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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오지

강 건너 외딴집 찾아가는 길

by 눌산 2012.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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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떤 집에 살고 싶은가요?
도시도 마찬가지지만,
시골에도 다양한 모양과 구조의 집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오늘 신문기사를 보니 60m에 달하는 기다란 직육면체 집도 있더군요.
자연을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그런 구조를 염두해 두고 설계한 유명한 건축가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자연을 중심에 둔 설계라고는 하지만,
가장 자연하고 거리가 먼 집이 아닌가 합니다.
문만 열면 자연인데,
굳이 집안에까지 자연을 끌어 들일 필요는 없다는 얘기지요.
시골에 살면서 집안 생활만을 염두해 두었다는 얘깁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취향이 있겠지만,
눌산은 여전히 오래된 오두막을 꿈꿉니다.
허름하지만, 흙냄새가 나는 그런 집 말입니다.

금강변에 자리한 '작은목살이골'이란 곳을 다녀왔습니다.
지명에서 묻어나듯 예전에는 금산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이 있었던 곳입니다.
대여섯 가구가 살던 마을에는 다 떠나고 한 가구만이 삽니다.
딱, 눌산이 살고 싶은 땅에 작은 집 한채만 있는 골짜기입니다.


산속에 들어 앉은 집 한채.
이런 곳을 찾을때마다 느끼지만,
나는 언제 저런 오두막에 사나...하는 생각 뿐입니다.^^
저 집 주인 어르신께는 대단히 죄송합니다.
하지만 좋은 걸 어쩝니까.
"너도 한번 살아봐!" 하시겠지만,
여전히 눌산의 꿈입니다.





어르신 댁 가는 길은 얼마전에 다리가 놓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징검다리를 건너다니거나,
사진의 질고개(길고개)를 넘어 다녔습니다.
옛길이지요.
목적은 옛길 답사였습니다.
오래된 옛길의 흔적을 찾아, 걷기 좋은 길로 만들기 위한.





절벽을 넘어가는 이 고개는 질고개라고 합니다.
'길'이 전라도 사투리인 '질'이되었을 겁니다.
오래전부터 다니던 길로,
바위를 정으로 쪼아 만든 계단입니다.
진짜 옛길이지요.
최영장군이 이 길을 넘었다는 기록 하나만 있었다면,
문화재감입니다.





바위에 윤기가 흐를 만큼 반질반질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넘나들었을까요.





하천 정비사업을 하면서 작은 다리가 놓이고,
진입로는 콘크리트 포장이 되었습니다.
어르신께 양해를 구하고 여기저기 둘러봅니다.





냉장고가 우체통이 되었습니다.





땔감이 가득 쌓였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눌산은 아무리 잘 쌓아도 저렇게 받듯하게 안됩니다.^^





동행한 향토사학자 유 선생님과 어르신이 생강나무꽃에 대한 얘기를 하고 계십니다.
어르신은 동백으로 알고 계십니다.
산골에서는 생강나무꽃을 동백, 또는 산동백이라고들 합니다.

"옛날에는 이걸로 기름을 짜서 머리에 바르고 그랬어."
동백기름이라고 했답니다.





직접 만들었다는 퉁소 연주를 해주셨습니다.
건반 연주도 수준급이라고 하십니다.





"틀니 하기 전까지는 괜찮았는데, 지금은 이가 흔들려서 잘 안되~"
"여전히 최고십니다.^^"

어르신은 올해 90세십니다.

한때는 금산을 넘나드는 길목으로 북적북적했을 작은목살이골에는 정적만이 흐릅니다
몇 발자국만 나가면 보이는 금강변에는 야생화단지 조성공사로로 어수선하고요.
세상은 변했지만, 따뜻한 봄햇살은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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