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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

펜션 주인의 여름

by 눌산 2013.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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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들을 보니 '펜션 주인의 여름'이란 제목의 글이 여럿 있다.
벌써 여섯 번째 여름이다.
펜션 주인으로 말이다.
딱 두 해만 하자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사람 일은 모른다는 말이 딱 맞다.


여름 한달은 매일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는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아침마다 산책을 한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동네 한바퀴 도는 일은,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니까.









오늘 아침 산책에도 다롱이가 따라 나선다.
아마 다롱이도 나와 같은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래?
너도 산골 고양이 잖아~










거대한 절벽을 두룬 적상산 아래 나의 집이 있다.
언제나 같은 사진을 찍고 있지만,
참 괜찮은 풍경이다.

일기예보에 오늘도 비가 온단다.
잿빛 하늘이 싫지만은 않다.
그동안 가뭄에 가까울 정도로 비가 오지 않았던 무주는, 좀 더 내려도 괜찮다.










아랫집에 나리꽃이 피어 있다.
낮은 담장을 두르고, 텃밭도 꾸몄다.
누구나 꿈꾸는 도시인들의 전원생활이다.










잘 찾아보면 집 주변에 산딸기가 많다.
오며가며 한 웅큼 따서 먹는다.










뜬금없는 코스모스도 보이고,
달맞이꽃, 달개비도 피었다.


꽃 사진을 좋아 했는데, 요즘은 눈으로 보는 것이 더 좋다.










6년 전, 난 이 길을 올라오면서 주체할 수 없는 감동과 흥분을 느꼈다.
아, 진정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그리고는 30분도 채 안되는 시간에 "난 이 마을에서 살거야"라고 결정했다.

남들은 거창하게 운명이라고들 하지만,
난 운명을 믿지 않는다.
차라리 순리가 낫다.
순리라는 것은 곧 나의 마음이니까.










세상사 내 맘대로 되는게 있던가?
물 흐르는 듯이 살아가는 것이다.
때가 되면 오는 것이고, 떠날 때도 마찬가지인 것이고.
억지로 만들면 안된다는 뜻이다.
과하면 넘치듯이 말이다.










2년이 6년이 되었지만, 발버둥치지는 않았다.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그래도 난 여전히 이 자리에 있다.



















동네 한바퀴 돌아서 다시 나의 집이다.




손님들과 사랑방에서 다리 쭉 뻗고 앉아 차를 마시고,
그냥 얘기를 나누다 보면,
나도 여행자가 된다.
펜션 주인이고 싶지는 않았기에, 함께 어울리고 나누는 시간을 즐겼다.
하지만 여름 한달은 '펜션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
이 블러그를 통한 인연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기에 많이 아쉽다.
또 죄송스럽다.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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