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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끝에 찡한 향기가 스친다. 맞아! 뒤란 때죽나무. 아차 싶었다. 부랴부려 다려갔더니 역시나 늦었다.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야 할 때죽나무 꽃이 이미 떠나고 있다. 꽃은 이미져서 물 위에 동동 떠다닌다. 올해는 몇송이 남지 않은, 미쳐 떠나지 못한 게으른 녀석들로 대신한다.
물 위에 동동 떠나니는 녀석을 하나 건져 늦은 햇살이 비추는 바위에 올려 놓았다. 물기 머금은 촉촉함이 살아난다.
그 이름 참 독특하다. 때죽나무라.... 말 그대로 나뭇껍질이 검은색이어서 때가 많아 때죽나무라고도 하고, 열매껍질에 들어 있는 독성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을때 이 열매를 찧어 물에 풀면 물고기가 떼로 죽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여하튼 독특한 이름만큼이나 그 쓰임새도 다양해서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여러모로 유용한 나무였다.
때죽나무는 주로 계곡가 양지바른 곳에서 자란다. 5월 초면 피기 시작하는데, 진작부터 맘은 먹고 있었지만 너무 늦게 가는 바람에 꽃은 이미 지기 시작했다. 물에 동동 떠 있는 모습이 꼭 매화꽃을 닮았다. 다섯 장의 꽃잎이 뚜렷하다.
어릴적 이 때죽나무 열매로 고기잡던 생각이 난다. 돌에 열매를 콩콩 찧어 물에 풀면 물고기가 기절해서 물 위로 둥둥 떠 오른다. 알고보니 그것은 '에고사포닌'이라는 독성때문이라네.
뒤란을 다녀오는 길이면 언제나 담는 사진. 언제나 봄날의 증명사진. 당산나무에 초록이 짙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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