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볼 거 있다고 여까지 왔능교?”
소읍 기행 취재를 하면서 만난 대부분의 지역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다. 유명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행하기 좋은 철도 아닌데, 취재할 만한 게 뭐 있겠냐는 식이다. 상권은 대부분 전국 어디에나 있는 체인점들이 점령을 했고, 골목과 낡은 주택이 있던 자리에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구멍가게는 편의점으로 바뀌었고, 5일 장터에는 현대식 마트가 들어앉아 도시의 흉내를 낸다. 하지만 변화의 물결 속에 여전히 수십 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너무나 익숙하여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고, 그래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이 시대의 자화상을 담고 있는 소읍 기행 세 번째는 충남 홍성과 경남 의령이다.
천년 역사의 고장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충남 홍성
충남 도청이 들어선 내포신도시와 홍성읍은 불과 10여분 거리지만 신(新)·구(舊)의 차이가 뚜렷하다. 이미 고층 아파트 일색이 돼버린 내포신도시가 대도시 분위기라면, 인구 4만여명이 거주하는 홍성읍은 여전히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천년 역사의 홍주읍성이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고, 홍주성 동문인 조양문을 비롯한 수많은 역사 문화재와 근대문화유산인 적산가옥 등이 산재해 있어 읍 전체가 문화재라 할 수 있다.
깊이 있는 홍성 여행을 하기에는 ‘홍주성 천년 여행길’ 코스를 따라가면 된다. 총 8㎞ 거리에 넉넉히 4시간 코스인 이 길은 홍성 읍내 주요 문화재뿐만 아니라 전통시장 등 생활문화를 모두 만날 수 있다. 장항선 홍성역이나 홍성 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한다. 천안에서 시작하여 서해안을 따라 전북 군산과 익산을 연결하는 장항선은 서해안고속도로와 함께 예산·홍성·광천·대천 등 충청남도 남서부 지역의 중요한 교통수단이 되고 있다.
터미널 근처에 있는 고암공원은 홍성의 관문으로 홍성의 천년 역사를 상징하는 타일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화가 고암 이응노 화백의 예술세계를 상징하고 홍성의 과거와 미래를 표현한 역사문화 공간이다. 길은 상가지역으로 이어진다. 백야 김좌진 장군의 동상이 있는 고암 오거리 우측으로는 홍성 전통시장이 있다. 저렴한 가격에 차를 마실 수 있는 시장 사랑방인 ‘문전성시’에 들러 전통시장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1일과 6일에 장이 서는 5일 장터지만 상설시장처럼 매일 문을 여는 상점들이 있어 꼭 찾아보길 권한다.
먼저 홍성의 마지막 대장간으로 충남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대장간을 들렀다. 3대에 걸쳐 100년 넘게 맥을 이어오고 있는 대장간의 주인은 모무회 대장장. 여전히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운영하고 있다. 장터에 가면 먹거리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홍성읍의 중심지인 명동거리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하다 지난 가을 시장통으로 이전한 송하균·이종일 부부의 호떡집은 홍성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명물이다. 특이하게도 꿀과 야채를 넣어 굽는다. 학창 시절 드나들었던 이 집의 호떡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중년들이 많다고 한다. 장사를 마칠 시간이면 남은 재료를 이용해 호떡을 다 구워 인근 상인들에게 나눠주는 인심 좋은 부부로도 소문이 나 있다.
호떡집 바로 옆에는 일명 곤달걀로 불리는 ‘보신알’집이 있다. 병아리가 되지 못하고 부화 중에 죽어 나온 달걀로 역시 홍성의 명물이다. 50년 동안 장날이면 가마솥에 보신알을 삶고 있는 올해 87세의 장월이 할머니는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80년째 살고 있다. 오래된 목조건물에 삐걱대는 소리 그대로인 창문, 오래된 장터의 건물 모습 그대로다. “손때 묻은 문이 참 예쁘네요” 했더니, “집이 험해서 고치고 싶은데도, 못 고치게 해서 이러고 살어”라고 답한다. 재래식 장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자 하는 홍성군의 정책 때문인 모양이다.
장터를 벗어나면 실개천이 흐르는 홍성천이다. 길은, 이 지역 사람들이 뽕뽕다리라 부르는, 구멍이 숭숭 뚫린 철판다리를 건너 대교리석불입상, 홍주순교성지를 지나 간동마을로 들어선다. 마을 끄트머리에는 원터 또는 원님터라 부르는 400년 된 터에 100년 된 아담한 한옥 한 채가 있다. 옛날 원님을 지냈던 분이 살던 곳으로 지금은 지역의 젊은 청춘들이 모여 게스트하우스로 꾸몄다. 홍성 청운대 관광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임재협(26)씨는 친구들과 여행사를 차리고, 홍성군의 시장 활성화 사업과 홍보 관련 위탁 사업을 진행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농촌체험 등의 여행 상품을 개발 운영했다. 그러다 올 2월 졸업을 하면서 지역을 찾는 여행자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찾다 과거 원님터였던 지금의 한옥을 발견하고는 바로 임대해 지난 여름부터 암행어사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창업자금은 청년들이 꽃과 고구마말랭이를 팔고 간간이 군 홍보일 등의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았다.
