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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봄에 취하고 화개 막걸리 한잔에 취하다.

by 눌산 2008.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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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독하네. 딱 한잔했는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진달래 꽃 화전 안주 삼아 화개 막걸리 한잔에 세상이 다 내 것으로 보이네.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를 피해 산방 처마 밑으로 드니  꽃불이 산중을 훤히 밝힌다. 황토 흙을 바르고 산죽으로 지붕을 인 봉명산방. 집 구경 삼아 들어 간 산장지기 처소가 소박하다. 토담에 구들방, 조촐한 세간이 산중 오두막을 연상케 한다.

막걸리 한잔만……. 했더니 한 병 통째로 내주며 돈은 안 받습니다. 한다. 공짜라……. 분명 막걸리 한잔에 천 원 한다는 문구가 밖에 걸려 있드만. 사람보고 돈 받나……. 아무튼, 한잔 마셨다.

주인은 저 위 암자 스님 이삿짐 나르느라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주인 없는 빈방에 하나 둘 객들로 들어찬다. 서울서 온 이쁜 처녀 보살 둘이서 화전을 만든다나! 이게 웬 떡. 일어서려던 참에 주저 앉아버린다. 부산에서 온 해병대 출신과 주거니 받거니 막걸리 한 병 다 비워 버린다. 한 병 더! 화전에 막걸리 한 병이 아쉽다는 거지. 군불지피는 연기가 구수하다. 하룻밤 자면 좋것그만.

스님과 산장지기가 앞장을 서고 아쉬움 뒤로 한 채 산을 내려선다. 스님 주머니 주섬주섬, 천 원짜리 몇 개 남기도 산장지기한테 다 쥐어준다. “가시면 스님도 필요하실 텐데요.” 거절하는 산장지기 주머니에 찔러주는 스님. 중 주머니에서 돈 나오는 거 첨봤다.

슬퍼하는 이에게 다독거려줄 수 있는 정이 넘치는 세상……. 그 스님 말씀이다. 다 기억은 안 나지만 뭐, 비슷한 얘기다. “오늘 그 산장에서 정을 나누고 내려가는 길입니다.” 다시 주머니 주섬주섬. 나한테도 돈 줄라고 그러나……. “서로 안부나 묻고 삽시다.” 珍應. 010-3138-XXXX

숲을 빠져나오자 해가 난다. 화개동천이 봄햇살에 반짝인다.


봉명(鳳鳴)산방







목련꽃 좋아하는 사람 별로 없다. 꽃이 좀 지저분하다 이거지. 헌데 이 불일평전의 목련은 다르네. 꽃이 좀 작다.
아마도, 곱게 늙을 것 같다는.







산중의 봄비도 좋네.







보면 볼수록 잘생긴 산장의 매화나무. 향에 취한 여인.







또 그 매화나무







금낭화. 그 밑에 숨어 있으면 못찾을 줄 알았지?^^







객들이 모여 화전을 만듭니다.







꿀 대신 설탕.







매화나무 앞에서 폼 잡고 사진도 한방.







차도 한잔. 다~~ 객이다. 난 발효차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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