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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칼럼

[귀농·귀촌 이야기] 무작정 시작된 산골생활, 기회는 만드는 것이더라

by 눌산 2013.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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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시작된 산골생활, 기회는 만드는 것이더라.
/ 전북 무주군 설천면 이동성·이경순 부부

 

낭만적인 시골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우아하게 모닝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하면서 그림같은 풍경에 취해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는사실 꿈같은 얘기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필시 실패하기 십상이다. 자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산다는 얘기도 된다. 봄부터 겨울까지 피고지는 꽃과 나무의 성장을 보면서 자연과 더불어 자연을 닮아가는 느리게 사는 삶, 시골생활의 중심은 이렇듯 느린 삶 속에 있다. 느리게 사는 삶을 목표로 지난 3년 전 인천에서 무주로 터전을 옮겨온 이동성·이경순 부부의 삶을 들여다보고 왔다.



 

무주에 오길 잘했어!

 

무작정 떠났다. 그리고 무주에서도 가장 산골이라는 설천면 대불리 외북동에 땅 300평을 사고 집을 지었다. 아무 연고도 없었고 어떻게 살까 하는 계획도 없었다. 오직 도시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 하나 뿐이었다. 아무 대책 없이 시작된 산골 생활이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정착한 다른 귀촌인들에 비해 비교적 원만한 정착을 한 경우에 속한다. 주인공은 덕유산 레저바이크텔에서 사무장을 맡고 있는 이동성 씨와 무주문화관광 해설사인 이경순 부부다.

 

인천에서 맞벌이 생활을 하던 부부는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취미생활의 하나였지만 언제나 마음속에 귀촌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가는 지역마다 관심있게 보고 다녔다. 주로 강원도와 경상도 산골여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감을 얻게 된다. 장소나 시기도 정하지 않고 오직 언제든떠나겠다는 마음으로 살다 우연히 무주를 지나게 되는데, 그 때 부부의 눈에 들어 온 곳이 바로 지금 살고 있는 설천면 대불리 외북동이다. 앞뒤 재지 않고 그날 바로 땅을 계약하고는 두 달 뒤 이동성 씨 먼저 무주로 내려왔단다. 어찌보면 참 대책없는 부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오랜 여행을 통해 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친 상태라 주변의 우려와 만류에도 굴하지 않고 단호한 결정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해 5월부터 집짓는 일을 시작해 7월에 입주했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했죠. 남들이 뭐래도 우리 맘에 들면 그만인 거 아니에요? 원래는 더 깊은 산골로 들어갈까도 생각했는데, 이 땅이 너무 맘에 들더라고요.”



 

이경순 씨의 말처럼 주변 환경이 마음에 쏙 들었다. 야생화와 산나물, 그리고 효소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인데, 그런 그에게는 외북동이 더없이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있다. 문만 열고 나가면 산이고 들이라 그가 원하는 것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효소로 담그는 것들만 해도 백가지 산야초가 들어간다는 백초차()와 살구, 매실, 미나리, 민들레, 더덕, 사철쑥, 야콘, 쇠비름, 맨드라미 등 수 없이 많다. 특히 맨드라미는 색깔이 고와 음식에 주로 넣는다고 한다. 산나물로 담근 장아찌는 매일 밥상에 오르고 도시에 사는 지인들과 나누어 먹는다. 마침 취재 때문에 방문했을 때도 부부의 아침밥상에는 자연에서 얻은 음식들로 가득했다. 그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효소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가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외북동에서 생활한 지 5개월 만에 완치가 되었죠. 먹을거리도 중요하지만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인천에 살면서도 늘 직접 담가 먹었지만, 여기는 널린 게 다 재료거든요. 그것도 오염되지 않은 자연에서 자란 것들이라 가장 좋은 재료라 할 수 있어요. 잠깐만 움직이면 1년 먹을거리가 생기잖아요.”



 

여전히 바쁘게 살지만, 마음의 여유가 있다

 

부부는 무주에 와서도 맞벌이를 하고 있다. 이동성 씨는 무주군에서 운영하는 덕유산 레저바이크텔에서 사무장으로 있고, 이경순 씨는 무주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한다. 얼마 전에는 이경순 씨의 두 동생 부부도 무주생활에 합류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먹을거리가 널려있기 때문에 먹고 살 걱정은 안한다. 지금의 직장을 구하기 전에도 과수원이나 들에서 일당을 받고 일했다고 한다. 모든 환경이 낯설기 때문에 직접 몸으로 부딪쳐야만 산골생활을 익혀 나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것이 바로 이들 부부가 빠른 시간에 안정적인 정착을 하게 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동성 씨는 인천에서 산악자전거 전문가로 활동했기 때문에 지금 근무하고 있는 덕유산 레저바이크텔에서도 자신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무주를 찾는 자전거 동호인들에게 숙박과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자전거 수리도 해준다. 그동안 그가 모아온 공구들만 해도 웬만한 자전거 수리점 못지않다.

 

직장이지만, 이곳은 제 꿈이나 다름없어요. 귀촌의 꿈을 꾸면서 생각했던 것이 내가 가진 재능을 활용하며 사는 것이었거든요. 일종의 재능기부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행운입니다.”

 

덕유산 레저바이크텔은 산악자전거를 중심으로한 센터이기 때문에 관광객뿐만이 아니라 무주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센터 내에 자전거 연습장을 만들어 직접 교육을 하고 있고, 지역 동호회도 조직했다. 함께 투어를 나가고 서로 정보 교류도 한다. 또 인근 주민들을 초청해 효잔치도 했다. 이러하기에 센터는 그런 모든 중심에 있다.



 

이동성 씨의 재능기부는 또 있다. 스키강사도 할 뿐만 아니라 10여 년의 미용경력을 활용해 봉사활동을 한다. 이 모든 일이 그에게는 즐거운 일이다. 그는 아마도 도시였다면 지금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지 못했을 겁니다.”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살고 싶은 곳이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문화관광해설사 이경순 씨는 월 20일 정도 근무한다. 이 일을 하면서 만나는 도시인들에게 무주의 문화해설 뿐만 아니라 그녀가 경험한 지난 3년간의 산골 생활을 얘기해준다. 자신처럼 시골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머지 시간은 그녀가 좋아하는 산과 들에서 보낸다.

 

자연을 좋아하고 부지런하면 누구든 정착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시골에 와서도 정신없이 바쁘게 살지만, 언제나 마음의 여유가 있어요. 그게 다른 점이죠.”

 

부부의 일상은 도시와 별반 차이가 없어 바쁘다. 하지만 그들의 말처럼 이곳에서의 삶에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질은 경제적인 여유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해 준다.

[글,사진] 여행작가 눌산 http://www.nulsan.net

반농사 귀농·귀촌 소식지 10월 호 기고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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