“홍성이 고향은 아니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졌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배운 것보다 게스트하우스를 하면서 만난 다양한 손님들을 통해 배우는 게 더 많습니다. 모녀, 가족, 친구 또는 유년기를 홍성에서 보낸 중년 등 정말 다양한 게스트들이 찾아오거든요.”
밖에서 보면 평범한 주택이지만 실내로 들어서면 100년 된 한옥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실내에 화장실을 만들고 현대식 주방으로 개조해서 사용하기 편리하게 손을 보긴 했지만, 100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손때 묻은 대청마루와 서까래, 장지문 등은 하룻밤 묵고 가기에는 아까운 집이다.
원님터 바로 뒤로는 산 정상에 매처럼 생긴 큰바위가 있는 매봉산이다. 나지막한 고개를 넘는 숲길을 따라 오르면 홍성읍내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매봉재를 내려서면 홍주향교다. 내포동학농민군이 홍주향교에 지휘부를 설치하기 위해 홍주성을 향해 진군할 때 이 매봉재를 넘었다고 한다. 길은 홍주읍성으로 이어진다. 홍주성 북문지와 남문인 홍화문을 지나 홍주성역사관을 둘러볼 수 있다. 읍성 바로 앞 홍성군청에는 홍주아문과 홍주성 동헌이었던 안회당 등 한걸음 뗄 때마다 역사문화 유물이 산재해 있다. 특히 군청 마당에는 수령이 무려 650여년으로 추정되는 충청남도 기념물인 오관리 느티나무가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다. 이 나무는 고을에 액운이 감돌 때마다 우는 소리를 내어 미리 알려주었다고 하는데, 그 후 신령스러운 나무로 알려지면서 홍주에 부임하는 목사들은 가장 먼저 이 나무 아래에 제물을 차리고 고을의 무사평안을 기원하는 제를 올렸다고 한다.
군청을 벗어나 마을 지명의 유래가 된 오관리 골목길을 걷는다. 일제강점기 다섯 개의 관청이 있었다 해서 오관리(五官里)가 되었다. 당시 관청 주변에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한 일명 ‘작부집’들이 모여 있던 골목이다. 좁은 골목에 낮은 담장과 지붕이 인상적이다. 골목을 빠져나오면 서울의 남대문을 닮은 홍주성 동문인 조양문이 있다. 일본인들이 서문과 북문을 철거하고 이 조양문까지 철거하려 했으나 홍성군민들의 반대로 철거를 면하였다고 한다.
이제 읍내 중심 상권으로 들어간다. 여전히 홍성의 최대 상업 지역인 명동골목과 홍고통으로 이어진다. 명동이 신(新)상권이라면, 홍고통은 추억의 거리다. 옛 터미널 뒷골목으로 홍성고등학교로 가는 길이라 하여 ‘홍고통’이라 불렸던 이 지역 청춘들의 아지트였다. 1970~1980년대까지만 해도 가장 번화했던 골목이지만 터미널이 이전하면서 지금은 옛 추억의 골목이 되어버렸고 지역 역사인물과 자연을 소재로 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홍성천을 건너면 처음 출발했던 전통시장이다. ‘홍주성 천년여행길’은 앞만 보고 걷는다면 두세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지만, 역사문화재와 소소한 볼거리들이 산재해 있어 사실 하루로도 부족한 곳이다.
여행 Tip 홍주성 천년여행길 코스에 표지판이 잘 세워져 있다. 하지만 시내 구간에서는 난해한 곳이 몇 군데 있어 관광안내소에서 길 안내도를 구해 보고 걸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
부자의 전설이 깃든 3味의 고장, 경남 의령
의령에는 소문난 3대 음식이 있다. 소바와 망개떡, 소고기국밥이다. 그리고 의령 하면 떠오르는 것들. 바로 부자, 소싸움, 의병이다. 이처럼 의령은 알려진 것들이 많지만 여행지로 의령을 찾는 일은 그다지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왠지 낯설고 먼 느낌이랄까.
