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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마구령을 넘었다. 마구령은 영주 부석사 뒤를 타고 넘는 고갯길이다. 십승지 중 하나인 충청북도 단양 의풍리와 김삿갓 묘가 있는 강원도 영월 노루목, 그리고 경상북도 영주 땅 남대리가 접한 삼도의 경계지역으로 태백과 소백 양백지간에 걸친 영남의 최북단 고갯길이다.
한때는 오지트레킹 명소로 알려진 곳이지만 지금은 대부분 포장이 되었다. 하지만 경사가 워낙 급해 초행길이라면 만만치 않은 고개다. 더구나 태풍이 훑고 지나간 뒤라 부러진 나뭇가지가 어지럽게 널려있다. 위험하다는 생각보다는 10년 만에 찾는 감회가 더 크다.
곰배령 아래 살던 지인이 남대리에 집을 지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았다.
비 예보가 있었다. 아니다 다를까 보슬보슬 비가 내린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안개가 피어 오른다. 심야의 몽환적인 분위기는 카메라를 들게 만들었다.
다시 아침이다. 해발 600 미터 오지마을 남대리의 아침이다. 멀리 보이는 산자락을 넘으면 부석사가 있다.
빗방울이 굵어진다. 떠나기 싫다. 그냥 눌러 앉아도 좋겠다.
아, 이 집 당호가 여석헌이다. 남은 돌, 쓰다 남은 돌, 한마디로 아웃사이더란 뜻이란다.
술을 마셔야 시를 쓰는 주인당 답다.
간밤에 라면을 끓여 먹었던 코펠에 다시 커피를 끓인다. 일회용 커피 두 잔을 마시고, 다시 주인장의 원두커피까지. 이제야 속이 풀린다.
급하게 대충 지었다는 이 집이 참 맘에 든다. 사는 것도 대충이 좋다.
완성 단계에 있는 팔려고 내 논 집이다. 여석헌의 주인장은 요즘 집을 지어 판다. 100% 나무로만 지은 집이다. 아랫층은 구들을 깔았고, 2층은 다락방이다.
번개같이 하룻밤 자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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