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장터에서 어르신들 대화를 엿들었다.
“아직도 우리떡에 사시는가?”
“나고 자란 고향이니 땅에 묻힐 때까지 살아야지”
“그러고 보니 우리떡 가 본 지가 오래됐네. 많이 변했겠지?”
“다들 늙어 허리가 꼬부라진 것 빼고는 그대로지. 허허”
우리떡이라. 분명 마을을 얘기하고 있는 듯한데. 궁금했다.
“어르신! 마을 지명이 우리떡 인가요?”
“본래는 운이덕이지. 운이산 꼭대기에 있거든. 운이덕을 자꾸 부르다 보니 우리떡이 됐어.” 하신다.
아하! 운이덕 -> 우리덕 -> 우리떡. 그거였구나...
낯선 땅에 대한 호기심은 평생 몸을 고달프게 했다. 그렇게 찾아 간 운이덕 마을. 20여년 전 얘기다.
그때 그 어르신은 그대로 계실까. 어르신 댁 마당에 있던 커다란 돌배나무,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꽃불을 밝혔던 그 돌배나무는 그대로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운이덕을 찾았다.
운이덕 마을의 들목인 인제군 기린면 내린천 다리 난간에 세워진 기린상.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먼 옛날 진흙으로 만든 다리가 있었다는 '진다리' 부근에서 기린을 닮은 동물이 밤마다 울었다는 전설 때문에 기린이라는 지명이 탄생했다. 기린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프리카의 그 기린이 아니고, 중국 신화에 나오는 외뿔 짐승으로 상상 속의 동물이다.
운이덕(雲裡德). ‘구름 속 마을‘이란 의미쯤 되겠다. 산 아래로 내린천이 흐른다. 뒤로는 설악이 감싸고 있다. 지형적인 영향으로 산안개가 자주 끼는 탓에 붙여진 지명으로 보인다. 제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른 새벽에 올라야 한다. 한 치 앞을 분간하기 힘든 안개 낀 날이 많다. 운이 좋다면, 구름 속에 들어앉은 신선이 될 수 있다.
오랜만에 운이덕을 찾았다. 늦장을 부리느라 이른 새벽을 놓치고 말았다. 구름 속 신선은 되지 못했지만, 옛 추억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4륜 구동도 헉헉대며 올랐던 마을길은 10여 년 전에 이미 포장이 된 것을 확인했고, 어르신이 살던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부분 고랭지 채소밭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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