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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이야기

‘덕유산 눈꽃’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by 눌산 2022.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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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눈꽃트레킹,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 환상의 눈꽃 터널

설날 아침 서설(瑞雪)이 내렸다. 밤새 마당에 하얀 쌀가루 같은 눈이 소복이 쌓였다. 오매불망 기다렸던 눈이다. 올겨울 무주에서 만난 가장 많은 양의 눈이다. 설날 아침의 눈은 서설이다. 어찌 그냥 보낼 수 있겠는가. 이른 차례를 올리고 겨울 등산 장비를 챙겼다. 목적지는 향적봉. 세상 사람들이 꼭 한 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덕유산 눈꽃을 보러 가기로 했다. 서울 사람들은 남산을 평생에 몇 번 안 간다고 들었다. 하지만 무주 사람이라면 덕유산을 1년에 최소 네 번은 오른다. 계절에 한 번씩은 올라야 무주 사는 제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눈꽃 활짝 핀 겨울왕국

전국 22개 국립공원의 2021년 계절별 탐방객 비율을 보면 가을철(9~11) 탐방객이 31.7%로 사계절 중 가장 많다고 한다. 반면 겨울이 더 인기인 산도 있으니 바로 덕유산이다. 각종 매체에서 선정하는 대표 겨울 눈꽃 여행지에 덕유산은 늘 맨 앞에 등장한다. 그 이유는 눈꽃과 서리꽃(상고대) 명소로 소문이 난 데다 곤돌라를 타면 어렵지 않게 정상부까지 편하게 갈 수 있어서다. 눈꽃과 서리꽃은 다르다. 눈꽃은 나뭇가지에 눈이 꽃처럼 피어난 것이고, 서리꽃은 나뭇가지 등에 밤새 서린 서리가 하얗게 얼어붙어 마치 눈꽃처럼 피어 있는 것을 말한다. 등산 초보도 해발 1500~1600미터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눈꽃과 서리꽃의 향연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

부지런히 서둘러 덕유산 곤돌라 승차장으로 향했다. 잠시 주춤하던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이미 길게 줄이 선 모습에 잠시 당황했지만 쉼 없이 움직이는 곤돌라는 금세 기자를 태우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곤돌라에 함께 탑승한 젊은 커플이 있어 말을 붙였다. 서울에서 연휴를 맞아 덕유산 눈꽃을 보러 왔다는 이들은 기대가 크다고 했다. 올겨울 큰 눈을 보지 못해 섭섭했는데, 눈꽃을 만나러 가는 길에 폭설에 가까운 눈을 만나 흥분된 모습이 역력했다. 해발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발은 점점 더 굵어졌다.

곤돌라는 15분이면 설천봉에 도착한다. 출발한 지 5분쯤 지나자 나뭇가지 위에 소복이 쌓인 눈꽃이 보이기 시작한다. 서울 커플은 감탄의 환호성을 지른다. 역시 먼 길 달려오길 잘했다는 듯. 설천봉에 다다르면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눈 덮인 주목 나무와 고사목의 모습에 마치 딴 세상에 온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덕유산은 분명 또 다른 세상이다. 눈꽃의 장관을 환상적이다라는 말 말고 달리 표현할 말이 떠오르질 않는다.

설천봉에는 등산객과 스키어들로 가득했다. 눈보라 속에서도 추억을 남기기 위해 다들 사진 찍기에 바쁘다. 해발 1,520m에 세워진 상제루는 눈으로 덮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곧바로 향적봉으로 향한다. 기자는 설천봉 휴게소 뒤편으로 돌아갔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설경이 향적봉 못지않다. 탁 트인 조망뿐만 아니라 서쪽의 안성 벌판과 북쪽 적상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첩첩이 두른 주변의 산봉우리가 아득하다. 하얀 눈이 쌓인 산과 산이 하나로 겹쳐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뿐인가? 흰 눈을 잔뜩 뒤집어쓴 구상나무도 장관이다. 그 사이 눈발은 점점 굵어지더니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서둘러 향적봉으로 향했다.

설천봉에서 향적봉(1,614m)까지는 600m20~30분 소요된다. 바로 이 구간이 눈꽃트레킹의 백미다. 나무덱을 따라 몇 계단을 오르자마자 눈꽃 터널이 펼쳐진다.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눈꽃의 향연을 즐긴다. 쏟아지는 눈에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도 어느새 눈사람이 되었다.

이 길에서는 설천봉을 오르다 만났던 주목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비틀어지고 꺾어진 나무의 몸체는 앙상하지만 강인함이 느껴진다. 주목은 덕유산의 영물이다. 사람들은 이 나무 앞에서 소원을 빈다. 그리고 사진으로 오늘을 기념한다.

향적봉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 찍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방 발 아래 흑백의 산수화 같은 압도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경기도 이천에서 무주 눈꽃여행을 왔다는 전영상 씨는 덕유산의 겨울 경치가 으뜸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네요.”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알고가면 좋은 TIP]

덕유산 곤돌라는 10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주말과 공휴일에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무주 군민은 50% 할인. 겨울산은 방심은 금물이다. 길이 미끄러운데다, 산 아래보다 몇 배는 더 춥다. 방한 준비는 기본이고, 반드시 아이젠 착용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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