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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여행

[강원도 태백] 귀족, 여왕, 가인(佳人)의 칭호를 받는 자작나무숲

by 눌산 2012.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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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귀족, 숲속의 여왕, 나무의 여왕, 가인(佳人), 자작나무숲

바다보다는 산이 좋고, 나무 보다는 숲이 좋다. 여자보다는 꽃이 좋고, 술보다는 담배를 사랑한다. 칼 같은 성격은 아니지만, 고집스러운 취향이다. 덕분에 승질머리 드럽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인정한다. 모 아니면 도를 택해야 맘이 편하니까.

그런 이유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너무 분명해서 탈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멋진 길도 이미 소문난 곳이라면 가지 않는다. 산을 좋아하고 숲을 좋아하지만 이 또한 마찬가지다. 일단 유명세를 탄 곳이라면 가기 싫어진다. 대신 맘에 드는 곳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면 꼭 가고야 만다.
 


인제 자작나무숲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었다. 눈 내린 후 가야겠다 맘 먹은지 오래되었지만 아직 가보지 못했다. 대신 태백에서 멋진 자작나무숲을 만났다. 차 타고 이동중에 우연히 눈에 띄었는데, 사진만 놓고 본다면 인제 못지 않다.





딱 살고 싶은 집이 있었다. 물론 작은 오두막이어야하고, 숲 한가운데 있는 그런 집을 원했다. 그런 집에서 3년을 살았다. 아름드리 호두나무에 둘러싸인 오두막이었다. 여전히 그 오두막 꿈을 꾼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런 숲 한가운데 집을 만나기가 참 어렵다. 인위적으로 심고 가꾸지 않으면 안된다.





만약에 말이다. 자작나무숲 한가운데 그런 오두막이 있다면, 단 하루만이라도 살아보고 싶다. 그림 같은 언덕 위에 하얀집은 아니지만, 숲 속의 하얀 오두막 말이다. 그런 집을 찾지 못한다면, 내가 심어 버리겠다. 뭐, 한 이십 년 쯤 기다리면 꿈꾸는 그런 숲이 되지 않겠는가.





자작나무를 가리켜 부르는 말은 많다. 숲속의 귀족, 숲속의 여왕, 나무의 여왕, 심지어 가인(佳人)이란 표현까지 쓴다.





자작나무하면 영화 '닥터지바고'를 떠올린다. 그것은 아마도 영화의 내용은 다 기억 못해도 설원을 달리는 마차와 자작나무숲의 환상적인 장면은 여전히 뚜렷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자작나무는 시베리아 설원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한 운명적인 사랑을 더욱 애절하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빨간머리 앤'에서 주인공이 소꼽놀이하며 놀던 곳도 자작나무숲이다. 자작나무하면 영화의 한장면이 먼저 떠오르지만, 우리네 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쓰였던 나무다. 신혼부부가 첫날밤 자작나무 껍질을 태우며 백년해로를 기약하기도 했다. 오늘날 결혼식을 일컫는 말로 '화촉(華燭)을 밝히다.'라고 하는데, 바로 여기서 온 말이다.





사람이 없는 숲 사진은 왠지 어색하다. 딱 2% 쯤 부족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자작나무숲은 다르다. 그래도 분위기가 살아있다. 하얀 수피에 이제 막 돋아나기 시작한 연둣빛은 그 자체로도 완벽하다.





겉은 희지만 속은 기름기를 잔뜩 머금고 있는 자작나무는 불에 탈때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작나무숲의 제모습은 한겨울이 좋다. 속살이 훤히 드러나는 잎을 모두 떨군 휑한 모습은 나목(裸木)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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