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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화순, 천불산 다탑봉 운주사에 가면 '천불천탑'을 만날 수 있다.
크기도 각각 다르고 모양이 각양각색이다. 홀쭉하고 뚱뚱하고, 누워 있는 와불까지, 단 하나의 불상도 똑 같은 게 없다. 마치 우리 이웃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그런 얼굴들 처럼 소박하고 친근하다. 더구나 절집으로 향하는 길가나 절벽 위, 또는 바위 틈까지 불상의 배치 또한 독특하다. 뭐랄까. 근엄한 자세의 부처님이 아닌, 어디서든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그런 분위기다.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운주사 불상만이 갖는 특별한 가치로 평가받는 이유이다.
겨울비에 바람까지 차다.
전날 광주에서 하룻밤을 자고 무작정 남쪽으로 달렸다. 특별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다. 화순 너릿재를 넘고 나서야 운주사가 떠오른다. 겨울비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그런 생각.
스산한 절마당에 서니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운주사는 평지에 자리 잡았다. 나즈막한 산자락이 좌우로 감싸고 있어 그나마 절집으로 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표정들의 불상이 바위 틈에 서 있다.
"운주사에 왔구나."
운주사 불상들은 천불산 골짜기 바위 틈이나 절벽 위 야지에 비로자나부처님을 주불로 하여 집단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대웅전 왼편 산능선에는 거대한 와불이 누워있다.
도선국사가 천불천탑을 하룻밤에 세울 때 맨 마지막으로 와불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는데, 공사에 싫증 난 동자승이 닭이 울었다고 거짓말을 하여 불상을 세우지 못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뿌리가 다 드러난 소나무도, 천 년 세월의 풍상을 버티어 온 불상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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