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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이야기

걷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부자가 되는 길, 삼봉산 마음부자길

by 눌산 2022.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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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산마을 한바퀴, 해발 700미터 사람이 가장 살기 좋은 땅

6월을 코 앞에 둔 초여름의 날씨가 뜨겁다. 찬란했던 봄꽃이 스러진 골짜기는 온통 초록빛이다. 다른 곳보다 계절이 조금은 더디 흐른다는 무풍으로 향하는 길가에 아직까지 피어있는 아카시꽃이 간간이 보인다. 무풍면소재지를 뒤로 하고 1089번 지방도로를 타고 남쪽 골짜기 끝까지 달렸다. 목적지는 무풍면 덕지리 일대 산마을이다. 덕지리는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남 거창과 접해 있다. 골짜기 끝에 도계(道界)란 지명도 있으니 이곳이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에 있는 마을임을 알 수 있다. 면소재지에서부터 한참을 올라왔지만 잿마루는 평탄한 농토다. 심지어 광활한 고랭지채소밭도 있다. 하지만 고도는 해발 600~800미터를 오르내리고 있어 웬만한 산꼭대기 높이와 맞먹는다. 덕분에 계절의 변화가 늦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부챗살처럼 거대한 산군이 펼쳐진다. 좌 대덕(), 우 삼봉()이 우뚝 솟아 있다. 무풍면은 빼재(신풍령)에서부터 삼봉산(1254m)과 초점산(대덕삼도봉.1249m), 대덕산(1291m), 덕산재, 부항령, 백수리산(1034m), 삼도봉(1177.7m)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감싸고 있다. 백두에서 지리까지 한반도의 남북을 이어주는 긴 산줄기인 백두대간 전 구간 중에 이런 지형이 또 있을까 싶다. 보고만 있어도 넉넉한, 대간 속 마을 풍경이다.

덕동마을 입구 마을 숲

백두대간 산마을, 동네 한 바퀴

서두가 길었다. 이번 취재의 주제는 삼봉산 마음부자길(이하 마음부자길)’이다. 마음부자길은 마을 사람들도 잘 모른다. 단지 안실 삼거리와 덕동마을 입구, 덕지보건진료소 앞, 옛 덕지초등학교 터에 있는 하늘땅마을 입구에 안내판만 세워져 있는 정도다. 언제 누가 이 길을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자는 이 길을 소개하는 문구를 보고 꼭 한번 걸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음부자길은 사람들이 살기에 가장 쾌적한 해발 700미터 부근에 위치한 산중턱 숲속길로, 바람이 불어올 때 일렁이는 나뭇가지는 걷는 이에게 나무의 향기를 전해주어, 몸과 마음은 어느새 부자가 되어 발걸음도 새로워진다. 마음부자길은 걸음마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모두 마음 부자가 되어 걷는 둘레길이다.’

호기심이랄까. 부자의 의미가 마음에 와 닿았다. 길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네 곳 어디에서 시작해도 상관없다. 마을들을 크게 한 바퀴 돌아 나오는 길이라 다시 만나기 때문이다. 기자는 안실 삼거리에 시작하기로 했다. 안실, 덕동, 갈마, 북수마을을 차례로 거친 후, 실개천을 따라 원점으로 회귀하는 코스다.

덕동마을에서 갈마마을로 가는 길에서 보이는 풍경

안실 삼거리에서 안실마을과 덕동마을까지는 오르막길이다. 등산도 마찬가지지만 오르막으로 시작해 내리막으로 끝나는 게 근육에 무리가 없다. 안실은 덕동마을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 특이하게도 마을 앞 도로변 가로수가 마가목이다. 이른 가을 빨갛게 익은 열매가 꽃처럼 아름다운 마가목은 열매는 한약재로도 쓰고 술을 담그기도 한다라며 마을 주민이 알려 줬다.

덕동마을은 더 높은 곳에 있다. 뒤돌아보면 산비탈 밭이 죄다 사과밭이다. 덕지리 일대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기도 하다. 지금의 사과밭은 담배 농사를 짓던 곳이다. 덕동마을은 구천동 상오정으로 넘어가는 오두재 바로 아랫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다다르면 왼쪽 개울 건너에 활엽수가 빼곡히 들어찬 숲이 있다. 지금의 마을길이 생기기 전, 이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이 마을 진입로였다. 숲에는 잠시 쉬어가기 좋은 평상이 놓여 있다. 평상에 걸터앉았다. 우거진 수목 사이로 들어온 햇살에 초록빛 이파리가 황금빛으로 빛난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인 족도리풀과 풀솜대, 너도 바람꽃이 바닥에 쫙 깔려 있다.

덕동마을에서 안실마을 방향으로 다시 내려섰다. 산허리를 휘감고 도는 갈마마을 가는 길이다. 마음부자길 구간 중에 가장 전망이 좋은 길이기도 하다. 발 아래로는 사과밭이 펼쳐져 있고, 덕지리는 물론 멀리 은산리 일대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걷기 좋은 평지에 바람까지 솔솔 불어온다. 지각생인 아카시꽃과 찔레꽃 향기가 진동을 한다. 이 길에는 대부분 고목이 된 호두나무 그늘도 적당히 있다. 전망 좋은 이 길의 끝에 갈마마을이 있다. 호두나무가 마을 곳곳을 뒤덮고 있어 멀리서 보면 마을이 있을거라 생각하기 어렵다. 가까이,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갈마마을 주민 정덕상 씨는 옛날에는 호두가 효자였어. 지금은 수입산에 밀려 대접도 못 받아라면서 지난해 땄다는 호두 몇 알을 맛이나 보라면서 손에 쥐어 준다. 마을회관 앞 정자에 앉아 잠시 한숨을 돌렸다. 마주 보이는 회관 건축양식이 독특하다. 외부에 돌출된 ‘N’자 모양의 목재 기둥이 돋보인다. “옛날 군수가 외국 갔다 와서 지었는데 유럽풍이래나 뭐래나라며 정 씨는 덧붙인다.

옛 덕지초등학교
북수마을 소라 모양의 집

갈마마을에서 도로로 내려섰다. 큰 도로변에 덕지보건진료소가 있다. 도로를 따라 걷기에는 햇빛이 뜨거워 실개천을 따라 난 농로를 걸었다. 북수마을 옛 덕지초등학교 앞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하늘땅 정보화마을 간판이 걸린 옛 학교 터에서 도로로 나오면 북수마을이다. 북수마을 한가운데 소라 모양의 독특한 집이 있다. 전 주인이 지은 건물이라는데, 볼수록 재밌는 건물이다.

마음부자길은 이쯤에서 끝이 난다. 출발했던 안실 삼거리까지는 도로를 따라 걷거나 실개천변 농로를 따라가면 된다. 특별한 명소가 없는 길이다. 앞만 보고 걷는다면 심심한 길이다. 하지만 천천히 걸으며 이 마을 저 마을 기웃거리는 재미로 걷는 길이다.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 부자가 돼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다.

덕지리는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남 거창 땅과 접해 있다.

[알고 가면 좋은 tip]

마음부자길 전체 구간은 약 8km 쯤 된다. 안실 삼거리에서 시작해 안실, 덕동, 갈마, 북수마을을 차례로 만났다. 3시간가량, 적당히 쉬면서 걸었다.

 

무궁무진(無窮無盡)! 무주 한 바퀴-20

무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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