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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칼럼

[귀농·귀촌 이야기] 오미자와 블루베리로 꽃 피운 제2의 인생

by 눌산 2014.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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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와 블루베리로 꽃 피운 제2의 인생

/ 전라북도 무주 허인화·박재인 부부

 

덕유산 능선에 하얀 눈이 뒤덮인 지 오래다. 산자락에 내려앉은 눈은 봄이 되어서야 비로소 녹는다. 덕분에 덕유산은 순백의 눈꽃을 만나기 위해 찾는 여행자들로 겨울 내내 가득하다. 그 산 아래 긴 겨울을 휴식의 시간으로 채우는 이들이 있다. 무주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허인화(56)·박재인(50) 부부가 그들이다.



 

잘 나가던 직장 버리고 농사꾼 선택한 IT회사 연구원

 

박재인 씨는 IT회사 연구원이었고, 허인화 씨는 같은 회사 관리직 간부였다. 스스로도 괜찮은 직장이라 여겼지만 이들은 어느 날 과감히 이삿짐을 싼다. 아이가 없는 부부의 무주행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쉽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런 저런 걸림돌이 없기에 오직 두 사람의 미래를 위한 고민만으로 결정지어진 것이다.

 

잔설이 채 녹기도 전인, 20073월 전라북도 무주군 안성면 명천리 덕유산 자락에 이들 부부는 터를 잡았다. 부부는 무주로 내려오기 몇 달 전부터 미래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게 된다.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IT 회사 연구원의 미래를 떠올려 보니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부부의 가장 큰 고민은 과연 언제까지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느냐?’였다. 허인화 씨는 남편 박재인 씨를 똑같이 반복되는 매일 매일의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부부의 새로운 인생설계는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귀농을 위한 목표를 세우고 살 곳을 찾아 구례나 하동, 진안 등지를 다니던 중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잠시 들른 안성 땅에 한 눈에 반했다. 지인의 도움으로 지금의 집과 터를 마련하고, 직장에 사표를 내면서 본격적인 귀농을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허인화 씨는 귀농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막연한 동경에서 시작한 건 맞아요. 하지만 우리 부부의 미래를 생각해보니 귀농만이 돌파구라고 생각했죠. 무엇보다 농사는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고, 도시생활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많으니까요.”

 

지인의 소개로 처음 구입한 집은 양옥집 한 채와 허름한 헛간이었는데, 평생 아파트에서만 생활했던 부부는 양옥집 아니라 헛간을 수리해 그들만의 공간을 꾸미게 된다. 유난히 추운 명천리의 겨울을 생각해서 외풍을 막아 줄 수 있도록 천장을 낮게 만들었고 중간 중간에 나무 기둥을 세웠다. 집 외벽과 화장실, 부엌 쪽의 벽은 황토를 발랐으며 한지 도배로 마무리를 했다. 예상했던 대로 집수리를 마치고 보니 양옥집 보다는 훨씬 운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유독 눈이 많이 내리는 무주에서도 안성면 일대는 적설량 자체가 다르다. 19번 국도를 타고 안성재를 넘어서자 전혀 다른 겨울 세상이 펼쳐진다. 동쪽으로 덕유산이 넓게 감싸고 있는 독특한 지형 때문이다. 무주는 산지의 비율이 84%에 달하는 산악지역이지만 안성면 일대는 비교적 너른 들이 펼쳐져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풍요로워 보인다. 바로 이런 분지 지형 때문에 눈이 많이 내릴 뿐만 아니라 온도차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크다. 안성의 이런 지형은 나쁜 점도 있지만 더불어 좋은 점이 되기도 한다. 평균 기온이 낮아 작물의 재배가 다른 지역에 비해 어려운 대신 일교차를 이용해 당도가 높은 맛좋은 농산물이 생산된다.



 

귀농은 선택한 가난이다.

 

이사와 동시에 시작한 오미자 농사는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주요 작물이 되고 있으며, 그 후 블루베리도 함께 재배하여 주된 수입원으로 삼고 있다. 오미자와 블루베리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덕유산 자락의 지형과 기후를 감안한 것이었다.