인구가 채 1만이 안 되는 의령읍은 중앙사거리를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사거리 아래로는 전통시장과 상가지역이, 위쪽인 의령 군청 주변으로는 주택가가 밀집되어 있다. 의령의 소문난 소고기국밥은 군청 앞 주택가 골목에 대부분 몰려 있다. 종로식당과 중동식당과 수정식당은 보통 2대에서 3대로, 수십 년 전통을 지닌 국밥집이다.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수정식당을 찾았다. 할머니와 삼촌, 외손녀로 이어지며 3대 70년 전통을 자랑하는 식당이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가마솥 담당은 김정임 대표의 고모가 맡고 있다. 골목 입구에 들어서자 가마솥에서 끓고 있는 국밥 냄새가 진동을 한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지만 이미 빈자리 하나 없이 손님들로 꽉 찼다. 잠시 기다렸다 가마솥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의령 소고기국밥은 시뻘건 국물에 아삭아삭한 콩나물이 들어간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국밥에 국수를 아예 말아서 나오는 집도 있지만, 이 집은 국수를 따로 내온다. 소고기와 큼지막한 선지덩어리가 식감을 자극한다. 지역 주민에게 어디가 맛있냐고 물어보면 집집마다 맛과 조리법의 차이가 있어 각자의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사람마다 입맛에 맞는 집을 찾아간다는 얘기인데, 수정식당은 낙지젓갈로 양념을 한 낙지깍두기가 별미다.
오래된 골목을 따라 걸었다. 바람은 차지만 뜨거운 국밥 한 그릇에 몸은 가볍다. 봉무산 호국공원과 군청, 읍사무소, 경찰서, 교육지원청이 이 중동리 골목길에 몰려 있다. 그 골목길 사이, 오래되고 낮은 한옥에 걸린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마산미용실’이다. 같은 자리에서 무려 50년 동안 문을 열고 있다는 이 집의 주인은 경호연(75)씨로 고향 마산을 간판 이름으로 내걸었다. 20살 때 친구와 우연히 의령 남산 구경 왔다가 그 길로 의령에 눌러앉아 버렸다. 그리고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같은 미용실에서 일하던 아는 동생의 언니가 의령에서 미용실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미용사를 구한다고 해서 곧바로 취직을 하게 됐어요. 그게 벌써 50년이 넘었네요. 그땐 2층 건물 하나 없는 시골이라 그런지 인심도 좋고, 경치 좋고, 물 좋은 의령이 맘에 들었거든요. 친구들은 다 서울 가서 빌딩 하나씩은 장만해서 잘사는데 난 우리 남편 만나려는 운명이었는지 여기서 떠나지 않고 살게 되었네요. 이제는 돈벌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소일거리로 미용실 문을 열고 있는데, 다 오래된 단골들이라 같이 밥도 해 먹고 놀기도 하고 그래요.”
마침 30년 단골이라는 손님이 김장김치 한 포기를 들고 문을 열고 들어선다. 낯선 도시의 낯선 풍경이지만, 훈훈한 인심이 느껴진다. 시골 이발소를 닮은 실내는 대부분 수십 년 된 물건들이다. 낡고 해진 의자와 손때 묻은 미용 도구들이 정겹다. 그냥 보낼 수 없다면서 내놓은 ‘봉다리 커피’ 맛은 또 얼마나 구수한지…. 마치 동네 사랑방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중앙사거리에서 길을 건넜다. 구수한 빵 냄새를 좇아 찾아간 곳은 30년 된 ‘거북양과’다. 이 집 모르면 간첩이라 할 정도로 의령읍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다. 오전에 구워 나오는 구수한 소보로빵과 팥빵이 진열대에 가득 채워져 있다. 40~50대쯤 되었다면, 이 집의 추억 하나쯤 있으리라. 거북양과 바로 옆 골목은 의령을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찾아간다는 의령전통시장이다. 의령 3미 중 하나인 소바와 망개떡을 내는 집들이 몰려 있다. 굳이 위치를 몰라도 사람들 행렬을 따라가면 된다. 일본인들이 즐겨 먹던 음식인 소바에서 힌트를 얻어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킨 의령소바는 장국물에 적셔 먹는 일본식 메밀소바와는 달리 따뜻한 국물에 말아 먹는 방식이다. 국물부터가 다른데, 멸치 육수에 장조림 국물이 들어가고 면 위에 장조림이 함께 얹어 나온다. 여름철에는 냉소바가 인기 있지만, 원조는 따뜻한 국물 맛이 일품인 온소바다. 소바를 먹고 나온 사람들 손에는 망개떡 박스가 하나씩 들려 있다. 의령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시장 골목을 빠져나와 의병로를 따라 서동리 방향으로 걸었다. 천연기념물 196호로 지정된 빗방울 자국을 보러 가는 길이다. 