워서 잠시도 있을 수 없을 정도.
평균 온도는 6도로 사철 온도가 일정하다고 한다.
냉천 물에 발을 담궜다.
믿기지 않겠지만 단 1분도 서 있기가 힘들 정도로 차다.
너무 차서 발이 아프다.
이번 도보여행 중 처음으로 만난 터널.
지나는 자동차 매연때문에 반갑진 않지만 시원해서 좋다.
터널에서 만나 함께 나온 사슴벌레다.
밤에, 터널 불빛따라 들어왔나 보다.
황두마을의 소꼽장난하는 아이들.
순간, 올려다 본 하늘빛이 눈부시다.
방수리에서 만난 노을.
흐린 날씨지만 붉게 물든 노을을 만날 수 있었다.
오늘의 목적지인 사선대에 도착하니 사위는 이미 어둠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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