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 국도가 지나는 압록에서 18번 국도를 타고 보성강 줄기를 따라 오르면 태안사에 이릅니다. 20여 km의 이 구간의 보성강을 석압강이라고도 부릅니다. 석곡에서 압록 사이를 흐르는 강이란 뜻으로요. 또는 석압계곡이라고도 합니다. 협착한 골짜기 덕에 따로 얻은 이름인 셈이지요. 강에서 계곡으로 규모는 축소되었지만 특별히 별났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 구간을 지나다보면 계곡 같은 강을 만날 수 있습니다. 대황강이란 이름도 있습니다. 예로부터 물이 맑기로 소문 난 보성강에는 은어, 메기, 쏘가리, 참붕어, 참게, 잉어 등이 서식해 강 주변 주민들은 봄철에는 천렵을 즐겼고, 여름철에는 횃불을 들고 물고기를 잡는 횃불놀이가 아름답다 하여 곡성 팔경중 하나인 대황어화(大荒漁火)에서 얻은 이름입니다.
물이 맑아 오리들이 많이 살았다하여 붙여진 압록(鴨綠)이란 지명 또한 맑은 물과 연관이 있습니다. 석압강, 석압계곡, 대황강, 보성강은 모두 같은 곳을 가리키는 말로 물이 맑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요즘도 섬진강에 비해 보성강이 훨씬 물이 맑은 것은 사실입니다. 더구나 이래저래 개발이란 광풍에 휩싸인 섬진강에 비하면 참 촌스러운 강 그대로지요.
요즘 대황강 20여 km 구간의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도로 확장과 포장공사로 인해 고목이 모두 잘려나가고 그 후 새로 심은 벚나무가 대부분이지만 인근 유명 벚꽃 명소에 비하면 딴 세상 같습니다. 벚꽃도 심심해 할 만큼 지나다니는 차들이 거의 없습니다. 아무데나나 차를 세우고 즐겨도 될만큼요.
압록이나 태안사, 섬진강, 보성강은 밤을 새서 얘기해도 할 얘기가 많습니다. 제 고향이니까요.
[tip] 호남고속도로 석곡IC를 빠져나오면 18번 국도와 만납니다. 보성강을 따라 20여km 가면 압록에서 17번 국도와 합류하고 구례나 순천으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석곡에서 반대방향으로 가면 송광사나 선암사, 보성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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