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유홍준 님은 섬진강 하동포구 80리 길과 해남 대흥사 숲길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썼습니다. 만약에 유홍준 님이 강선마을 길을 다녀갔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은 하나 더 늘었을 겁니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강선마을 가는 길을, 저는 주저없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소개합니다. 점봉산을 오르는 길목으로 마을은 해발 900미터에 위치에 있습니다. 마을까지 걸어가는 2킬로의 계곡을 낀 숲길은 국내 최대 원시림지역으로 손꼽이는 이 땅의 허파와도 같은 곳입니다.
양양에서 진동리를 갈려면 조침령을 넘습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 길은 사륜구동아니면 엄두도 못낼 만큼 험한 고갯길이었습니다. 그런데! 버스를 만났습니다. 터널이 하나 뚤리고 그 험한 고갯길은 말끔히 포장되었더군요. 조침령을 기준으로 양양쪽은 해발 제로에 가깝고 고개너머 진동리는 해발 700미터에 이릅니다.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표고차는 무려 700미터나 되는 셈이죠.
진동리 쇠나드리(바람이 많이 불어 바람불이 또는 우탄동이라고도 합니다.)에는 근사한 억새밭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로 확포장 공사로 인해 반은 뚝 잘려 나가고 그나마 일부라도 남아 있습니다.
도로의 끝, 해발 800미터 진동리 설피밭 마을에서 강선마을 길은 시작됩니다. 물론 걸어가야 하는 곳이죠. 마을 입구에 세워진 표지판이 이쁩니다.
드디어 숲길이 시작됩니다. 하늘을 가린 원시림은 한여름에도 서늘할 만큼 시원한 숲그늘을 선사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은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족한, 짧은 길이지만 세상의 모든 번뇌를 다 담고 있는 듯 합니다.
원시림에 덮힌 촉촉한 땅에는 온갖 진귀한 풀꽃들이 피어납니다. 천연기념물인 금강초롱도 쉬이 만날 수 있는 곳이죠. 꽃은 7,8월에 가장 보기 좋습니다. 길의 끝은 '천상의 화원' 곰배령이고요.
계곡에는 이름없는 크고 작은 폭포와 소가 이어집니다.
진동계곡-내린천-북한강으로 이름이 바뀌는 한강의 최상류지역이죠.
나는 자연인이다! 대자연의 신비 가득한 강선계곡입니다.
설렁설렁 걸어도 1시간30분이면 충분한. 너무 짧아 아쉬운 길입니다.
지난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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