 

오미자를 첫 작물로 선택한 이유는 또 있었다. 농사가 처음인 부부에게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고 손이 많이 가는 농사가 아니라는 것과 한번 심어 놓으면 2년 후부터는 수확이 가능하여 3년 정도는 꾸준히 수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농축액과 술, 차로도 마실 수 있고, 말려서는 약재로도 쓸 수 있어 보관이 용이하다는 점, 모든 과정을 부부의 손으로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오미자 농사는 처음 임대한 600평을 시작으로 지금은 2,500평으로 넓혔다. 생산량은 4~5톤 정도지만 주문량은 10톤이 넘는다. 그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꾸준히 이어져 온 도시의 지인들 덕분으로 전량 직거래로 판매한다. 부부의 농사는 오미자 뿐만 아니라 블루베리도 1,500평정도 재배하고 있다.



 

규모만 생각하면 성공적인 정착으로 보이지만 남들보다 두 배 세배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입니다. 이곳 오미자는 수확량은 많지 않지만 맛과 향이 달라요. 그리고 도시 소비자를 초대해 직접 농사짓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그랬더니 산지의 주변 환경을 보고 품질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박재인 씨의 말처럼 그만의 농사법이 있었다. 그는 농사도 최소 3년 이상을 내다보는 예측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 근시안적 시각은 위험하다는 것! 부부의 농사법 또한 기존 틀에서 벗어나 현실과 미래를 보는 안목을 통해 마케팅과 생산의 철저한 분업화로 이루어진다. 허인화 씨는 마케팅을 담당하고, 박재인 씨는 생산을 담당한다.

 

같이 일하면 밥도 못 얻어먹어요. 이런 분업이 오히려 실속 있습니다.(웃음)”

 

부부의 분업은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허인화씨는 귀농과 산야초, 서예 등 강의를 통해 지역 활동에 바쁘다.

 

나이 들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고민하다 지금은 강의까지 하고 있는 서예를 배우게 되었어요. 또한 국악과 산야초, 귀농에 대한 강의도 다니고 있답니다. 제가 그동안 경험한 얘기들을 귀농이나 귀천을 꿈꾸는 이들에게 들려줍니다. 특히 귀농 귀촌에 있어 많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들을 중점적인 강의를 하고 있는데요, 많은 귀농인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인 관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죠.”

 

허인화 박재인 부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관계이다. 부부의 관계,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 귀농·귀촌인들과의 관계 등. 그런 면에서 박재인 씨는 그들처럼 농촌에서의 또 다른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꼭 해주는 말이 있다

 

첫째는 초심(初心)입니다. 누구든 절실함을 가지고 농촌으로 옵니다. 그래서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농사에 대한 조급함이나 주민들과 빨리 친해지려고 서두르다 보면 처음 가졌던 마음이 흔들리게 되거든요. 두 번째로 취미생활인데, 이건 도시보다 더 중요해요. 긴 겨울을 지내기 위해서는 나만의 취미가 있어야 무료하지 않고 다음 농사를 위한 휴식을 가질 수 있어요. 그리고 세 번째로 무주에서 실패하면 어디 가서도 다 실패합니다. 무주만 한데가 없거든요. 무슨 얘기냐면 무주의 땅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경쟁력이 있어요.”

 

막연한 동경, 부농에 대한 꿈, 아련한 그리움, 삶의 변화 등 도시를 떠난 이들의 이유는 다양하다. “귀농은 우리 부부가 선택한 가난이다. 그러나 선택한 가난은 가난이 아니다.”라는 부부의 말처럼 내가 선택한 또 다른 인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한 일들에 대한 책임도 나에게 있다는 얘기다. 노력과 휴식, 정반대의 논리지만 늘 함께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 사진> 여행작가 눌산  http://www.nulsan.net


전라북도 무주 귀농·귀촌 소식지 겨울호 기고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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