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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곽재구는 '포구기행'에서 "순천만의 노을에 감동해 무릎을 꿇었다"고 했고, 소설가 김승옥은 '무진기행'에서 순천만의 안개를 소재로 신기루 같은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 냈다. 2645만 m²의 광활한 갯벌과 231만 m²의 갈대밭으로 이루어진 순천만을 '하늘이 내린 정원'이라고 하는 이유이다.
2006년 국내 연안습지 가운데 처음으로 람사르 협약(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각국의 협력으로 맺어진 조약)에 등록된 순천만은 연간 300만 명 이상이 찾는 국내 최고 자연생태관광지가 되었다. 주말이고 평일이고 할 것 없이 몰려드는 인파로 소설 속 '무진'을 만난다는 것은 무리다. 한적하던 갯별이 유명 관광지가 되버렸으니 말이다.
30년 전의 얘기지만, 자전거 타고 짱뚱어 낚시 다니던 그 대대포구도 이젠 없다. 카메라를 든 여행자들로 가득하니 말이다.
언제나 겨울이었다. 좋은 계절 놔두고 왜 하필 겨울에만 갔을까. 겨울의 주인은 바람이다.
제 멋대로 자라던 갈대는 사람의 손길을 거치면서 자연미가 사라졌다. 천연갯벌에는 인공 구조물이 세워지고, 관광객이 걸어 다닐 수 있는 나무데크가 놓였다.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된 것. 대신 잃은 것도 많다. 그래서 세상은 공평한가?
하지만 순천만의 주인은, 여전히 검붉은 갯벌과 갈대다.
생태체험선이란 이름의 유람선도 뜬다. 걷지 않고 갈대밭을 둘러 볼 수 있다. 편리함은 있어도 낭만은 없다.
순천만에서는 4월 20일 부터10월 20일까지 6개월간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린다. 박람회의 주제는 '지구의 정원 순천만(Garden of the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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