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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촌놈이 바다에 가면,
서울역 앞 빌딩숲을 처음 만났을때 느낌이다.
한마디에 어리버리해진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바다를 보면 오래 머물지를 못한다.
언제나 스쳐 지나가는 곳이지 머무는 곳이 아니라는 얘기다.
영덕 블루로드를 걸었다.
보드라운 바람과 짙푸른 바다는, 한마디로 상큼했다.
일정상, 아주 잠시였지만 새콤한 물회 한 그릇 비운 느낌이랄까.
기회가 된다면,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688km 전 구간을 걸어보고 싶다.
영덕 블루로드는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688km의 해파랑길의 일부로,
영덕 대게공원을 출발하여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도보여행을 위해 조성된 약 64.6km의 해안길이다.
찾아간 곳은 B코스 축산항이다.
폼이 좀 거시기하지만, 두 사람은 지금 사진을 찍고 있다.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출발~
영덕 블루로드는 총 네 코스로 나뉜다.
A코스(17.5km) : 강구터미널 - 강구항 - 금진구름다리 - 고불봉 - 해맞이캠핑장 - 신재생에너지전시관 - 풍력발전단지 - 해맞이공원
B코스(15km) : 해맞이공원 - 대탄어촌체험마을 - 석리어촌체험마을 - 대게원조마을 - 블루로드다리 - 죽도산 - 축산항 - 영양남씨발상지
C코스(17.5Km) : 영양남씨발상지 - 대소산봉수대 - 사진구름다리 - 목은이색기념관 - 괴시리전통마을 - 대진항 - 대진해수욕장 - 고래불해수욕장
D코스(14.1km) : 대게공원 - 장사해수욕장 - 경보화석박물관 - 남호해수욕장 - 삼사해상산책로 - 삼사해상공원 - 어촌민속전시관 - 강구터미널
산 전체에 대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해발 80m의 죽도산. 정상에는 등대와 전망대가 있다.
오래 전 자전거로 동해안을 따라가는 7번 국도를 여행하다 강구항에서 포기 한 적이 있다.
차라리 걸을 걸, 하면서 말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전거가 걷는 것보다 쉽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지가 않았다.
자전거를 버리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으니까.
그후 자전거 여행은 하지 않았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강구항에서 오징어배를 한번 타면, 한달 여행 경비를 벌 수 있다는 얘기에 솔깃해서 가던 길을 멈추어 버린 것이다.
그때, 진정한 쏘주 맛과 생선회의 맛을 배웠다.
뱃사람들이 마시는 쏘주는 술이 아니라 보약이라는 것을.
이유야 어찌되었든, 중도에 포기했던 7번 국도는 참 많은 추억을 남겼다.
멋진 길을 만나면, 걷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688km라는 해파랑길이 자꾸 끌린다.
한 달 반이면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축산항
눈여겨 둔 70리터 배낭을 열 번도 더 만지작 거렸다.
걷고 싶은 욕망을 겨우 잠재우고 있는데, 그 병이 도질까 겁이 나서 사지 못했다.
언제가는 그 배낭을 사게 되겠지만.
그 날은, 이 집을 떠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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