이름하여 ‘의령 함안층 빗방울 자국’이다. 도로 중앙을 차지하고 서 있는 거대한 느티나무 바로 앞, 의령교회 입구에 있는 이 천연기념물은 그냥 보기에는 바윗덩이지만, 1억년 전 가뭄으로 호숫물이 줄어 바닥이 드러나면서 지층이 드러났고 비가 세차게 내리면서 지층에 빗물 자국이 생겼다. 이 자국에 퇴적물이 쌓이고 세월이 흐르면서 사암이 된 것이다. 빗방울 자국은 건조한 기후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되며, 세계 몇몇 지층에서만 발견되는 매우 희귀한 현상이라고 한다. 본래는 이 ‘빗물 화석’ 반석 위에 의령교회 목사관이 있었는데, 지질학자 장기용 박사(전 경북대 교수)가 1968년 발견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중심 상가지역을 벗어나 의령천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건너면 의병탑과 의병박물관, 충익사 등 의병과 관련된 유적지를 만날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최초로 일으킨 망우당 곽재우 장군을 기리는 기념물들이다. 의령에서는 매년 의병 창의일인 4월 22일 전후로 ‘의병제전’이 열린다. 전통 문화 행사이자 전국 최대 규모 의병 축제인 의병제전은 망우당 곽재우 장군과 18장령 및 수많은 의병들을 추모하고 그 정신을 받들기 위하여 1972년부터 지금까지 44회에 걸쳐 개최되었다. 구름다리를 건너 의령천 상류로 오르면 남천삼거리에서 이 의령천과 만나는 작은 하천인 가래천이 흐른다. 이곳에는 의령 사람들만 안다는 명품 숲길이 있는데, 특이하게도 제방길 좌우로 잣나무가 빼곡히 심어져 있다. 사철 푸른 이 숲길은 지역 사람들이 애용하는 산책길로 남천삼거리에서 홍의정까지 약 3㎞에 달한다.
의령읍에서 약 4㎞ 거리에 있는 의령천 하류 옛 정암나루로 향한다. 의령천이 남강과 만나는 정암진에서도 곽재우 장군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의병이 최초의 승리를 거둔 정암진 전투 전적지인 이곳에 곽재우 장군 동상을 세우고 의병광장이 조성되어 있다. 또한 의령과 함안을 오가던 길목이었던 정암나루에는 1935년 일제강점기 때 세워진 정암철교와 남강을 조망할 수 있는 정암루, 솥바위가 있다.
강물 위에 우뚝 솟은 솥바위에는 사방 20리 안쪽에 큰 부자가 날 것이란 전설이 전해져 온다. 실제로 솥바위에서 8㎞ 떨어진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에서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7㎞ 떨어진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에서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이, 5㎞ 떨어진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에서는 효성그룹 창업주 조홍제 회장이 각각 태어났다. 의령에는 ‘부자’ 간판을 내건 상점들이 많은데, 바로 이 솥바위의 전설 때문이다.
부자의 기운을 받으려면 호암 이병철 생가를 찾아가면 된다. 이미 소문난 관광지가 되어버린 호암 생가는 토석담 고샅이 아름다운 중교리 마을 한가운데 있다. 산책 삼아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지만, 강변길과 숲길을 걷는 ‘부잣길’ 트레킹을 추천한다. 호암 생가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해 월현천과 탑바위, 불양암, 호미산성과 호미마을을 지나 예동마을과 무곡마을을 거쳐 천연기념물인 성황리 소나무와 성황마을을 거치는 17.4㎞ 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마을 산책을 하다 가래떡을 뽑는 방앗간을 찾아 들어갔다. 대뜸 맛부터 보라고 건네주는 가래떡을 보니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다. 설 명절이 다가오면 마을 방앗간에서는 하루 종일 이 가래떡을 뽑았다. 한 손에 들기도 힘들 만큼 큰 가래떡을 들고 다니며 먹곤 했었다. 가래떡을 건네준 이하담(36)씨는 중교리가 고향이다. 부친이 갑자기 세상을 뜨자 홀로 남은 어머니의 농사일을 도와드리기 위해 도시 생활을 접고 귀촌했다. 아내 박지은(38)씨와 함께 200마지기의 농사를 지으며 의령의 명물 망개떡을 만들어 판다. 보통 망개떡은 멥쌀로 만들지만 부부는 찹쌀로 만든다. 멥쌀 망개떡에 비해 쫄깃한 식감이 좋고 부드럽다.
여행 Tip |
[글·사진] 눌산 여행작가
주간조선 [2438호] 2016. 12. 26 발행
-->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9&nNewsNumb=00243810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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