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을-오지

해발 800미터 운이덕 마을

by 눌산 2017. 8. 24.
728x90

 

 

 

 

시골장터에서 어르신들 대화를 엿들었다.

“아직도 우리떡에 사시는가?”
“나고 자란 고향이니 땅에 묻힐 때까지 살아야지”
“그러고 보니 우리본 지가 오래됐네. 많이 변했겠지?”
“다들 늙어 허리가 꼬부라진 것 빼고는 그대로지. 허허”

우리떡이라. 분명 마을을 얘기하고 있는 듯한데. 궁금했다.

“어르신! 마을 지명이 우리떡 인가요?”
“본래는 운이덕이지. 운이 꼭대기에 있거든. 운이덕 자꾸 부르다 보니 우리떡이 됐어.” 하신다.

아하! 운이 -> 우리 -> 우리떡. 그거였구나...

낯선 땅에 대한 호기심은 평생 몸을 고달프게 했다. 그렇게 찾아 간 운이덕 마을. 20여년 전 얘기다.

 

그때 그 어르신은 그대로 계실까. 어르신 댁 마당에 있던 커다란 돌배나무,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꽃불을 밝혔던 그 돌배나무는 그대로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운이덕을 찾았다.

운이덕 마을의 들목인 인제군 기린면 내린천 다리 난간에 세워진 기린상.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먼 옛날 진흙으로 만든 다리가 있었다는 '진다리' 부근에서 기린을 닮은 동물이 밤마다 울었다는 전설 때문에 기린이라는 지명이 탄생했다. 기린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프리카의 그 기린이 아니고, 중국 신화에 나오는 외뿔 짐승으로 상상 속의 동물이다.

 

운이덕(雲裡德). ‘구름 속 마을‘이란 의미쯤 되겠다. 산 아래로 내린천이 흐른다. 뒤로는 설악이 감싸고 있다. 지형적인 영향으로 산안개가 자주 끼는 탓에 붙여진 지명으로 보인다. 제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른 새벽에 올라야 한다. 한 치 앞을 분간하기 힘든 안개 낀 날이 많다. 운이 좋다면, 구름 속에 들어앉은 신선이 될 수 있다.

 

 

오랜만에 운이덕 찾았다. 늦장을 부리느라 이른 새벽을 놓치고 말았다. 구름 속 신선은 되지 못했지만, 옛 추억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4륜 구동도 헉헉대며 올랐던 마을길은 10여 년 전에 이미 포장이 된 것을 확인했고, 어르신이 살던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부분 고랭지 채소밭으로 변했다.

 

 

728x90

'마을-오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골목  (3) 2018.05.31
거창 황산마을  (0) 2018.02.23
[경남 함양] 꽃 피는 골짜기, 거기마을  (1) 2016.09.22
산꼭대기 '사람의 마을' 있었지  (0) 2016.07.06
4월의 강마을 풍경  (2) 201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