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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공공건축프로젝트

무주 공공건축프로젝트 -12 무주 추모의집 (무주공설납골당)

by 눌산 2020.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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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밝은 집

오래 전부터 무주읍 동쪽 끝 언덕에 공동묘지가 있었다. 무주 추모의 집을 짓기 위한 터를 잡기 위해 여러 곳을 방문했던 정기용 건축가는 그곳을 추모의 집터로 낙점한다. 언덕에서 바라보는 무주읍 전경과 깊은 산들이 중첩된 풍경, 그리고 그리 크지 않은 초록빛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인삼밭이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특별히 도드라지는 것 없이 고만고만한 높이의 풍경이 편안해 보이지 않았을까.

조상들은 삶과 죽음을 하나라고 생각했다. 대문 밖에 가족의 무덤을 두기도 했고, 수시로 드나드는 공간에 죽은 가족의 무덤을 만들었다. 이 시대의 무덤은 현실의 세계와 더 가까워졌다. 추모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도심과 가까운 곳에 죽음의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건축가는 죽음의 공간을 현실의 공간으로 불러와 산 자와 일상적인 관계를 맺어줄 때, 죽음이 삶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죽은 영혼이 자신이 살던 마을을 바라볼 수 있도록 산 자의 공간과 적당한 거리에 추모의 집을 건축하고는 어둠의 공간이 아닌 밝고 생기 있는 공간으로써 영혼을 위한 밝은 집이라 명명했다.

납골당(納骨堂)이란 물리적으로 시신을 화장한 후 남은 재를 담아 모셔두는 곳이다. 산 자에게는 죽은 자를 기억하는 장소다. 그런 의미에서 납골당은 다양한 공간 구성을 통해 산 자들과 교감한다. 현재 무주 추모의 집에는 개인단과 부부단으로 구성된 실내 봉안당 외에 잔디장, 화초장, 수목장으로 구성된 자연장지가 조성되어 있다.

무주 추모의 집은 곡선의 계단식 땅 위에 세워졌다. 외부는 부챗살처럼 펼쳐진 모습이지만 들고 나는 공간은 직선이다. 건축가는 곡선과 직선을 교차하면서 어긋나는 운명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봉안당문을 열고 들어가면 영혼의 길이다. 복도 좌우로 개인과 부부단이 있고 기도소와 통곡의 방으로 이어진다. 봉안당 끝에는 타원형의 무연고자를 위한 공간도 마련했다. 무연고자의 유골을 뿌리고 영혼이 물을 만나는 수면공간을 조성했다. 건축가는 눈물을 저장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무주 추모의 집은 무주 읍내가 훤히 바라보이는 언덕에 위치하고 있지만 산 아래에서도, 언덕 위에서도 그 건물이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를 추모의 집 뒤로 가면 알 수 있다. 경사진 언덕에 지어진 건물이기에 후면이 지면과 거의 같은 높이이다 보니 언덕 위에서 바라보면 전면에서 바라보는 건물의 형상이 전혀 인식되지 않는다. 땅과 가장 가깝게 낮게 엎드린 형상이다. 본래부터 있었던 인삼밭의 경사진 차광막을 모티브로 삼았다. 그늘에서 자라는 인삼과 죽음을 상징하는 그늘, 즉 죽음으로 은유되는 그늘이 불로의 꿈인 인삼을 길러낸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TIP] 무주읍 동쪽 끝 언덕에 있는 무주 추모의 집은 적상산 관광지구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도로변에서는 간판만 보일 뿐 건물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주변 지형과 조화로운 건축을 추구한 건축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주소 : 전북 무주군 무주읍 괴목로 135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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