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리 마을회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흙건축 공공건축물
현재는 지역 주민과 청소년들을 위한 도서관으로 사용
정기용 건축가가 1996년부터 2006년까지 무주에서 진행했던 공공건축물 프로젝트는 진도리 마을회관 건축이 계기가 되었다. 마을회관 준공식에서 만난 당시 무주군수와 공공건축에 대한 이해가 통하게 되었고 이후 무주군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덕분에 우리나라 공공건축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다.
안성면 진도리 진원마을에 들어선 진도리 마을회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흙건축 공공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마당이고 지붕이고 슬래브 친 건물이 최고”라고 외치는 농촌마을 어르신들을 설득해 흙건축을 시도했다는 자체로 이미 뉴스감이 아닐 수 없었다.
정기용 건축가는 이미 무주에 정착해 살고 있던, 서울에서 영세민을 위한 집짓기 운동하며 인연을 맺었던 허병섭 목사를 통해 진도리 마을회관 흙건축 제안을 받는다. 흙건축에 대해 마을 주민들 대부분이 반대할 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건축가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흙건축 강연을 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관리와 활용도만을 놓고 봤을 때 콘크리트 건물만한 게 없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생각이었다. 결국 반대에 부딪쳐 무산될 상황까지 갔던 것을 건축가는 경기도 일대 흙건축 답사를 통해 흙건축물이 콘크리트 못지않은 내구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결국 정기용 건축가의 노력으로 마을 주민들은 투표를 통해 단 한 사람의 반대표를 제외하고는 마을회관을 흙으로 짓겠다는 결정을 하게 된다.
흙다짐벽채를 제외하고 보와 기둥은 나무를 활용했다. 1층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방과 주방, 2층에는 정자와 청소년을 위한 독서실을 배치했다. 접근이 쉬운 1층 정면에는 툇마루 형식의 마루를 깔고 기둥을 세웠고, 2층은 농촌마을의 모정을 연상케 하는 정자 느낌을 살렸다.
하지만 현재의 진도리마을회관은 건축 당시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진도리 마을회관 1층은 마을 주민들의 공간으로 쓰이고 있지만, 2층은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무주만나작은도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주민들의 뜻에 따라 외형만 남기고 1, 2층 모두 대대적인 변화의 과정을 겪었다.
정기용 건축가 마을회관이 건축되고 10년이 지난 2007년에 찾아 변화된 모습을 보고 “평범하고 좋은 건축이란 쓰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열어두는 것이다.”라며 “진도리 마을 사람들 또한 훌륭한 건축가들이다.”라고 주민들의 생각을 존중하는 글을 그의 저서 ‘감응의 건축’에 남겼다.
마을회관 2층 무주만나작은도서관은 청소년과 주민들에게 지역 도서관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5년 연속 전라북도 작은 도서관에 선정되면서 다양한 독서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그림책전, 신나는 예술여행 공연 등 문화시설이 없는 농촌마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TIP] 진도리마을회관(무주만나작은도서관) 앞으로 덕유산에서 발원한 구량천이 흐른다. 구량천 건너 신작로라 불리는 옛길에서 진도리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지금의 포장도로가 뚫리기 전 진도리 마을 주민들이 안성장을 보러 다니던 신작로 길은 약 2km 내외로 짧지만 숲이 우거져 잠시 걷기에 좋은 길이다.
주소 : 전북 무주군 안성면 진성로 2393
'무주 공공건축프로젝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축가 정기용 '무주 공공건축 프로젝트' (3) | 2020.04.25 |
---|---|
무주 공공건축프로젝트 -21 부남면 행정복지센터(부남면사무소)와 천문대 (0) | 2020.04.23 |
무주 공공건축프로젝트 -19 안성 청소년 문화의 집 (0) | 2020.04.21 |
무주 공공건축프로젝트 -18 안성면 행정복지센터 (안성면사무소) (0) | 2020.04.14 |
무주 공공건축프로젝트 -17 반디품은마을 (된장공장) (0) | 2020.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