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무주군청의 의뢰를 받고 정기용 건축가가 무주에서 진행했던 ‘무주 공공건축 프로젝트’에 관한 책을 쓰면서 혼란스러웠습니다. 사실 한 번쯤 써보고 싶은 책이었지만 현장에서 만난 건축물을 보고 실망스러웠고 글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건축가가 의도했던 설계와는 다른 건축물이 들어서기도 했고, 세월이 흐르면서 여기저기 손본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었으니까요. 결론은 변형된 건축물에 대한 비판은 자제했고, 건축가가 의도했던 의미에 더 중점을 두게 되었습니다.
무주에는 현재에도 건축가가 진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완공된 건물 30여 채가 그대로 존재하지만 사실 무주 사람들은 정기용 건축물에 대한 애정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불편하다는 것이었는데 건축가는 왜 그런 불편한 건물을 지었을까요. 건축가가 쓴 ‘감응의 건축’이라는 책에 보면 그 의도가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첫째는 지역의 정체성입니다. 무주 사람들의 삶과 자연을 건축물에 표현했던 것이죠. 두 번째는 공공건물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삶이 좀 더 편안해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면사무소에 목욕탕을 지었던 것처럼. 또 건물에 근무하는 이들을 위하는 마음보다는 그 건물을 이용하는 주민들을 위하는 마음이 더 컸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정기용이 누구야"
"그 사람은 무주에서 뭔 건물을 그리 많이 지은 거야"
"무주에는 공공건물이 왜 그렇게 많은 거야 "
사람들은 여전히 ‘무주 공공건축 프로젝트’에 대해 잘 모릅니다. 단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진행된 공공건축 프로젝트라는 것, 인구 2만 5천 명도 채 안 되는 소읍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로 앞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전례 없는 일대 사건이었다는 것, 그리고 천편일률적인 공공건물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곧, 5월 5일 전후로 등나무운동장 등꽃이 만발할 겁니다. 앞선 내용 보시면 아시겠지만 등나무운동장은 정기용 건축가가 무주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한 건축물입니다.
“서울에 상암이 있다면 무주에는 등나무운동장이 있다”라고요. 기회가 되시면 시기에 맞춰 꼭 한번 다녀가시길 권합니다.
등나무운동장 https://nulsan.net/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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